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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떡고물‘에 목매단 방송계 인사들의 추태
[시론] 정권부역자, 신문사주의 심부름꾼이 차지한 방송위에 방송은 없다
 
양문석   기사입력  2006/08/08 [15:42]
최근 방송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구성되고, KBS와 MBC 이사진이 선임되었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위원 명단이 최근에 발표되었다. 곧 EBS 사장과 이사 선임이 있을 예정이다.

방송위원회가 선임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는 KBS 이사, 방송위원회가 선임 임명하는 MBC와 EBS 이사. 문제는 방송위원회다. 이들은 아마도 ‘신의 아들’인가 보다. 83명의 KBS 이사 후보와 49명의 MBC 이사 후보를 거의 반나절 만에 뚝딱 뚝딱 선임해 버린다.

선임기준도 없다. 선임된 자들을 놓고 선임기준을 역추적하려해도 일관되고 뚜렷한 잣대, 즉 방송법이 정하고 있는 대표성 전문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단지 정치권의 나눠먹기만 아주 뚜렷하다. 이것이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지. 하지만 떨쳐버릴 수 없는 것 하나. 애초에 의혹이 있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개연 등은 한국의 방송정책을 이끌 방송위원 선임이 파행 졸속이라며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 언론노조 제공

KBS 이사의 경우, ‘저 높은 곳’에서 7명을 내정, 방송위에 통보하고, 나머지 4자리만 방송위가 알아서 선임하는 각본이 흘러 다녔는데...‘저 높은 곳’에 온 몸으로, 맹목적으로, 성과 열을 다해 ‘충성심을 자랑하는 방송위원들’이 내용상 추인하고 형식상 선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선임된 자 면면을 보면 ‘사실인 모양.’

‘아니꼬우면 권력 잡던지 권력 따까리 하던지...’하고 비아냥거림을 참고 넘어간다고 치자.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개입하면 안되는데...

이미 ‘삼성의 이건희 X파일’에서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당시 삼성 구조본의 이학수 본부장에게 말하던 ‘편집국장’이 바로 전육 현재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다. 그런데 방송위원가 최근 선임한 KBS 이사 중 전육 방송위원이 편집국장으로 있을 때 정치부장으로 ‘홍석현과 전육의 심부름’하던 자가 포함되어 있다.

삼성 구조본이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세간에 흐르고 있다. L씨가 야당 대표에게 건 전화 한 통. 이로 인해 방송위 비상임위원으로 내정되었던 사람이 상임위원으로 바뀌고 상임위원으로 내정됐던 사람은 자기 직장에 휴직서를 냈다가 급히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이 소문의 핵심. 삼성 구조본의 해명이 필요하다. ‘눈덩이’로 불려서 해명하는 것보다 지금 해명하는 것이 나을텐데...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지분 70%를 소유하고 있는 공영방송이다. 그래서 방문진 이사가 곧 MBC 이사며 이 곳은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방송위가 직접 임명한다. 그런데 여기에 기가 막힌 경력을 가진 자가 들어있다.
 
지난 1983년 MBC에서 정치부장으로 있다가 83~88년, 즉 전두환 군사독재시절에 대통령 공보비서관을 지냈고, 노태우 정권 때인 88~91년, 국가안전기획부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92~96년 14대 국회의원을 하고, 지난 2000년부터 한국외국어대 정책과학대학원 신문방송학 겸임교수로 있는 자가 이사가 된 것이다. 방송이 ‘권력의 시녀’라는 머리띠를 공공연히 매고 다니던 시절, 권력의 시녀를 통제하던 자리가 ‘대통령 공보비서관’이다. ‘독재시절의 망령’이어야 할 자가 ‘2006년 공영방송의 이사’라니. 우습다.
 
한국방송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방통추) 위원 선임도 저질 코메디.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때 편집위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출판사의 사장, 즉 한 때 모시던 ‘사장님’을 방통추 위원으로 모신 꼴. 방송위원 중 한 명도 이제까지 언론계 또는 방송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거의 이 판에서 일한 적이 없는 변호사가 선임되어 알아보니, 비서실장 고교 후배라더니. 비서실장이 세긴 센 모양.
 
한마디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방송계 인사 선임과정은 ‘개판’이며, 이를 보는 사람들의 심정은 ‘목불인견’인 셈. 왜 이런 짓들을 서슴없이 하는 걸까? 그것은 바로 노대통령이 취임 초기 KBS에 가서 한 말이 오늘의 목불인견 현상을 이해하는 주요 실마리. ‘방송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
 
신문은 의제설정과 해설 영역에서 가히 독보적이다. 하지만 방송은 의제확산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무리 신문이 뛰고 날아도, 조중동이 담당하는 독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4백만 명 안팎. 하지만 방송은 시청률 10%만 되어도 5백만 명이 넘는다. KBS 9시뉴스 시청률이 평균 20%니까, 하루 저녁에 1천만 명 이상이 시청한다. 정치권이 합리적 인선보다 몰합리 몰이성 몰상식적인 사람 선임을 할만한 ‘정치적 가치(?)’가 있는 곳이 바로 방송계 주요 인사 선임이다.
 
변하지 않는 정치권력과 정치권의 ‘방송장악탐욕’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 본 기사는 <시민의신문>(www.ngotimes.net)에도 기고했습니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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