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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구속시키면 무릎꿇을 줄 알았습니까?"
[박미경의 삶과 노동]평범한 주부는 어떻게 '삼성에 한맺힌 여자'가 됐나
 
박미경   기사입력  2005/08/09 [17:58]
나는 '노동운동'이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피켓', '1인시위'가 뭔지도 모르는 평범한 주부였다. 근심걱정 없이 행복한 나의 삶에 먹구름이 드리운 건 남편이 해고 된 뒤부터다. 남편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노사협의회 위원을 맡았다.

내가 생각해도 투쟁은 당연한 것이었다

회사에 아양떨고 무조건 회사 뜻대로 움직이는 일부 한심한 노사위원들과는 달리 남편은 현장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남편이 회사에서 볼 때는 눈엣 가시였을 것이다.

결국 남편은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 남편과 함께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전환을 반대하며 외출증을 끊어 외출하고, 월차를 이용해 본사 항의 방문을 다녔던 동료 노사위원들은 모두 정상근무와 월차 처리가 됐는데 유독 남편만 무단결근, 무단외출로 표적 해고를 당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됐다.

남편은 해고가 억울하다며 투쟁하겠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투쟁은 당연한 것이었다. 노조가 있는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해고자에게 방송장비와 생계를 지원한다. 그러나 노조가 없는 삼성은 다르다. 모든 걸 해고자 가족이 해결해야만 한다.

남편이 집회 때 쓸 방송장비를 사느라 천만 원 가량을 썼다. 평소에 단돈 십 원이 아까워 발품 파는 내가 그 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매일 부서진 시위 피켓을 다시 만드는 남편

당시, 나는 4살짜리 딸아이를 키우며 5평 짜리 비디오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1년 중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고생해서 번 돈을, 생활비를 아껴 남편에게 투쟁기금을 지원했다.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등 장거리에서 집회가 열리는 날엔 꽤 많은 비용이 들었다. 도로 비와 차 기름 값 등. 장거리 집회가 많은 달엔 걱정이 앞섰다. 허리띠를 더욱 더 졸라매야 했으니까.
 
▲삼성SDI가 집회장면을 가리기위해 통근버스로 막아버리자 하는 수 없이 남편 차량위에서 피켓시위를 한 필자     ©박미경

당시 나는 물적 지원 외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과묵한 남편은 집에서는 밖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선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이 삼성SDI앞에서 홀로 1인 시위할 때 경비와 노무관리자들 수 십 명에 에워싸여 멱살을 잡히고 폭행을 당한 것도, 피켓이 부서진 것도 몰랐다.
1인 시위를 다녀오면 남편은 항상 피켓을 새로 만들었다. 난 아이를 키우고 생계비를 벌어야했기에 남편의 투쟁에까지 신경 쓸 수 없었다.

납치, 감금, 폭행, 협박에 구속까지

남편혼자 1인 시위를 가면 난리법석을 피우는 삼성의 경비와 노무관리자들이 친구와 함께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방해도 않고 조용하다는 것을 난 얼마 전에서야 알았다.

삼성직원과 불량배들에 의해 납치, 감금, 폭행, 협박당했을 때의 이야기도 남편이 구속된 뒤에야 알았다. 해고도 억울한데 명예훼손으로 구속까지 당하고 보니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두 팔 걷어붙였다.

회사 임원이 협상하자고 집에 찾아왔지만 한마디로 거절하며 톡 쏘아붙였다.

"구속시키면 무릎 꿇을 줄 알았습니까?"

어느 날, 가게를 마치고 방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남편의 서류가방이 눈에 띄었다. 열어보니 삼성의 집회방해 사진과 남편이 폭행 당해 치료를 받은 진단서와 약이 있었다.

삼성의 불법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나의 작은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현실과 억울함에 머리를 쥐어뜯고 가슴을 치고 통곡했다. 삼성을 박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새벽 3시경, 초보 운전솜씨로 남편의 트럭을 몰고 삼성SDI앞으로 달려갔다.

회사 정문을 박아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순간, 홀로 잠들어있을 딸아이 생각이 났다. '나마저 감옥에 가면 아이는 누가 돌볼 것인가'하는 생각에 삼성SDI앞을 한바퀴 빙 돌고 돌아왔다. 얼마나 울었는지 신호등과 가로등이 헷갈릴 정도로 앞이 안보였다. 시속 30km로 감속 운행하는데도 차가 비틀거렸다.

24시간 감시와 미행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남편 첫 구속 시에 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했다. 98년 해고이후부터 계속된 24시간 감시와 미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남편이 구속까지 되니 제 정신이 아니었다.

눈에 사자와 귀신이 보이고 환청에 시달렸다. 우울증, 피해사고, 신경쇠약, 불면증, 소화불량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우울증은 약물로 치료될 병이 아니었다. 약을 먹는 순간에는 약 기운에 취해 잠이 들었지만 약이 없으면 또 우울해졌다.

문구용 칼만 봐도 동맥을 끊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겨 팔에 칼을 대기도 하고, 자살사이트를 찾아 헤맸다. 아직까지도 삼성이 우리가족에게 자행한 불법을 생각하면 분노가 이글거려 잠도 안 온다. 우울증도 해가 갈수록 심해져 어떤 날은 호흡도 고르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의 병으로 인해 가장 먼저 정신이 황폐해졌다.

두 번째로는 위장 장애가 찾아왔다. 남편이 두 번째 구속 시, 나는 '역류성식도염'증상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별 차도는 없었다. 그뿐인가. 현재는 폐도 안 좋고 팔, 다리에 힘도 없다.

남편은 두 번 째 구속 시, 아픈 상태였다. 피가 모자라고 혈압도 높고, 신경쇠약, 그리고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신경성 피부염으로 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구속이 된 것이다. 출소 후, 목디스크 증상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어 현재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다. 감기를 모르고 살 정도로 그토록 건강했던 남편이 시래기 신세가 된 것을 보면 삼성에 이가 부득부득 갈린다.

삼성이 준 선물, 인권의 소중함

극악무도한 삼성이 내게 준 선물이라고 해야할까. 삼성에 무지막지하게 짓밟힌 뒤, 난 많이 변했다.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고,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사소한 것들마저 아름다워 보인다. 또한 생명의 소중함과 인권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나도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라 함께 투쟁의 대열에 섰다. 삼성이 남편을 두 번 구속시킨 것도 모자라, 나를 구속시키든 난 개의치 않는다. 여자가 한이 맺히면 얼마나 무서운지 톡톡히 보여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 8월호에 실린 글을 약간 수정하고, 피플타임즈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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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09 [17: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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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수 2005/12/20 [11:58] 수정 | 삭제
  • 자신들 밑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 대한 삼성의 악독한 행위는 당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거기에 대한 말을 할수가 없다.
    삼성은 직위가 높은사람 위주의 경영이라 밑에 사람에 대한 배려는 전연 없는것으로 알고 있다.
    계열사 상무나 부장이 퇴직 하면 용역회사를 만들어 자회사에서 용역을 맞아 없는 사람들의 작은돈에서 거의 30%이상을 착취 한다고 알고 있다.
    그용역에서 부장 크라스가 퇴직 하면 또 용역을 만들어 그밑으로 들어가
    용역을 따 또 30% 정도를 하는 식으로 비정규직의 양산을 제일 많이 많드는
    곳이 삼성인것으로 알고 있다.
    나라의 대통령 선거에 관여 하여 자신들의 위치를 대통령도 좌지 우지 할려는 심보로 돈을 준것이 한두번이였나 생각해보라..
    저네들 마음대로 주고 저네들 마음대로 하려한 그비밀스러운것이 X 파일인데도 검찰이 무슨경제를 적용하고 지네들이 법을 관장 해서 무혐의로 죄없다 판정을 한단 말인가..?
    그것은 삼성의 장학생 떡값을 안받은 검사가 없다 시피 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말이다.
    검찰 부터 잘못을 인정 받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수사지휘권을 주어 검찰도
    털어 먼지 안나는가를 조사 할수 있어야 우리나라의 힘이 다시 생길것이다.
  • 수아리랑 2005/09/06 [00:12] 수정 | 삭제
  • 삼성이다
    국민의 골을 빼 처먹는 것들 삼성
    그리하여 자기들만 배 채우는 삼성
    불법이란 불법은 모조리 집대성하여 원없이 써먹는 삼성
    이 삼성 언젠가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
  • 蓀님 2005/08/31 [13:14] 수정 | 삭제
  • 자본의 개가 되어 충실하게 살아가면 따뜻하게는 살 수가 있지만, 인간답게 살려고 몸부림치면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게 된다...
    어떤 것이 더 나은 삶인지는 알 수가 없다...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개짓을 하고 사는 노동자가 이땅에 많이 있다...
    개가 된다고 다 더러운 것은 아니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개짓을 해야만 한다...멍멍멍...
    이 땅은 어차피 더러운 자본의 땅이니까...
    투쟁도 너무 빡세게 하다보면 골로간다...
    엄연한 현실이다...안타깝지만...
    슬픈 현실이다...
  • 초라한나그네 2005/08/29 [21:16] 수정 | 삭제
  • 박미경씨의글을읽고 다시한번 삼성의 만행에 분노를 느낍니다.
    건강먼저 신경쓰시고요
    진실은 언젠간 승리하리라 봅니다.
    힘내세요
  • 장강 2005/08/24 [12:01] 수정 | 삭제
  • 자본의 노예로 전락해 있는 이 땅의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위대한 투쟁입니다. 힘내십시오. 반드시 승리합니다.
  • 마루 2005/08/11 [18:22] 수정 | 삭제
  • 너 죽으면 반드시 지옥간다 어차피 갈꺼 나쁜짖 여한없이 하구가거라 ㅆ ㅂ 눔아
  • 애니칼 2005/08/09 [23:39] 수정 | 삭제
  •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건강 조심하시면서 싸우세요. 혼자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