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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정부안 통과에 노동계 분노폭발
양대노총 총력투쟁, 한나라당 의원 낙선운동 예고
 
홍성관   기사입력  2003/08/21 [18:36]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송훈석)가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기존의 정부안에서 시행시기를 1년씩 늦춰 통과시킴으로써 사회각계의 진통이 예상된다.

환노위는 21일 국회 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정부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행시기만 2005년 7월 1일로 늦추는 개정안을 표결없이 채택했다. 이에 따라 주5일제 법안은 26일 법사위 심의를 거쳐 28일 본회의에 상정·처리될 것으로 보여, 98년부터 끌어온 노·사·정의 줄다리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노사협상이 결렬된 상태에서 정계가 밀어붙이는 형국으로 진행되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일단 재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논평을 통해 이번 통과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해서 확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또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기업의 생산성 향상의 주요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면서 노동계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총도 이번 통과에 대해 "법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지만 법정근로시간 단축문제에 대하여 기업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처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는 다행으로 평가한다"면서, "법안 통과가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더 이상의 논의를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평했다.

그러나 그 동안 인건비 상승부담을 이유로 정부안조차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던 기협중앙회는 이번 법안 통과가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8월18일 국회앞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근로기준법 개악저지 양대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 모습     ©민주노총홈페이지
무엇보다 이번 법안의 통과는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과 한국노총(위원장 이남순)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계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정부의 주5일 법안을 처리한데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기본정신을 망각한 독소조항이 대거 담겨 있는 정부법안을 결코 수용할 수 없으며,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 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계는 정부안 처리를 주도한 한나라당에 대해 내년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펼칠 것임을 시사하는 등 강력한 어조로 경고했다.

이번 환노위가 통과시킨 법안은 지난 6일 양대노총이 제시한 단일안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시행시기에서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동계가 2005년 7월 1일까지 전 사업장에서 주 5일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 것에 반해, 이번 환노위가 통과시킨 법안은 20명미만의 사업장이 2011년까지 실시되는 등 전반적으로 시행시기가 늦춰졌다.

그리고 노동계가 1년 이상 근속노동자의 연월차 휴가를 18-27일로 통합조정하고, 비정규직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있는 1년 미만 근속노동자의 휴일수를 1개월당 1.5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한데 반해, 이번 법안은 월차 휴가를 폐지하고, 연차휴가를 15-25일로 줄였다. 또
여성노동자의 보호를 위해 생리휴가를 지금의 유급휴가로 유지해야한다는 노동계의 요구와 달리 환노위는 생리휴가를 무급휴가로 전환시켰다.

이번 환노위의 법안은 임금보전에 대해 구체적이 아닌 포괄적 규정에 그쳐 변칙적 급여체계로 인한 근로자들의 손해 가능성이 높고 여성·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의 임단협,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인해 이미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를 도입한 현대자동차나 금속노사의 재마찰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날 상임위에서 반대토론에 나섰던 한국노총 출신의 한나라당 김락기 의원은 "당론이라는 원칙 하에 법안이 통과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시행시기를 앞당겨야 하고, 그에 따른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의 박인상 의원도 이번 법안의 거의 모든 부분이 정부안대로 가결되어 노동계 입장이 무시되었다고 말했다. 이 두 의원은 표결을 하지 않는 것에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수렴되지 않고 찬반투표만을 거치게 되자 퇴장해버렸다.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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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21 [18: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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