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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다와 헤어지며 감사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버마 난민촌을 가다 21] 물의 도시 방콕에서 하루 ‘화려한 외출’
 
최방식   기사입력  2006/11/29 [22:42]
한 시간 남짓 배를 타고 달렸을까? 다시 시야가 확 트이며 넓은 강의 본류가 나온다. 배는 어느 새 선착장에 우릴 내려놓는다. 밤새 먹었던 술기운이 가셨는지 허기를 느낀다. 강가 허름한 포장마차에 들렀다. 둘은 볶음밥을 먹고 나와 또 한명은 쌀국수를 먹었다. 언제 먹어도 맛있다. 특히 국물은 해장용으론 가히 최고라 생각된다.

점심을 마치니 티다가 어디 가고 싶냐고 다시 묻는다. 모르겠으니 알아서 안내하라고 하니 도심 한 가운데로 우릴 안내했다. 명동 쯤 되는 곳일까? 동양 최대의 옥외 멀티비전이 있는 곳이란다. 그 옆엔 코엑스몰만한 쇼핑센터가 있다. 누군가 커피 한 잔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그 건물 안에 스타벅스가 있단다.
 
“옛 애인 본 티다 회상에 젖어들고”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입주가 아직 덜 끝났다. “곧 개업”이라 쓰인 문구가 여럿 보인다. 스타벅스에 앉았는데 한국인 목소리가 들린다. 연인들이 여행 온 모양이다. 카페라테를 한 잔 시켜놓고 버마인 둘에게 멜라웅 캠프와 메솟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그들의 친구가 있는 곳이니 궁금해 할까봐.

▲방콕의 서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대중교통수단. 운하를 타고 이동하는 배.     © 최방식

부디가 한 남자를 보고 막 웃어댄다. 티다 귀에 뭐라고 하니 티다도 사진을 보곤 같이 웃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묻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친다. 별거 아니니 궁금해 하지 말라는 투다. 그러면서 지네들끼리만 계속 웃는다. 눈치가 몇 단인데 우리가 모를까봐. 티다에게 아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부디가 끼어들며 티다의 옛 애인이라고 이실직고한다. 그럼 그렇지.

전버마학생민주전선(ABSDF) 메솟지부의 대변인 조 렌(36)이 티다의 옛 애인이었던 것이다. 얼핏 그녀의 얼굴을 훔쳐봤다. 희미한 추억의 그림자가 스쳐가는 듯 했다. 어떤 연유로 헤어졌는지 우린 모른다. 부디의 설명에 따르면, 서로 왕래가 부자유스럽고, 또 오래 떨어져 있다 보니 그리됐다고 했다. 연인들의 이별 속사정을 어찌 알겠는가.

티다의 남편은 노르웨이에서 유학을 마치고 방콕에서 그녀와 함께 살 고 있다. 남편 역시 조국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탈출한 버마인이다. 실례될까봐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보지는 못했다. 조국을 등지고, 그것도 난민으로 외국에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튼 고통일지는 짐작이 간다. 새삼스럽게 가슴이 아파온다.

그녀가 더 갈 데가 있냐고 해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더니 그러잔다. 택시를 타려는데, 티다가 좋은 교통수단이 있다며 따라오란다. 물의 도시 방콕에서나 즐길 수 있는 운하의 대중교통을 태워주겠단다. 10여분 걸었을까. 막힌 도심 도로를 이리 저리 가로지르고 넘어 한 다리 아래로 오니 꽤 많은 이들이 모여 있다.
 
▲운하를 오가는 대중교통수단 배. 안에서 본 풍경.     © 최방식

 
도심서 운하 따라 배타고 박사 집까지

조금 있으니 ‘웽’하는 엔진소리를 내며 버스 길이만한 배가 한 대 도착한다. 운임을 내겠다고 지갑을 꺼내드는데, 무작정 타란다. 빈 좌석이 있어 모두 앉았다. 배는 금방 출발한다. 속도가 굉장하다. 시속 40~50km는 될 성싶다. 5백여미터~1km마다 정류장이 있다. 순식간에 타고 내린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데도 승무원 둘이 배 양옆에서 앞뒤를 오가며 누가 새로 탔는지를 정확하게 가려내 돈을 받는다. 정말 귀신같은 솜씨다.

난 배 밖을 구경하고 싶어 일부러 서있었다. 배가 얼마나 빠른지 출렁거리며 물살을 튀기는데 순식간에 바지를 적신다. 그래서 출퇴근자 옷을 보호하기 위해 배 양옆으로 물막이 비닐을 대놨다. 배가 출발하면 곁에 앉은 이들이 알아서 비닐을 치는 게 그제 서야 보인다.

▲하루 종일 방콕 시내 여행을 안내해준 버마 카렌족 출신 미녀 티다.     © 최방식
30여분을 달렸을까? 다 왔다고 내리란다. 살라이 박사 댁에 가까운 곳이란다. 티다는 거기서 헤어졌다. 집에 가봐야 한다며 손을 흔든다. 고마워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데 순식간에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다. 종순형이 그냥 갈 수는 없다. "행복해야돼, 꼭!" 부디가 안내하는 데로 가니 백화점이다. 거기서 막 나서려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진다. 버스를 타려다 말고 택시를 잡았다.

집에 들어오는데 살라이 박사가 안 보인다. 아직 업무가 덜 끝났나보다 생각하는데, 열쇠를 잠그고 나가 부디네 집에서 기다리고 계신단다. 잠시 휴식을 취하니 박사가 들어온다. 오늘 일은 잘됐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그러신다. 호주, 미국 등을 순방하며 NLD맴버들에게 새 할 일을 논의하려는 것이며 미대사관에 여행비자 협조를 구했다고 그랬다. 잘되기를 바랄 뿐이다.
 
방콕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저녁은 우리가 대접하기로 했다. 아파트 앞에 괜찮은 식당 하나를 봐뒀다. 박사에게 가자고 하니 흔쾌히 응한다. 그 집이 자신의 단골집이라고 그랬다. 들어서니 주인이 반긴다. 그들은 박사가 누군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아는 이들이었다. 여주인이 영어를 잘하고 박사를 존경한단다.

태국에 1주일을 다니며 봐뒀던 맛좋은 음식을 여럿 주문했다. 맥주도 몇 명 시켰다. 열대 한낮의 더위가 가신 저녁, 시원한 대지의 여신을 맞으며 맥주 한잔에 맛난 꼬치구이 한 점 입에 무니 지상에서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는 듯하다. <다음호 계속>
 
/최방식(국제전문기자, 본지 편집위원) sbchoice@yahoo.com
 
[난민돕기 캠페인] “한국 영화(드라마) CD․비디오테이프․DVD 모아요.”
 
 국경지역 정글 캠프 안에 갇혀 사는 20여만명의 버마 난민들은 TV도, 영화도 볼 수 없습니다. 캠프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요. 내부 발전시설로 전기를 생산해 비디오나 컴퓨터(온라인은 불가)는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이게 캠프 밖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버마 난민캠프에도 한류 바람이 불었는지 한국의 영화, 드라마, 공연비디오(가수) 등을 좋아한답니다. 보는 이마다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뜻이 있는 분들이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기 또는 친구 집, 사무실 등을 뒤져 영상자료를 모아 보자고요. 일정한 양을 모으면 현지로 보내겠습니다.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한국인모임(공동대표 림효림, 유종순)
  -문의 011-797-7645(평화사랑, 이메일은 bschoi5@naver.com)
  -한국NLD를 후원하실 분도 찾습니다.(매달 1만원 계좌이체)
  -후원계좌(국민 034502-04-115534 예금주 유종순)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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