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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눈엔 전부 ‘빨갱이’만 보인다?
[언론시평] KBS 정연주 사장 '친북좌파'로 모는 것은 정당성만 강화시켜
 
양문석   기사입력  2006/09/12 [12:56]
 한나라당의 천박한 논리
 
한 가뭄 앞마당에 놓인 세숫대야 속만큼이나 천박한 경험을 했다. 아주 특이한 경험이었다.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한나라당의 전여옥 의원이 이끄는 ‘한나라당편파방송저지 특별위원회’ 주최 토론회 <KBS 정연주 사장 연임, 무엇이 문제인가>가 그것. 특정한 인물을 두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한다? 아주 넌센스와 같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있었던 사실’이고, 그 토론회에 필자가 시민단체 대표로서 토론자로 참석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부터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공세적인 KBS와 정연주 사장에 대한 발언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런데 첫 발제를 맡은 한나라당 진주출신 최구식의원의 ‘반미친북, 반미좌파’라는 용어가 KBS와 정연주 사장에게 쉴새 없이 꽂힌다. 아무리 그래도 국가기간방송인 한국방송KBS고 KBS의 사장인데...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전혀 다른 세상, 전혀 차원이 다른 세상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 기분에서 점점 불쾌감이 온 몸을 퍼져 나간다. 급기야 아~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도 전혀 문제없다니...하며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의 풍성함을 만끽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KBS와 KBS 사장을 향해서 반미친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일까? 그 이유를 들어보면 코웃음칠 일이지만, 반미친북좌파라는 딱지를 정연주 사장에게 붙이는 이유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최의원은 KBS가 송두율 미화 다큐멘타리를 제작 방송했고, 얼마 전에 끝난 주말 드라마 <서울1945>에서 빨갱이들을 미화하고 남한 지도자들의 행적을 왜곡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에서 북한 군가 ‘적기가’를 배경음악으로 삽입했기 때문이란다. 아주 오래 전부터 들어온,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친북좌파프로그램의 사례’다. 사실여부와 무관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친북좌파 프로그램이라고 치자. 그런데 왜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해서는 안되는가? 온통 한국의 방송은 자본주의, 아니 그들의 표현대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프로그램만 제작해야 하는가? 누구 말대로 새처럼 좌우의 날개로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면 어디 두드러기라도 난단 말인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한데 이들은 굳이 오른쪽 날개만으로 날아야 ‘정상적인 새’란다. 양쪽 날개를 함께 저으면 ‘빨갱이 새’고...
 
더욱 황당한 것은 어쩌다가 한 번 그들의 시각에서 ‘정상적인 새 짓’을 하지 않고 양쪽 날개로 세상을 날려고 하면,  ‘빨갱이 새 짓’이라고 규정하고 그 방송사의 사장은 친북좌파가 된다.
 
문제는 두 가지. 하나는 그들이 ‘빨갱이 새 짓’으로 규정한 것이 바로, 왜곡된 역사, 잘못 기술된 역사를 바로 잡는 드라마다. 그것도 아니면 하나의 사실을 ‘재해석’해서 드라마를 만들면 ‘빨갱이 새 짓’이요, 그 근원도 부정확한 ‘북한군가’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해도 ‘빨갱이 새 짓’이라면 너무 심각한 문제가 된다. 또 수많은 프로그램 중 한 두 프로그램이 그들이 규정한 ‘빨갱이 새 짓’을 했다고 그 방송사의 사장을 ‘빨갱이’로 몰아버리는 것은 한마디로 ‘작태’에 다름 아니다. 
 
너무도 많은 자유민주주의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고, 현재도 방영 중이다. 그 많은 자유민주주의의 신봉 프로그램 사이에 어쩌다가 한 번쯤 들어가는 ‘친북좌파’프로그램에 대해서 어찌도 그렇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민주주의의 기본, 아니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이 무엇인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여론과 문화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존재하는 제도다. 여론과 문화의 다양성은 뭔가? 그것은 이념적으로 보면 우파에서 좌파까지 포괄할 수 있음이요, 계급적으로 보면 재벌에서 노숙자까지 이야기할 수 있음이며, 직업적으로 보면 전문직에서 단순노동자까지 반영할 수 있음이요,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를 언급할 수 있음이 바로 여론과 문화의 다양성이다.
 
그런데 이들은 양면의 한 쪽만 필요하고, 다른 한 쪽, 즉 낮은 곳 소외된 곳 잊혀져버린 곳 잘못된 곳을 반영하거나 지적하며 외면을 넘어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들이 민주주의를 그것도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인가?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이 KBS 정연주 사장의 연임을 저지하려면 더 세밀하고 예리한, 그래서 정연주 사장 자신뿐만 아니라 정연주 사장을 연임시키려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부끄러울 정도의 내용을 갖고 ‘연임저지’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같은 논리로 KBS와 정연주 사장을 비판하면 그들은 ‘전혀 문제 없다’는 듯 오히려 그의 연임에 더 많은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논리는 한 가뭄 앞마당에 놓인 세숫대야 속만큼이나 천박하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시민의신문>(www.ngotimes.net)에도 기고했습니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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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9/12 [12: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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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화암 2006/09/13 [22:00] 수정 | 삭제
  • 수구정당인 한나라당과 수구언론 조중동 등등 수구류을 보노라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쓰신 글 중에 "오른쪽 날개만으로 날아야 ‘정상적인 새’란다. 양쪽 날개를 함께 저으면 ‘빨갱이 새’고..."라는 구절 읽으며 서글펐습니다
    어쩌다가 나는 반백년이 넘도록 허리 잘린 이런 나라에 태어나 수구류들과 함께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야 하는지..
    한 쪽으로만 보면 광어나 도다리 눈깔 되기 십상인데 수구류들을 보면 정말 걱정됩니다
    피를 나눈 내 동족보다도 더 끔찍하게 미국을 조국처럼 생각하는 친미주의자들인 수구류들을 생각하며 찢겨진 깃발처럼 서글픈 내 조국을 바라봅니다




  • 낙화암 2006/09/13 [21:56] 수정 | 삭제
  • 수구정당인 한나라당과 수구언론 조중동 등등 수구류을 보노라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쓰신 글 중에 "오른쪽 날개만으로 날아야 ‘정상적인 새’란다. 양쪽 날개를 함께 저으면 ‘빨갱이 새’고..."라는 구절 읽으며 서글펐습니다
    어쩌다가 나는 이런 나라에 태어나 수구류들과 함께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야 하는지..
    한 쪽으로만 보면 광어나 도다리 눈깔 되기 십상인데 수구류들을 보면 정말 걱정됩니다
  • 과거 2006/09/13 [14:14] 수정 | 삭제
  •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의 주적은 북한(전략상 국방백서에서 뺏지만)
    이와 같이 극히 대립되는 현실의 어려움도 있지만
    한나라에 반하는 어떠한 작은 목소리도 반미나 좌파라고 매도 당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정체성을 뒤 흔드는 작태다.
    도대체 그런 정체성을 지닌 한나라의 존재의미는 뭔지 분노한다
  • 호랭이 2006/09/12 [16:24] 수정 | 삭제
  • 윗 놈아..정파 좋아하네...정연주를 반대하는 것 자체가 극히 정파적이라는 거 몰라? 하여간 세상이 온통 빨갛게만 보이는 인간들에게 뭔 말인들 통할까...ㅋ
  • 그래도 2006/09/12 [15:37] 수정 | 삭제
  • 참신한 인사를 KBS 사장에 임명해야 한다.
    방송이 정파에 휘둘려서는 안돼, 정연주는 그런 점에서 자격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