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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도 빼앗길 판에 국경일마저 없애겠다?
법정공휴일 폐지, 경제5단체의 구식 논리, 노동자에게 '떠넘기기?'
 
임동현   기사입력  2005/04/12 [16:37]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내년부터 개천절을, 그리고 2012년부터는 현충일과 어린이날을 공휴일에서 폐지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7월부터 주 40시간,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는 마당에 공휴일까지 많아지면 경쟁력 면에서 선진국보다 뒤쳐진다는게 그들의 논리다. 
 
액면 그대로 따져보면 옳은 말이기도 하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허나 지금이 과연 이런 식의 주먹구구식 경제논리가 통하는 시대인지 생각해보면 의아한 마음이 든다.
 
이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 엄연히 개천절, 제헌절은 나라가 탄생하고 헌법이 탄생한, 말 그대로 국가의 경사일, 국경일이다. 이것을 공휴일에서 제외한다면 우리는 예전에 국경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의 오류를 답습할 수 있다 . 
 
차츰 우리는 10월 9일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으며 자연히 한글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멀어지고 말았다. 예전에 국경일이면 방송에서는 "단순히 노는 날이라고 생각하시지 마시고 꼭 이러이러한 마음을 가지는 그런 뜻깊은 하루 되시길 바란다"란 멘트가 나오곤 했는데 나라의 경제를 생각한다는 사람들 자체가 그 날을 노는 날로만 생각하고 있는 정말 단세포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것에 우선은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이 논리대로라면 조만간 광복절도, 삼일절도 공휴일에서 제외될 것이 확실하다. 
 
경제 5단체들은 주 35시간 근무제에서 완화법을 통해 48시간까지 가능하게 한 프랑스와 근무 시간을 늘림으로써 일자리 보장을 약속받은 독일의 사례 등을 들어 근무시간 연장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정책은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연장한 것이지 휴가나 휴무를 박탈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는 것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일단 우리 나라가 휴일이 많은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현재 노동자들 중에 이 많은 휴일들을 온전히 챙기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휴일임에도, 심지어는 명절에도 고향에 못 가고 부지런히 땀을 흘리고 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있는 휴일도 제대로 챙기 못하고 있는 이 상황에 그나마 있던 휴일도 없앤다는 것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현 시점에서는 그야말로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어리석은 계획일 뿐이다. 결국 이 주장은 현재의 경제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그리고 추가수당 등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권리를 빼앗으려는 경제 단체들의 얄팍한 논리에 불과한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공휴일 축소는 경제 성장의 답이 결코 아니다. 정부의 현명한 생각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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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4/12 [16: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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