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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들 대상 무례한 검문검색에 불쾌감
[버마 난민촌을 가다 14] "태국경찰, 난민여성 붙들어 금품요구하고 강간"
 
최방식   기사입력  2006/10/30 [12:12]
쌀국수를 좋아한 건 뉴욕에 머물 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트남 쌀국수 식당 '포'(상호명)가 동네마다 있어 자주 찾곤했다. 특히 술 먹은 이튿날 아침은 여지없이 포로 달려갔다. 칠리소스를 얼큰하게 섞은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나면 정말 속이 싹 풀리던 그 맛 때문이었다. 한 그릇에 6달러 정도 했던 기억이다.

헌데 태국에 와보니 그 쌀국수 천국이었다. 칠리소스 대신 태국형 간장(얼큰)을 섞어 먹었다. 칠리소스와는 좀 차이 났지만 그런대로 맛이 좋았다. 아침인데도 땀을 흘리며 쌀국수를 먹고 있는데 조금 전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태국인들이 한 잔 하라며 태국맥주를 건넨다. 태국에서 최고의 맥주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말이다. 오랜 시간 버스를 탈 생각을 하니 맥주를 마시면 안 될 것 같아 받아놓고 마시는 척만 했다.
 
태국인들과 담소하며 쌀국수로 아침 떼우고...
 
▲주를 가로지르는 시외버스들.

그런데 이번에는 식당 여주인이 지나가며 바나나를 하나씩 나눠준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심성을 느끼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차속에서 배고플 때 먹으려고 배낭 한구석에 넣었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는데 남자 주인이 영어를 못하는 분이다. 얼른 도망가더니 부인인 듯한 여성을 데리고 온다. 그녀는 꽤 유창했다.

버스에 오르니 1/3쯤 밖에 자리가 안찼다. 9시간에 가깝게 타고 있어야 할테니 얼마나 지루할까? 그렇게 태국을 종단하는 버스투어가 시작됐다. 도심을 벗어나니 길이 한적할 뿐 아니라 정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하지만 그 좋던 기분도 30분만에 깨지고 말았다.

▲왕립태국경찰.  
경찰 검문소에 차가 멈췄다. 제복을 반듯하게 차려입고 권총까지 찬 경찰관 2명이 차에 올랐다. 70~80년대 독재정권 시절 차만 타면 검문하겠다고 차에 오르던 한국 경찰이 떠올라 씁쓸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앞쪽 한 여행객의 가방을 허락도 없이 마구 뒤진다. 그 뒤에 있던 경찰은 여성 한명을 복도에 세우더니 몸수색까지 해댄다. 그리고는 그녀를 대리고 버스를 내린다.

독재정권 하수인들의 안하무인격인 검문검색에 기분이 상해 구토가 나오려 했다. 버스 선반의 거의 모든 가방과 짐을 제멋대로 수색하고 다닌다. 우리가 맨 뒤쪽에 앉아있었는데, 난 검문에 점잖케 응할까 하다가 기분이 나빠 선글라스도 벗지 않고 등받이를 일으켜 세우지도 않은 채로 그냥 누워 있었다. 외국인임을 눈치챘는지 종순형 여권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내게로 향한다. 난 짐칸에 있다고 손짓만 했더니 그냥 지나간다. 그 녀석 명찰엔 '태국왕립 경찰'이라 적혀있다.
 
허락도 없이 제멋대로 가방 뒤지고 몸수색
 
"이 더러운 국왕의 개들 같으니라고." 속으로 욕을 해댔다. 버마인들 체포와 탄압에 열을 올린다는 경찰 얘기를 익히 들었던 터라, 그들의 무례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니 비위가 거슬린다. 헌데 다른 한 놈이 데리고 내린 여성의 짐을 다 쏟아놓고 뒤진다. 마약단속일까? 아님 버마 난민들 체포 작전일까? 참 씁쓸하기만 했다.

헌데 20여분을 가니 또 그런 검문검색이다. 정말 역겨웠다. 이들은 분명 뭔가 건수를 올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왜 우리나라서도 과거 군경이 수배자 검거하면 포상휴가나 특진상 받았지 않은가. 힘없는 버마 난민들, 태국의 시골사람들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를 보며 착잡한 마음 감출 길 없었다.

▲태국에 가면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푸미폰 국왕 사진. 
정말 놀랄 얘기는 나중에 방콕에 도착해서 살라이 박사를 돕고 있던 ABSDF 조직원한테 들었다. 그에 따르면, 난민촌 뿐 아니라 태국에 와있는 꽤 많은 버마 여성들이 이들 경찰에게 강간을 당한단다. 난민으로 신분이 불확실하거나 유엔고등판무관실이 발급한 난민증을 가지고 있는 게 고작이어서 이들은 막말로 경찰의 '밥'이었던 것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난민을 체포할 수 있고, 제한구역을 벗어났다고 해 감금할 수 있단다. 그러다보니 주로 여성들을 노려 체포하고, 강간한 뒤 훈방한다는 것이었다. "인간 말종들, 개같으니라고."(나쁜 경찰들만) 국왕은 그리 숭배하면서 국왕을 지키는 개들은 민중들을 탄압하다니.
 
"인간 말종들, 개 같으니라고...(나쁜 경찰만)"
 
불쾌한 기분에 버스여행도 엉망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잠이나 자려고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가 선다. 점심시간이라서 휴게소에서 섰던 모양이다. 우리는 경유지 인줄 알고 눈치를 보니 대부분이 일어난다. 운전사에게 물으니 30여분 머문다고 했다.

먼저 화장실을 찾았다. 공중화장실 어디를 찾아도 소변기가 안 보인다. 결국 대변기에 해결하고 나오는데 남자들 몇이 화장실 뒤편에서 걸어 나온다. 느껴지는 게 있어 돌아가 보니 화장실 뒤편 벽에 소변기가 쭉 붙어있다. 둘은 아침에 이어 또 쌀국수를 먹었다. 종순형은 좀 모자랐던지 소시지 하나를 산다. <다음 호 계속>
 
/최방식(국제전문기자, 본지 편집위원) sbchoice@yahoo.com

[난민돕기 캠페인]

"한국 영화·드라마 담긴 CD·비디오테이프·DVD 모아요."
 
국경지역 정글 캠프 안에 갇혀 사는 20여만명의 버마 난민들은 TV도, 영화도 볼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이 나오질 않고, 영화관이 없으니까요. 캠프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요.

하지만 내부 발전시설로 전기를 생산해 비디오나 컴퓨터(온라인은 불가)는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이게 캠프 밖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셈이죠.
버마 난민캠프에도 한류 바람이 불었는지 남녀노소 한국의 영화, 드라마, 공연비디오(가수) 등을 좋아한답니다. 자치기구 대표를 비롯해 보는 이 마다 보내주면 고맙겠다고 했습니다.

뜻이 있는 분들이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기 또는 친구 집, 사무실 등을 뒤져 먼지 쌓인 영상자료들을 모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일정한 양을 모으면 현지로 보내겠습니다.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한국인모임(공동대표 림효림, 유종순)
-문의 011-797-7645(평화사랑, 이메일은 bschoi5@naver.com)
-한국NLD를 후원하실 분도 찾습니다.(매달 1만원 계좌이체) 

[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는 지난 7월 16일부터 일주일간 태국과 버마 국경지대를 다녀왔다. 군부정권의 폭정을 피해 40여만명의 버마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양국 사람들이 그냥 뒤섞여 사는 여느 국경 도시와는 처지가 사뭇 다르다.

특히 9개 정글 속 캠프에 모여 사는 30여만명의 버마인들은 수용소 포로와 같은 삶을 강요받고 있다. 버마에서 민주화운동을 했거나 소수인종이라는 이유로 폭정을 피해 국경을 넘었건만 태국정부마저 이들을 범죄인 취급하며 정글 속에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어서 그렇다.

48년 독립과 소수인종 탄압, 45년여의 군부독재, '버마의 5·18'이랄 수 있는 '8888민중항쟁'과 정글 속 학생들의 무장투쟁, 90년 총선과 10년 넘게 거듭되는 아웅산 수지여사의 가택연금 및 세계 속의 NLD, 그리고 버마인들의 오랜 침묵과 저항을 이 번 기행을 통해 다뤄보려 한다. /편집자주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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