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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을려 했지만 눈물과 분노가 솟구칩니다
[박미경의 삶과 노동]98년 해고 이후 망가진 남편의 수술을 기다리며
 
박미경   기사입력  2005/07/09 [02:38]
지난 7일 오후,  남편이 병원에 다녀온 뒤 수술날짜가 잡혔다고 말했습니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갑작스럽게 수술한다는 말을 들은 터라 순간 울컥했지만 꾹 참았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입원해서 각종 검사를 받고 화요일에 수술을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위장이 안 좋아 병원치료를 받고 계시는 어머니께서 와 계셨기에 시골에 모셔다 드리기 위해 남편은 집을 나섰습니다. 남편 차가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울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계속 눈물이 쏟아지며, 분노가 머릿속을 가득 메웠습니다.

'두 번째 구속만 안 됐어도 이렇게 힘들진 않을 텐데….'

 © 대자보
남편은 지난 2001년 명예훼손죄 등으로 두 번째 구속당시 아픈 상태였습니다. 98년 해고 때부터 계속된 24시간 감시와 미행에 시달리다 옥살이까지 한 탓에 피가 모자라고 혈압도 높고, 신경쇠약, 그리고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신경성 피부염으로 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구속이 된 것입니다.

복용 중이던 한약도 구치소에는 반입이 안 돼 남편은 약도 못 먹고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았지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학교수업을 마친 복둥이 딸아이가 돌아왔습니다.

"엄마, 또 왜 울어요?"
"은지야, 아빠 수술한대. 수술하다 잘못되면 전신마비 될 수도 있다던데…."
"왜 수술해요?"
"아빠 목 디스크가 심하잖아. 치료해도 안되니까 수술하지."


바보같이 아이에게 말하면서도 울먹였습니다.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방에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공부하러 가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는 평소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뭘 물어보려고 방으로 향하며 "은지야"하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후다닥 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꼭 무슨 잘못해서 들키지 않으려고 숨으려는 듯이…. 아이는 휴지로 코를 막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허약한 탓에 조금만 피곤해도 코피를 잘 흘리는 아이인지라 코피가 난 줄 알았습니다. 아이 얼굴을 보려고 안으니 고개를 돌립니다. "왜 그러냐"며 얼굴을 확인하니 울고 있습니다.

"왜 울어?"
"몰라요."
"은지야, 속상하면 크게 소리내서 울어. 숨어서 조용히 울지 말고."


우리 아이는 몰래 숨어 우는 버릇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이모 집에서 놀때도 집에 가고싶은 마음에 아무도 몰래 혼자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울던 아이였습니다. 그때 이모인 제 동생이 애가 소리내서 울어야 어른들이 우는 이유를 알텐데 방구석에 숨어서 소리 없이 울면 어떻게 아냐며 걱정을 했습니다.

아이에게 괜한 걱정을 끼쳐 마음을 아프게 했던 제가 아이를 꼭 끌어안고 다시 아이를 달랬습니다.

"괜찮아. 아빠 수술 잘 될 거야. 힘내자. 우리 원래 강하잖아."
"엄마가 나 때릴 때만 강하잖아요"하며 아이가 그제야 웃음을 보입니다. (친구처럼 지내는 아이와 저는 심심하면 서로 장난으로 때리고 도망 다닙니다.)

아빠에게 보여줄게 있다며 문구점에 갔다온 아이가 골판지와 사랑표 스티커로 정성을 다해 근사한 선물을 만들었습니다. 아이의 기특한 마음씀씀이에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립니다.
 
아무리 사는 게 지긋지긋해도 힘을 내야하는데, 사람마음이 언제나 맑은 하늘일 수는 없나봅니다. 부디 남편 수술이 잘 돼 예전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 아빠 수술이 잘 되길 바라며... 송은지 작     © 박미경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와 피플타임즈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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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7/09 [02: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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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팅!! 2005/07/11 [11:57] 수정 | 삭제
  • 힘내라~~
  • 정문순 2005/07/11 [10:49] 수정 | 삭제
  • 쾌유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