문화방송이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 명령을 받아들여 지난 12일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뿐만 아니라 제작 책임자 2명에 대한 징계성 인사까지 단행했다. 물론 문화방송 경영진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MB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채 모든 권력기관들을 동원해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을 제거하는 과정을 지켜본 문화방송 경영진은 커다란 공포를 느꼈을 테고 MB에게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문화방송이라고 생각했음직하다. 찬바람이 불면 문화방송을 손보겠다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에서 공공연히 말해 왔으니 문화방송 경영진이 체감하는 두려움이 막연한 것은 아니다. 잃은 건 시청자들의 신뢰, 얻은 건 정권의 비웃음 그러나 문화방송 경영진이 느꼈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을 감안한다 해도 문화방송 경영진이 전략적으로 그릇된 선택을 했다는 점은 반드시 지적해야겠다. 먼저 문화방송 경영진은 MB의 본질과 의중을 완전히 오독했다. 촛불집회와 바닥을 기는 지지율의 원인을 잘못된 국정운영이 아닌 방송과 인터넷의 참주선동 탓으로 돌리는 MB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방송장악이다. 그런 마당에 설령 문화방송 경영진이 화해(?)의 몸짓을 한다고 해서 MB가 문화방송 민영화 등을 통한 방송장악 기도를 중단할 것으로 예측했다면 이는 무지하거나 순진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쉽게 말해 문화방송이 굴욕적인 양보를 하건 백기투항을 하건 아랑곳하지 않고 MB는 자신이 정한 스케줄에 따라 방송장악을 위한 행보를 계속할 것이란 말이다. 문화방송 경영진의 선택은 히틀러의 의도를 오판한 나머지 양보를 거듭했던 영국 체임벌린 수상의 선택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히틀러의 궁극적인 목표가 오스트리아 합병이나 수데텐 병합에 머물지 않았다는 것을 체임벌린이 알았더라면 그는 아마도 양보 보다는 전쟁을 결심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문화방송 경영진이 MB의 본질과 의중을 잘못 해석한 나머지 결행한 사과방송은 많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정당성 및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문화방송의 신뢰성에도 적지 않은 손상을 끼쳤다. 결국 문화방송은 굴욕적인 사과방송을 하고도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었을 뿐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아니 얻은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MB를 비롯한 정권 수뇌부와 한나라당, 검찰을 위시한 권력기구들의 비웃음을 얻었으니 말이다. 문화방송 경영진의 대오각성을 바란다 사과방송을 결정한 문화방송 경영진의 판단은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한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법과 상식을 무시하면서 방송장악을 위해 몰두하는 MB정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 해도 조롱만 당할 뿐이다. 이제라도 문화방송 경영진은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여주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며 국민들과 후배언론인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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