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척박한 여건과 환경은 물론 행정 미흡 등 악재를 딛고 출범한 프로축구(이하 K리그)가 발전을 거듭, 2011년부터 12연속 아시아 리그 1위 자리 고수는 물론 전 세계프로축구리그 18위 리그로서 자리매김해 있다. 출범원년 할렐루야, 유공, 포항제철, 국민은행, 대우 등 5개 구단으로 '수퍼리그'라는 명칭으로 리그를 시작한 K리는 2013년 K리그1 클래식, K리그2 챌린지로 구분하며 본격적인 승강제까지 도입 현재 K리그1 12개팀, K리그2 13개팀으로 '명실상부' 진정한 프로축구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리그가 40년의 연륜을 쌓으며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구성원들의 피와 땀, 그리고 애정과 사명감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선수들이 쏟아낸 축구에 대한 열정과 희생은 오늘에 K리그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선수들이 K리그에 아로새긴 발자취는 남다르다. 이런 선수들의 뒤에 숨은 공헌자가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외국인 용병 선수들이다. K리그에 용병 선수가 첫 선을 보인 것은 출범 원년 포항제철 돌핀스(현 포항 스틸러스)가 브라질 CVRD로 부터 임대 영입했던 주제 호베루투(59)와 알베스 호세(59)였다. 포항은 이 두 용병 영입으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강팀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에 타 구단도 다음해 리그를 위한 용병 선수 영입을 앞다투어 추진했고, 그 결과 현대 호랑이(현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으며 본격적인 용병 선수 서막을 알린 네덜란드 출신 렌스베르겐(63)은 1984년 K리그 도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럭키금성(현 FC 서울)은 1984년 이례적으로 아시아의 태국 출신 피아퐁(64)을 영입, 1985년 K리그 득점왕과 도움왕을 모두 석권하며 K리그를 평정했다. 이 같은 용병 선수의 뛰어난 활약은 곧 K리그 발전에 기여하며 인식 또한, 확실히 정립되어 K리그에 용병 진출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 K리그에서 용병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에 못지않게 국내파들의 육성과 발전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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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K리그에 진출했던 용병 중 1992년 포항에 둥지를 튼 세르비아 출신 라데 보그다노비치(53)는 피아퐁 이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 비록 리그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순도 높은 결정력과 어시스트 능력을 과시 단일 리그 최초로 10-10과 더불어, 리그 최초 30-30 클럽 가입(147경기 55골 33도움)의 기염을 토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어 라데의 명성 뒤를 이은 용병은 1991년 천마 일화(현 성남 FC)와, 2000년 유공 코끼리(현 제주 유나이티드)에 몸담았던 사리체프(63.신의손)다.
골키퍼라는 특수 포지션을 책임졌던 신의손은 천마 일화 시절 7시즌을 소화하며 1993, 1994, 1995년 시즌 리그 3연패는 물론, 1992년 리그컵과 199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그리고 1996년 아프로-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및 아시안 슈퍼컵까지, 제패하는 눈부신 활약(320경기 357실점)을 펼치며 급기야 K리그 제도까지 변화시켰다. 그것은 다름 아닌 1999년부터 국내 골키퍼 육성 목적으로 한 용병 골키퍼 제도 폐지다. K리그 용병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선수는 바로 1995년 부산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에 첫 발을 내딛고, 천마 일화를 거쳐 수원 삼성으로 이적하여 1999년 시즌 18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며 리그 2연패를 이끈 사샤 드라쿨리치(51.세르비아)로써, 사샤는 수원 삼성(1998~2000), 성남 일화(구.천마 일화 2001~2003) 등 3개 팀을 거치며 발군의 기량을 과시(271경기 104골 37도움)했다.
이어 러시아 출신으로 1996년 시즌 수원 삼성에서 데뷔전을 가진 데니스(46)도, 성남 일화(2003~2005), 부산 아이콘스(2005), 강원 FC(2012~2013) 등에서, 강한 승부욕을 앞세워 자신의 가치(272경기 57골 59도움)를 각인시키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또한 이싸빅(50)도 센터백으로서 포항 스틸러스(1998~2002), 성남 일화(2003~2005), 수원 삼성(2005~2007), 전남 드래곤즈(2008)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며(271경기 9골 7도움) 한국 선수보다 더 한국 선수처럼 K리그에 녹아든 용병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수원 삼성(2003~2007) 나드손((41.브라질)과 포항 스틸러스(2004~2007) 따바레즈(40.브라질)와 함께, 전북 현대((2007~2008), 포항 스틸러스(2008~2009), 수원 삼성(2011~2013), 전남 드래곤즈(2014~2016)에서, 이례적인 북마케도니아 출신으로, 의지와 성실함을 앞세워 K리그에서 진정한 킬러(226경기 84골 28도움)로서의 능력을 과시했던 스테보(41)도 K리그 위대한 용병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으로 FC 서울(2006~2013) 아디(47.브라질)도 용병 선수로서는 특이하게 레프트 풀백 포지션을 소화하며, K리그 수비수 중 최고의 한 명으로 등극하는 명성(264경기 17골 12도움)을 떨쳤다.
아울러 수원 삼성(2003), 대구 FC(2007~2008), 전북 현대(2009~2013.2015)에서 세트 피스에 강점을 가지고, 윙 포워드로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231경기 81골 66도움) 애닝요(42.브라질)와 용병 중에서도 축구 지능이 남달랐던 수원 삼성(2007~2009), 전북 현대(2015~2017)에서 진가를 발휘한(157경기 55골 21도움) 에두(42.브라질), 제주 유나이티드(2015), 전북 현대(2016~2019)의 로페즈(33.브라질), 대전 시티즌(2014~2015), FC 서울(2015~2016.2020), 전북 현대(2018~2019) 아드리아노(35.브라질), FC 서울(2014~) 오스마르 아바네스(35.스페인) 등도 K리그 용병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발자취를 남겼다. 그중 오스마르 아바네스는 센터백으로 180경기에 출전 18골 11도움의 멀티 플레이어로서 남다른 능력을 과시했다.
2000년대 이후 K리그 무대에 용병의 각축전은 그야말로 치열했고, 상대적으로 기량 또한 출중하여 경쟁을 펼치는 국내 선수의 기량 발전에도 한 몫 했다. 그 중 대표적인 선수는 데얀 다먀노비치(42.몬테네그로)다. 2007년 처음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K리그에 데뷔한 데얀 다먀노비치는 FC 서울(2008~2013, 2016~2017)에서 득점 머신으로, 2010, 2012, 2016년 K리그와 2010년 리그컵 및 2019년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K리그1 최우수선수(MVP) 수상은 물론 2011, 2012, 2013년 시즌 3회 연속 득점왕과 2010년에는 리그컵 득점왕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데얀 다먀노비치는 전성기를 지난 이후에도 식지 않은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수원 삼성(2018~2019), 대구 FC(2020~)에서 통산 336경기 출전 193골 46도움이라는 개인 기록을 달성, K리그 용병 이미지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주인공으로 우뚝섯다. 이만큼 용병 선수들은 각 포지션에서 발군의 기량으로 K리그에서 맹위를 떨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중 K리그에 한 획을 그은 말컹(29.알 아흘리)도 용병 중 대표 주자 다운 진가를 뽐냈다. 브라질 상파울루 동네 축구선수 출신이었던 무명의 말컹(K리그 등록명)은, 2016년 K리그2 경남 FC에 무상 임대되어 데뷔 무대인 2017년 시즌 개막 경기부터 골 사냥에 성공, 경남 소속 선수로서 K리그1(클래식), K리그2(챌린지) 통틀어 처음으로 22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 등 2관왕을 차지 팀의 K리그1 승격까지 이끌어 냈다.
말컹의 맹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8년 시즌 K리그1 무대에서도 말컹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맹활약으로, 또 다시 득점왕과 MVP를 독식 K리그 용병 35년 역사에 독보적인 인물로 우뚝섰다. K리그 무대에서 용병의 두드러진 특징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의 돋보이는 활약상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보다 우월한 기술적, 신체적인 능력이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속에 현재 대구 FC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세징야(34)의 활약은 그야말로 용병 중 독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징야는 2016년 K리그 무대에 이름을 올린 후 올해까지 8시즌을 뛰며, 2013년 승강제를 도입한 뒤 최초로 2022년 K리그1, 2를 합쳐 통산 50득점과 50도움(50-50 클럽 가입)의 역사를 쓰며, 모든 시즌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군계일학' 활약으로 세징야는 대구의 K리그1 승격은 물론 2018년 FA컵 우승과, 2021년 AFC ACL 진출 등 영광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K리그에 용병의 활약상은 현재진행형으로서 현재 상.하위 스플릿 리그가 확정된 2023년 시즌, K리그1에서, 대전 하나 시티즌의 티아고(30.브라질)가 14득점으로 주민규(33.울산 현대)에 이어 득점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고, 울산 현대 바코(30.조지아)가 그 뒤를 잇고 있으며, 도움 순위 역시 대전 하나 시티즌 레안드로(28.브라질)가 7도움으로 2위를 마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어 K리그2에서도 용병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김포 FC 루이스 미나(30.콜롬비아)가 16골로 압도적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전남 드래곤즈 발디비아(29.브라질)가 13골로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가운데 경남 FC 글레이손(27.브라질)과 청주 FC 조르지(24.브라질)가 각 각 12, 11골로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또한 도움 역시도 12회의 발디비아 독주 체제를 FC 안드리고(28.브라질)가 8회로 뒤쫓고 있으며, 이 중 발디비아는 8회 경기 MVP에 선정 될 정도로 활약상은 발군이다. 분명 용병 선수들은 K리그의 수준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을 보장하기 힘든 리그가 바로 K리그이기도 하다.
그만큼 K리그는 용병들에게는 기후, 환경, 언어, 문화를 비롯하여 K리그 만의 특징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0년 시즌 기준 용병 3+1+1(아시아, 동남아시아 쿼터 포함)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각 구단은 능력있는 용병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축구 선진국과 유럽 빅리그 출신 용병을 영입하는데 따른 막대한 비용 문제 등으로, 이 같은 용병 영입은 한계성을 띄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중위권 국가 선수들과 하부리그 출신 선수 영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심심찮게 드러나 팀 전력 누수를 초래시키고 있다. 즉, 능력 부족으로 인한 조기 퇴출이다. 이에 용병의 영입 전 철저한 능력과 치명적인 부상 여부 문제 검증은 필수다. 만약 이를 소홀히 한다면 아무리 용병 활약 여부에 '일희일비'하는 K리그 상황이라 해도 확실한 선수가 아니면 K리그와 더불어 팀에게는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누가 뭐라해도 K리그에 부여된 근본적인 과제는 용병이 아닌 국내 선수들이 커 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K리그는 '용병으로 인하여 국내 선수는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말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K리그가 자체적인 발전과 더불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