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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가족의 8년은 지옥같은 삶이었습니다
[주장] 대법원은 해고자 가족의 '피마르는' 고통 헤아려 정당한 판결내야
 
박미경   기사입력  2005/06/02 [17:52]
얼마 전이었습니다. 현대미포조선 해고자인 김석진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박미경동지, 지금 막 집사람이 수술실에 들어갔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3월 말 경 김석진씨 가족과 우리 가족이 처음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내인 한미선씨가 목과 어깨에 통증이 심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  지난 3월 26일 언양에서 우리가족과의 만남 중.        © 박미경
 
무슨 수술이냐고 물으니 우려했던 목, 어깨는 아니고, '맹장수술'이라고 했습니다. 해고자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수술실에 들어가는 아내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해고자 가족으로 살아온 지 8년의 기나긴 세월동안 김석진씨의 가족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날들이 많았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를 형편이 어려워 입원도 못시키고 집에 모시는 4년여의 기간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매일 아내와 교대로 30분 간격으로 고무호스로 어머니의 가래를 뽑아 주며 꼼짝 못하는 어머니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를 간호하던 모습                © 김석진

어머니가 운명하자마자 생활전선으로 뛰어든 그의 아내는 생계를 위해 화장품 외판을 하고있는데 무거운 화장품 가방을 메고 걸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목과 어깨의 아픔은 가중됩니다. 
 
수술 후, 쉴 겨를도 없이 실밥을 떼자마자 곧바로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 집을 나설 그의 아내를 생각하면 같은 해고자의 아내로써 마음이 짠합니다. 
 
남편이 투사면 가족들도 한 마음이 됩니다. 아내도 남편과 함께 투사가 되고 어린 딸은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노동운동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몇년 전, 집회시 남편의 복직을 위해 발언중이던 아내 한미선씨의 모습     © 김석진
김석진씨는 아내와 두 딸을 뒤로하고 상경해 지금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이 3년이 넘도록 연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초에 대법원 앞에서 53일간 1인 시위 한 데이어 두 번째입니다.
 
김석진씨는 2000년 현대미포조선 정문 앞에서 180일간 철야노숙투쟁과 이후 43일간의 단식투쟁을 했습니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최소한의 복식도 못한 채 한 겨울에 울산지역의 각 노동단체와 노동조합에 양말을 팔러 다녀야 했습니다. 단식 후유증으로 무릎과 허리가 안 좋아 1인 시위하느라 오래 서있으면 통증이 심하다고 합니다. 
 
아내 한미선씨는 수술 후 무리한 탓인지 감기, 몸살에 걸려 오늘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불면증까지 찾아와 밤새 뒤척인 바람에 낮엔 많이 지치고 피곤하다고 합니다.
 
자신이 아프면서도 "저번에 보니 아저씬 목에 깁스했던데 건강은 어떠냐"며 오히려 우리가족을 걱정하며 한숨을 내쉽니다.
 
"언제나 좋은날이 올지 참 힘들다. 힘들어…."
 
해고이후, 김석진씨가 거대 자본에 맞서지 않고 적당히 고개 숙이고 살아왔더라면 현실은 아주 편한 삶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지금처럼 아내에게 생계의 부담을 주지도, 가족모두 가슴에 억울함과 분노를 안고 살아가는 아픔 따윈 애당초 없었을 것입니다. 
 
▲  43일간 단식투쟁을 하던 때의 김석진씨. (84kg인 몸무게가 단식후 63kg으로 줄어듬)      ©  김석진


8년 간이나 계속되는 해고자 가족들의 삶은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한 마디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고통입니다. 대법원은 어려운 생계로 고통받는 김석진씨 가족에게 하루빨리 판결을 내려 '피 마르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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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6/02 [17: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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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경 2005/06/03 [00:13] 수정 | 삭제
  • 현대미포조선 해고자 김석진씨의 아내 한미선씨가
    가장 분노하고 억울해하는 일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남편이 '폭행죄'와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로 벌금 오백만 원을 납부한 일이라고 합니다.

    "남편이 단식 끝난 지 얼마 안되어 1심 복직 판결 받고 미포조선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경비들에게 폭행 당해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어요."

    회사에서는 입원중인 김석진씨에게 찾아와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입원비까지 납부하고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비가 맞았다며 오히려 김석진씨를 고소한 것입니다.

    "남편 몸무게가 84kg에서 단식 후 63kg로 줄어 1인 시위도 겨우 했어요. 경비들에게 손도 안 댔고 그때 회사가 CCTV를 사진으로 찍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도 남편이 경비를 폭행한 장면은 없었어요. 정말 피눈물나는 일이죠."

    정작 폭행 당하고 3일간이나 입원한 피해자이고, 증거가 없는데도 경비가 맞았다는 말 한마디로 김석진씨가 폭행죄를 뒤집어 쓴 것입니다.


    (김석진씨가 현대미포조선 경비들에게 폭행 당한 후 끌려가던 모습)

  • 자보팬 2005/06/02 [20:56] 수정 | 삭제
  • 대법원 재판장님께 드립니다

    -큰딸 중2 김소연-


    (아빠가 해고 되었을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던 저와 동생입니다.
    지금은 중2,초등5학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97년 해고되어
    8년째 복직투쟁을 하고있는 김석진 해고노동자의
    큰딸 김소연(중2. 16세)입니다.

    8년 전 저와 동생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닐 때
    아빠는 해고되었습니다.

    해고 후 지금까지 아빠는 8년간 생계비 한푼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얼마전 아빠와 노조활동을 같이했던 대의원들이
    아빠가 복직되면 회사 8년 무분규 전통이 깨어질 우려가 있다며

    아빠의 복직을 반대한다는 진정서를
    대법원에 제출했을때 아빠와 엄마는 정말 괴로와 했습니다

    아빠는 혼자서 변호사를 싸서 지금까지 소송을 하여 왔습니다

    아빠께서 회사정문에서 180여 일간 철야노숙과 43일간
    단식을 할 때 저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에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과 저는
    농성 장에 찾아오는 아저씨들이 주는 용돈과 과자가 좋아서 함께 있었습니다.


    (84kg인 아빠의 몸무게가 단식후 63kg으로 줄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저는 중학교 2학년이고 동생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몇 개월 전 간단하게 쓰여진 전태일 아저씨 관련 책을 읽고 난 후
    아빠께 부탁해서 전태일 평전을 구하여 읽어보았습니다.
    그 당시 전태일 아저씨가 왜!! 분신을 하셨는지
    왜!! 2005년 지금도 전태일 아저씨가 존경을 받고 있는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아빠는 울산과 부산법원에서(1,2심) 복직판결이 났는데
    대법원에서 3년 3개월 째 판결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빠 말씀대로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정치사건이 아닌
    생계사건은 1년 정도면 다 판결이 난다고 합니다.

    아빠는 저희들에게 한 달이 지나면 한달 만 더 기다려보자 했고
    계속 3년 동안 동생과 저에게 똑같은 말씀만 하여왔습니다.

    3년 동안 동생과 저는 가지고 싶은 것 하고싶은 것 꾹 참고 한달 한달 아빠 말씀대로 기다려 왔습니다.
    동생이 투정을 부리면 아빠께서 힘들어 하실까봐 동생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합니까.

    아빠께서 복직투쟁하는 모습을 보고, 전태일 평전도 읽어보고,
    대법원의 판결이 왜!! 늦어지는지 들으면서
    법은 힘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가끔 친구분들과 전화할 때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대법원판결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8년을 해고가족으로 살아온 저희 가족에게는
    가족 전체의 희망과 절망이 걸린 중요한 문제입니다

    존경하는 대법원 재판장님.
    하루빨리 판결을 받아 아빠께서 회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2005. 5월 현재 판결을 기다리며 대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계시는 아빠의 모습입니다.

    2005.5 29

    큰딸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