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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슬픔이 병을 안겨주네요
[박미경의 삶과 노동] 폐가 나빠 폐활량도 작아져, 어머니 생각만 간절
 
박미경   기사입력  2005/04/12 [17:40]
분노는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 분노를 삭이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잘 웃고 때론 아이와 장난도 치며 살아가는데 순간 분노가 쉽게 끓어오릅니다. 낮에는 그런 대로 잘 지냅니다. 그런데 조용한 새벽만 되면 이상하게 잠도 안 오고 힘들었던 지난날이 생각나서 미쳐버릴 정도로 괴롭습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은 가빠지고, 베개에 눈물자국만 새깁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귓속에 고이는데도 고개를 돌리지도 못합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는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꼼짝할 수도 없기 때문이지요. 방바닥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 속은 울렁거리고 심한 어지러움증에 시달려 간신히 눈을 떠보면 천장에 있는 야광별 스티커는 그대로입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서있을 힘도 없어서 방에 누워 있었지요.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팔만 뻗으면 전화기에 손이 닿는데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힘이 없는지 이상해서 병원에서 링거를 맞아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몇 년 전부터 가끔 이런 증상으로 괴로웠습니다. 남편과 아이에게는 들키지 않으려고 숨죽이며 입술을 깨뭅니다. 가슴속에 맺힌 한이 너무 깊은 탓일까요? 자주 이러는 제가 정상은 아닌 듯했습니다.
 
가끔씩 왼쪽 눈 밑도 떨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과 다리도 저리고요. 밥 먹을 때 젓가락질하거나 요리를 할 때 주걱으로 몇 번 젓고 나면 손이 마비되는 듯 하여 왼손으로 오른손을 몇 번씩 주물러야 했습니다. 다리와 발바닥에 쥐가 내려 고함을 지르기도 합니다.
 
남들이 걱정하며 한의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계속 미루기만 했습니다. 혹시라도 큰 병이면 어쩌나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며칠 전, 평소와는 달리 눈 밑이 조금 심하게 떨려 하는 수없이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한의사가 저에 대해 너무 잘 알더군요. 태음인 중에서도 한 태음인이라며 연예인을 예로 들자면 이은주나 이영애 스타일이랍니다.
 
"한 태음인은 폐가 보통 체질보다 조금 약하게 타고난 것도 있지만,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우울증도 잘 생기고, 심하면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죠."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적 있는데 약 먹어도 그때뿐이고 안 낫던데요. 저도 자살 기도한 적도 있어요."
 
말하는 순간,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목소리가 잠기고 말았습니다.
 
"뇌로 들어가는 산소 량이 부족하다보니 자주 어지럽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늘 피로감을 느낄 거예요. 뒷골도 댕기고…."
 
요즘은 덜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땐 뒷골이 자주 댕겨 아팠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천천히 뛰거나 걸어도 숨이 차서, 집에 돌아 온 뒤엔 바로 뻗어버릴 정도로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옥상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도 힘에 부쳐 한숨을 내쉬며 발을 뗄 정도입니다. 이렇게 힘이 없는 저에게 남편은 "할머니 같다"고 말합니다.
 
남편이 출소하던 해에 함께 건강검진을 받을 때였습니다. 폐활량을 검사하는데 저는 나팔 같은 것을 입에 대고 크게 숨을 내 쉬지 못했지요. 간호사가 다시 힘껏 불어보라고 했지만 정상 수치에 모자라 서너 번 다시 불어야했습니다.
 
한의사는 율무가 폐에 좋다며 밥을 할 때 꼭 섞어 먹으라며 몇 번이나 당부하며, 한약을 먹어볼 것을 권하더군요.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운은 없고,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병은 모르면 약이라는데, 차라리 한의원에 가지 말걸….'
 
남편이 목 디스크 치료를 받으러 멀리 광주에 간 날이었습니다. 울보. 혼자 밥을 먹다 바보같이 눈물이 났습니다. 목은 메이면서도 꾸역꾸역 밥알을 삼킵니다. '나라도 건강해야 하는데….'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숱한 나날들이 저에게 짐을 하나 더 얹어주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힘들어할걸 그랬습니다. 분노와 슬픔으로 생긴 마음의 병이 이렇게 클 줄이야.
 
몸이 안 좋으니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오늘은 봄볕처럼 따스한 우리 어머니의 품에 안겨 아픈 마음을 달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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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4/12 [17: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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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라 2005/04/23 [22:12] 수정 | 삭제
  • 홧병이네요.

    제게 마법의 묘약이라도 있다면, 그걸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님에게 가장 필요한 묘약은 이게 아닐까요.

    삼성 타도!

    남편의 직장 복귀!

    명예 훼손 복권!

    힘내십시오.

    결국 박미경님이 승리할 것입니다.

    서울에서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