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켈리게이트 파문확산, 블레어 사임압력 가중
대량살상무기 조작설 불거져, 부시도 곤욕치르고 있어
 
배정원   기사입력  2003/07/24 [20:17]

▲이라크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에 관한 영국 정부 발표 정보문건이 조작됐다는 방송 보도의 취재원으로 지목됐던 군비통제분야 전문가 데이비드 켈리박사가 7월 18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라크 침공 정보조작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선데이타임스>는 20일자 기사에서 켈리박사와의 인터뷰에서 켈리박사가 “내가 정보원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회 청문회에서 켈리박사는 의원들이 자신을 ‘쓰레기(chaff)’라고 부르거나 정부의 ‘희생양(fall guy)’으로 묘사한 데 대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국 국방부가 의회측에 보낸 문서에서 자신의 실명을 거론했음을 알고 배신감을 느꼈으며 노후연금 등을 받지 못하게 될 것도 우려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덧붙였다.

켈리 박사는 또 자살하기 수 시간 전 미국의 한 기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다수의 어두운 인물들이 게임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해 영국 정부 요원들로부터 은밀하게 정신적인 압박을 받고 있음을 토로했다.

영국 언론들은 영국 국방부 자문역이었던 그의 사망이 토니 블레어 총리를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프 훈 국방장관과 블레어 총리의 핵심 보좌관인 캠벨에 대한 압력도 강하다. 훈과 켐벨은 켈리 박사를 BBC보도의 취재원으로 확인, 진술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켈리박사의 유족은 2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근 몇주간 일련의 사건이 고인의 삶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면서 “관련 인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오랜 시간동안 깊이 반성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토니블레어총리    
18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이번 사건으로 외환시장에서 영국화폐 파운드가 0.5% 떨어질 정도로 블레어 총리 정부가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 훈 장관이 켈리박사를 공개하는 전략을 직접 승인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총리실이 수 차례 대책을 숙의했다고 보도했다.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2일 국방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켈리 박사의 신원을 밝히도록 한 곳은 총리실이라고 보도해 총리실과 국방부 사이에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BBC와 영국정부와의 언론전쟁은 단지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미 백악관도 부시 미 대통령이 올 1월 연설에서 밝힌 니제르 우라늄 구입시도 정보는 연설 후 허위 정보로 판명됐다고 시인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워싱턴포스트지 등 미국 언론들은 미중앙정보국(CIA)이 연설 전에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추적 보도, 백악관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미 상원에서도 정부의 이라크 WMD 관련 정보 공개과정을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민주당 상원의원들 사이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워드 딘 전 버몬트주 주지사도 부시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결국 미국과 영국이 시작한 이라크침공은 이제 영미언론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전면전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신무기로 이라크 전을 승리로 이끈 미영연합군의 블레어와 부시가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담보로 언론과 '진실게임'을 벌여야 하는 뜻밖의 상황으로 발전한 것이다. BBC는 이미 이사회에서 영국정부와의 일전을 선포했다.

켈리박사 자살사건 조사는 브라이언 허튼 판사의 지휘로 이루어지며 누가 켈리 박사를 취재원으로 공개해 켈리박사를 15일 의회 청문회에 나가도록 몰아세웠는지가 이번 진상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켈리게이트'로 인해 블레어 정부가 신뢰성의 문제에서 상당히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이며 노동당 정부의 이미지에도 심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논설위원

* 필자는 영국 웨일즈난민협회 활동가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7/24 [20:1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