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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민주’ 당의장 선거와 ‘와우각상쟁’
국민과 정당개혁 실종 부르는 ‘정문연’과 ‘유두관’의 달팽이 뿔위 쌈질
 
김영국   기사입력  2005/03/25 [13:57]
일꾼 선거인가 저주의 굿판인가

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
‘달팽이 뿔 위에서 하는 싸움’이라는 뜻으로 작은 공간(혹은 나라) 안에서 사소한 일로 벌이는 다툼을 말한다.(出典- '莊子' 則陽篇)

지금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당권을 놓고 벌이는 당의장 선거가 딱 그 모양이다.

4월 전당대회를 향한 열린우리당 내 당권경쟁이 격화되면서 계파간, 지지자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유시민의 “정동영계는 용서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 주장이나 정동영-문희상 측의 “유시민은 터무니없는 독선과 아집, 경박함과 말 바꾸기의 귀재” 주장이나 친노단체인 국민참여연대 측 인사의 “잔머리 굴리는 저질스러운 짓거리들”, “계보정치의 망령을 부활시키는 유시민식 개혁” 등등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험담들이 절제없이 횡횡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당의장 선거를 왜 하고 있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열린우리당은 작년 8월 신기남 당의장이 부친의 친일행적 의혹과 거짓 해명 파문으로 중도하차 하면서부터 당의장 자리는 불명예 퇴진의 연속이었다. 초대 당의장인 정동영 장관에서 임채정 현 당의장까지 1년사이에 무려 4명의 당의장을 갈아치웠다. 평균 임기 3~4개월.

특히 지난해 연말 과반수를 갖고도 총선민의인 개혁입법 등을 책임있게 처리하지 못하고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며 좌절시킨데 대해 당내외 개혁.진보진영의 분노를 견디지 못한 전임 지도부의 총사퇴 여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시즌 국민적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난타당한 상처를 딛고 새로운 시즌에 나설 선발투수를 선정하는데 팬(국민)들에 대한 책임감과 겸손함은 커녕 시즌도 시작하기 전에 코치는 코치대로 선수는 선수대로 치고받는가 하면, 홈팬들마저 호불호에 따라 편을 갈라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있다.

당의 일꾼을 뽑는 선거를 하자는 건지,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친유(親柳) & 반유(反柳)’냐 ‘친정(親鄭) & 반정(反鄭)’이냐

지난 22일 유시민 의원의 <한겨레21> 인터뷰 기사를 통해 흘러나온 정동영계를 향한 다분히 전략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발언 이후 열린우리당내 여기저기서 그동안 쌓였던 감정의 뇌관이 터지고 폭발하기 시작했다.

친노진영 전체가 작심한듯 이참에 ‘상종 못할 인간들’이 누군인지 가려내자며 달려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분파주의’, ‘차기 대권 대리전’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열린우리당 당권 레이스의 중반에 유시민 후보가 정동영 통일부장관측과의 적대,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측과의 연대라는 '반(反)정동영-친(親)김근태'를 선언함에 따라 향후 당내 계파 지형도에 변화가 일것으로 보인다.

비록 ‘친유-반유’의 전선(戰線)을 정동영계 중심의 구당권파 대 유시민계와 김근태계 연합간의 세대결을 통한 ‘실용-개혁’ 또는 ‘친정-반정’의 구도로 바꿔 한판 승부를 겨뤄 보겠다는 유시민 측의 선거전략에서 나온것이긴 하나 향후 당내 세력 분포와 대선 예비전까지 염두에 둔 권력투쟁 양상이라 갈등이 깊고 장기화할 것 같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여성인 한명숙 후보와 참여정치연구회 소속이긴 하지만 유시민 의원과 갈등이 많았던 김원웅 후보를 제외하고 친 정동영계의 문희상-염동연-송영길 후보 vs 유시민계와 김근태계의 연대를 통한 유시민-김두관-장영달 후보 이렇게 두 틀로 합종연횡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당의장이 되면 2명의 상임중앙위원을 추가로 지명할 수 있는 당헌.당규조항으로 7명의 상임중앙위원회의 과반수인 4명 이상을 자파로 구성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당의장이 누가 되느냐도 당권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된다.

이에 정동영 장관측은 유시민-김근태 연대가 지도부 동반입성으로 성공할 경우 대권가도에 적지않은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23일 친 정동영계 구 당권파 의원 모임의 핵심인 이강래 의원은 유시민의 4가지 왕따 이유를 들어 ‘분파주의자’라며 역공를 가하기 시작했다.

한편 유 후보의 ‘러브콜’에 김 장관측은 측근 의원들에게 '불개입 원칙'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근태계의 장영달 의원은 “공식적인 연대는 아니지만 서로 살아온 배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연대한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안티세력이 많은 유 의원보다는 영남권 지분이 있는 김두관 후보를 선호하는 눈치다. 24일에는 유 의원의 분파적 발언에 비난 여론이 일자 동지관계를 훼손하는 후보간 비방 중지를 촉구하면서 한발 빼는 모습이다.

한편 1인2표제로 실시되는 이번 경선에서 참여정치연구회측의 표는 유시민-김두관 후보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장영달 후보가 얼마나 수혜를 입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실제 연대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김근태계가 “연대가 성사되려면 김두관•유시민 두 후보의 단일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그 이유이다. 일각에서 김두관, 유시민 둘중 한명이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느니, 유시민의 ‘친한척해서 장영달 지지표 빼앗기’라는 추측 등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더구나 김근태계 입장에선 유 의원이 개혁 이미지를 독점하고 있다는 경계심과 이번 전당대회를 대권 전초전으로 치르는 게 꼭 유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은 표정이다.

정문연 대 유두관, ‘열린민주당’의 Again 2003(?)

정말 아이러니하다. 작년 1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합동연설에서 정동영 장관이 “개혁지도부를 구성하겠다”고 포효하면서 초대 당의장에 입성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불과 1년여만에 기득권적 구태세력으로 낙인찍혀 유 의원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 지금 유시민의 선거전략도 공교롭게 ‘개혁지도부 구성’이다.

마치 2003년 구 민주당 분열과정에서 박상천 전의원을 중심으로 한 구주류와 천신정을 중심으로 한 쇄신파의 갈등을 재연하고 있는 양상이다.

선혈이 낭자하도록 싸워서라도 개혁을 완수하겠다던 천신정은 어느덧 정동영계로 재편되면서 일각에서 박상천류로 변질됐다며 공격을 받고 있다. 더불어 과거 천신정의 역할을 이번엔 유시민계가 바통을 이어받아 정동영계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방법 또한 연대와 선명성 경쟁을 가장한 죽기살기식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유 의원의 이런 태도가 적과 동지를 명확히 구별해냄으로써, 강고한 지지층을 형성한 뒤 다음 대통령선거에 뛰어들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유 의원이 정동영계에 대한 불만은 뿌리가 깊다. 지난 4.15총선전에 당시 정동영 장관이 주도한 공천내용에 대한 불만(정실 공천에다 보수적 인사 무차별 영입)과 소외감, 총선 이후 기간당원제 조건 완화를 놓고 벌인 대립과 이 과정에서 김근태계의 동조, 여기에 유시민 의원의 튀는 ‘작풍’이 결합되면서 양측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패였다.

유 의원은 불과 한달전(2월 22일) 당의장 출마회견문에서 “국민여러분, 정치에 대한 냉소를 잠시 접고 우리당의 아름다운 경선을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상대후보 측으로부터 “당비체납 문제로 위선적 개혁의 실체가 드러나자 쟁점(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깜짝쇼나 하고 있다”, “눈앞의 선거를 위해 당을 분열로 몰아넣는 분파주의적 행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정작 연대의 대상인 김근태계도 유시민의 돌출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짝사랑을 표현할거면 좀 세련된 방식으로 할것이지 감동이 없고, 자기중심적이다”며 당혹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출마회견문이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는 회견문과는 정반대로 “지금 열린우리당의 꼬락서니가 국민의 지지를 받게 생겼는지 보라”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당의장 선거에서 실종된 것은 국민과 원칙과 상식이며, 얻은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일부 친노성향의 인터넷 사이트는 웹진과 매체의 본분을 망각하고 당파성도 모자라 정파성으로 무장된 채 특정후보의 ‘선거운동 사이트’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온갖 비방과 추측, 저주가 양산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 적이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 국가적 현안에 대한 담론은 당의장 선거기간 동안 푸대접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은 국어시간이다. 수학공부할 수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한다.

당의장 선거는 국어시간도 수학시간도 아닌 학부모와 외부사람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내는 ‘학예회’란 사실을 착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시민운동가의 특정후보 편들기는 그동안 그들이 보여준 ‘노란 전력’에 더해져 시민운동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이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일본의 패권주의 야욕을 꺽기 위해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동안 열린우리당은 안팎에서 자기들끼리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개혁 대 실용’ 보도, 언론의 대국민 사기극

지금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실용 대 개혁 구도’란 레토릭은 이번 당의장 후보들의 성향과 노무현 정권의 신보수주 노선으로 회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엉터리 분석’이거나 신문 팔아먹기 위한 ‘선정적 제목달기’에 불과하다.

이번 열린우리당 당의장 후보자 가운데 실용주의자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유시민 의원이 반실용주의를 표방한 ‘선명한 개혁주의자’인가. 그렇지 않다. 네티즌들은 그를 가장 많이 알고 있지만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인물 또한 그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24일 이와 관련 “유 의원을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사람들은 그의 달변과 개혁성을 높이 평가하겠지만, 가까이서 직접 겪어본 사람들의 평판은 대체로 좋지 않다”며 “멀리서 보면 아름다워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실망하고 돌아서는 ‘100m 미인’이다”고 또한번 촌철살인을 날렸다. 왜 촌철살인가.

유시민은 누구보다도 노무현에 충실한 ‘실속주의자’다. 그 자신이 실용주의를 거부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실용 대 개혁이라는 이분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할 정도다.

더군다나 노무현 대통령을 정점으로 노 정권 자체가 이미 ‘실용주의’란 프로파겐다를 앞세워 삼성을 비롯한 재벌 그리고 보수언론과 ‘신성동맹’ 체제로 들어섰다. 노 대통령이 이미 급격하게 ‘친재벌적 신보수주의’ 노선으로 기운 판에 노빠주식회사 사장이 이를 거역하고 도발할리도 만무하다.

‘스타일만 과격’한 노무현 정부가 ‘대세에 지장 없으니 천천히 가자’고 하는데 엑셀레이터 밟아댈 노무현주의자는 없다.

실용주의파가 아니고 진정 개혁.진보주의자라면 현재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충실한 친재벌적 노선에 정면 도전해야 맞다. 비정규직, 실직자, 신용불량자, 신빈곤층 등 사회적 양극화의 한편에서 신음하고 있는 서민대중의 황폐화된 삶에 천착하고 이들을 위한 친서민적, 분배-성장의 균형적 관점으로 노선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기업투자 유도로 일시적 부양에 치중할 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를 바꾸는 근본적 프로그램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분배적 관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입으로만 동반성장을 주장할게 아니라 노무현 정부내 친재계-성장우선주의에 찌든 관료들의 교체를 통한 집행력있는 ‘실질적 경제 민주화’를 주장해야 한다.

지금 열린우리당 당의장 후보 가운데 이런 사람 아무도 없다. 아니 과거에도 이 부분에 관심갖고 눈에 띄게 주장했던 사람도 없다.

국가보안법 등 일부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 경제사회적 노선은 모두가 낯간지러운 실용주의파들이다. 간혹 장영달 후보만이 다소 진전된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비근한 예로 최근 이헌재 前부총리가 땅투기 의혹과 3.1절 정부 공식행사 불참후 의원들과 골프를 친 상식이하의 행태로 전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을 때 이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들의 실체가 얼마나 불분명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희상 의원과 함께 실용주의자로 평가되는 염동연 의원 마저 이 전부총리의 공직자로서의 처신을 비판하며 “비겁한 생각을 하지 말고 스스로 용단을 내리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일갈할 때 자칭 개혁파인 유시민은 어떤 자세를 취했는가.

장영달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이 전부총리를 두둔하는 문희상 후보에게 “당 대표가 되겠다는 분이 과거의 일이라며 부동산 투기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며 일침을 가할 때 유 의원은 왜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는가.

들리는 말에 의하면 유 의원은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본인이 합리적으로 숙고해 결정하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며 노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의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는 문희상 후보도 “당권후보자가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송영길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헌재 전부총리의 문제는 비단 땅투기 때문에만 비난의 표적이 된게 아니다. 그가 펼쳐온 정책에 담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신용불량자 정책 등에서 보여준 반서민적인 친재계-성장우선주의 노선과 자신의 땅투기 의혹이 오버랩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더욱 자극한 것이다.

이런 이 전부총리의 노선에 대한 고민 없이 노 대통령을 감싸는 데 충실한 문희상-송영길- 유시민 라인이야 말로 연대해야할 실용주의파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서로 적이라며 다투는가. 유 의원은 생각이 별로 같아 보이지 않은 장영달 후보와 왜 연대를 주장하고 나서는가. 간단히 말해 계파가 다르고 정파가 달라 파워 시프트(권력이동)에 대한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끝없는 자기모순

정동영계를 공격하고 있는 유시민의 주장은 누가 봐도 권력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계파보스적’ 발로가 아닐수 없다.

정동영계를 공격하거나 자신을 해명하는 과정에 그가 한 발언에서 끝없는 자기모순도 함께 발가벗겨지고 있다.

당비 연체와 지각 납부 문제로 평소 “2,000원 당비 3개월만 안내도 당원 자격을 정지시켜야한다”고 앞장서 주장한 사람으로서 자기모순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실무자의 착오를 거론하더니 나중에는 “그동안 납부한 당비가 5,500만원이나 된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거기까지가 다였다.

본인은 자랑스러운지 몰라도 하루하루 삶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귀엔 “아. 여당에서 한 자리 하고 행세하려면 매달 몇백만씩 당에 바쳐야 되는 구나”로 들리며 한 숨을 내쉬지 않았을까.

실제로 당운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자신처럼 한꺼번에 700만원씩 납부할 수 있는 정치자영업자들뿐이다.

유시민식 정당개혁은 자신과 같은 정치자영업자들에게 후원할 개미들이 필요하고 실제 당운영은 돈있고 시간많은 사람이 과점하는 금권정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유 의원이 진정 당원이 주인되고 참여형 정당개혁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당비 미납 문제를 평범한 생활인들은 엄두도 못낼 과중한 직책당비부터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할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

하긴 자신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정치자금법도 개정한지 1년도 채 안돼 재벌 등 기업이 더 많이 후원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그런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당내 민주화, 당원이 주인되는 당 운영은 모든 당의장 출마자들의 기본적 주장이며 국참연도 ‘당원에 의한 당 장악’을 외치며 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시민 의원이 마치 자신만의 전매특허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선거전략의 일환이겠지만 자신만이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자신이 설계자이기 때문에 집 주인도 자신만이 적격이라는 식이다. 그 설계자가 혹시 보험설계자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는 “이번 당의장 선거는 직업 정치인이 당원을 어느 정도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력과 정치인의 운명을 당원에게 온전히 맏겨야 한다는 세력의 싸움이다”고 주장한다.

그럼 유시민은 직업 정치인이 아니란 말인가. 지금 유 의원을 두고 직업 정치인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그 자신뿐이다.

23일 유시민 의원은 “김근태계와는 이미 연대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또다시 정당개혁과 관련 모순된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날 유 의원은 “광주지역 중앙위원 경선에서 개혁당파와 참여정치연구회가 후보를 내지 않고 재야파의 유선호 의원을 밀었고 이는 전북 중앙위원 경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상임중앙위원 예비경선에서는 국정연측이 본인을 지지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발상과 방법 자체가 지극히 계파보스적인 냄새가 나는데다 무엇보다 “후보를 내지 않고 대신 누구를 밀었다”는 주장이 얼마나 정당개혁의 원칙에 반하는 주장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당원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당에서 당직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의 참정권을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저앉히고 당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이러한 발상이 과연 정당개혁과 어울리는 것인지 전혀 고려가 없다.

더군다나 유시민의 이런 주장이 참여정치연구회소속 회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는 논의를 거쳐서 나온 의견인지도 분명치 않다.

당장 김두관 후보측에서 24일 “유 의원의 발언이 참여정치연구회나 김두관 후보의 입장과 조율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긋고 나선 것부터 그는 해명해야 할 것이다.

당원중심의 상향식 시스템을 정당개혁의 핵심으로 강조하던 유 의원이 자신이 소속한 작은 단체에서마저 회원들의 의견수렴 과정도 충실히 거치지 않고 계파보스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 정당개혁의 ‘제1 부적격자’가 아닐수 없다.

도대체 유 의원은 정당개혁과 관련 어디서 무엇을 배워왔기에 정당개혁을 주창하는 사람이 함부로 해서는 안될 말을 아무런 꺼리김도 없이 주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유 의원은 “계파는 보스가 돈이나 공천권으로 이리저리 의원들을 부려먹는 것이고, 정파는 의견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협력하는 사람들”이라며 “당내에 계파는 없고, 정파만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유시민의 언행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참여정치연구회를 계파가 아닌 정파라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도 그 자신뿐이다. 꼭 돈이나 공천권이 아니라도 명망가 한 두명에 의해 모든게 결정되는 곳도 정파가 아닌 계파에 불과하다. 어떤 정파가 정부의 자료나 표절해서 자기들 정책이라고 홍보하는가.

당을 편 가르기 식으로 나눈 뒤 어느 한편을 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다른 한편과는 연대하겠다는 유 의원의 연대 제의 형식이 분파적이지 않다면 대체 어떤 것을 분파적이라고 해야하나.

유 의원은 자신의 행태가 소위 운동권 출신 386 정치인중에 고질병처럼 남아있는 ‘소영웅주의’가 그대로 남아있거나 자신의 독선적인 성향의 결과물은 아닌지 되돌아 볼일이다.

이밖에도 유시민 의원의 정치적 행보는 과거 개혁당시절 자신의 첫 국회의원 도전을 위해 구 민주당과 연대 불가 약속을 번복하고, 자신의 계파들을 이끌고 열린우리당에 올인하기 위해 법적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서둘러 당 해산을 시도한 것부터 시작해 이번 당비 지각 납부 과정에서 보여준 이중적인 태도까지 그의 카멜레온 같은 변신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심지어 이번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번복한 일, 지난해 1월 전당대회에 앞서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를 주장했던 일, 지난해 정기국회 때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가 ‘전원위원회 소집’을 들고 나오면서 개정이나 폐지가 안돼도 어쩔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던 일, 이라크 파병과 관련하여 파병 반대 운동- 파병 찬성– 국회에서 반대표 행사 등 유 의원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그때 그때 달라요’식 말 바꾸기와 갈짓자 행보는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정동영계가 지금 유시민에 하고 있는 날선 비판은 정략적이긴 하지만 대부분 사실에 가깝고 과거 유시민의 행적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유 의원측은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구 당권파’, ‘친노 직계’, ‘재야파’ 등을 오가며 정치적 딜(거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전대까지만 해도 정동영 장관을 지원하면서 밀월관계였다가 오늘은 용서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가 됐다고 말하는 유시민의 변신은 “지금 연대의 대상은 김근태계 밖에 없다”는 말 또한 얼마나 갈지, 어떻게 변할지 알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아마 본인 자신도 모를 것이다.

불리할 때에는 요긴하게 이용하고 상황이 지나면 내팽겨쳐버리는 그의 변신을 알아맞추기란 ‘개구리가 튀는 방향’을 예측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정동영계의 타락한 실용주의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정동영계의 실용주의파가 그동안 보여준 타락상이다. 어쩌면 유시민계의 ‘실용 대 개혁 구도’가 실체도 내용도 없는 선거전략일 뿐임에도 일부 네티즌을 비롯, 개혁진영에서 이를 인정하고자 하는 기류가 있는 것은 선명한 개혁을 강조했던 정동영계가 실용주의를 주창하면서 보여준 반개혁, 반서민적인 친재벌, 귀족적 ‘신보수주의’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삼성을 비롯한 재벌과 수구언론과의 관계 개선을 넘어 사실상 신성동맹 체제로 들어선 데에는 정동영계를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파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늘날 그들이 반개혁, 기득권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면서 전문성만 강조한 나머지 재벌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나 관료출신들만 영입해서 경제정책을 담당하게 만들고 우군으로 삼는 행태는 자기모순이 아닐 수없다.

그들 주위에 성장우선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분배적 관점 혹은 분배와 성장의 균형적 시각을 갖춘 인사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 하나같이 재벌출신이거나 관료출신들 뿐이다. 거기서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 나온들 그 한계는 뻔한 것이다.

실제 실용주의파가 열린우리당 당권을 장악한 이후 나온 경제정책들의 양태는 차마 눈뜨고 볼수 없는 ‘재벌 환심사기 퍼레이드’였다.

그러다 보니 일부 노 대통령의 386 측근들까지 어느날 삼성연구소 찾아가 공부하고 나오더니 마치 경제전문가라도 된양 개혁적 인사들을 향해 경제를 모른다며 으스대는 자기모순적 추태까지 벌였다.

이처럼 정동영계와 친노 직계가 실용주의라는 프로파겐다를 지렛대 삼아 철저하게 친재벌 반서민적인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나온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길만이 살길이라는 고집스런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어떤 개혁.진보세력이 그들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 유시민이 아니라 박상천이 다시 나와 그들의 반개혁, 반서민적인 작태를 공격해도 먹혀들 판을 만든 건 바로 자신들의 변절이고 추태다.

유시민의 정동영계 공격이 일부에서 강하게 먹혀들고 있는 것도 유시민이 원칙과 상식에 충실한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공격하거나 자신들을 방어할 때 사용하는 전매특허인 ‘상대적 비교우위론’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그럼 이회창 찍으리?”다. 유시민이 맘에 안들지만 그렇다고 정동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도 나쁜놈이지만 난 단순절도고 상대방은 특수절도범이라는 것이다.

집권당이 달팽이 뿔 위에서 굿판 벌일때 아니다

지금 과거사와 친일, 국보법, 사립학교법 등 개혁법안들의 운명과 일본의 저주스러운 군국주의 환상으로 인한 동북아의 위험성, 그리고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찬기운이 감도는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경제적으론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로 절대다수 서민대중이 부의 80%를 움켜쥐고 있는 상류층 담벼락 언저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카드 고지서를 들고 하루하루 생존의 위협속에 신음하고 있다.

800만이 넘는 비정규직의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차별과 핍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실직자는 취업의 희망마저 포기한 채 주침야활의 폐인이 돼가고 있다.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누가 되던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건 지금 후보자들의 성향으로 볼 때 크게 나아질 일도 없다. 그리고 그걸 기대하는 국민들도 별로 없다. 아니 어쩌면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별 관심도 없어 보인다.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던 패싸움을 하던 좀 세련되게 하던지 아니면 시끄럽지 않게 자제했으면 한다.

서민들은 장사가 안된다며 솥단지를 내던지고 있다. 그것이 열린우리당 당사로 날아들기를 원한다면 계속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분노를 삭이고 또 삭이고 있는 서민대중의 마음속은 이미 마를대로 메마른 섶이다. 거기에 불지르지 말라.

국가의 구성원 다수가 느끼는 정당한 분노가 세련되게 결집되고, 구체적으로 제도화되어 사회 변화를 추동해가는 세상이 보다 합리적인 개혁이며 진보라고 믿고 있다면 서민대중이 그 믿음을 버리고 거칠게 표현하게 만드는 일 또한 정치인들이 해서는 안될 일이다. / 편집위원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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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3/25 [13: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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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걱정 2005/03/28 [11:19] 수정 | 삭제
  • 민노당의 노의원 이야기가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우리당의 당의장 선거 추태가 이만저만한게 아닌건 사실입니다. 국참인지, 밤참인지까지 끼어들어 묵불인견이지요. 유시민의 한계가 무엇이건간에 소위 386 의원들이 얼마나 웃기는 종자들인지도 확인되었고. 그들이 떼거지로 나섰을 때 한가지 궁금한건 유시민을 옹호하는 의원이 없었다는 것. 그거 하나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의 편도 나서서 서로를 공격해댔다면 진짜 웃겼겠지요. 편이 없나? 아니면 이성적이라 더 이상 추해질 수가 없어서 그냥 있는건가?
    아무튼, 민주노동당은 남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보수적인 우리당에서 기간당원제가 이슈가 된건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 민노당은 이미 그렇게 되어있다고 말하겠지만, 정당정치 신입사원이 왜 그렇게 늙었다는 느낌을 주는지요. 너무 늙었어요. 느리고 둔하고.
  • 2005/03/27 [08:22] 수정 | 삭제
  • 님,, 어째 처음같이란 이름은 좋소만 반말 짓거리오?
    골방에서 결정하는 애들도 존칭 쓰는구만,, ㅉㅉㅉ
    우월감에 젖어두 한참 젖은 말버릇 하곤,,
  • 처음같이 2005/03/26 [14:26] 수정 | 삭제
  •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는 불륜이냐?
    어떤 당이라도 다른 정파가 존재한다.
    니네는 항상 의견의 일치를 보는냐?
    오픈된 장소에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하는 모습이 더낫다.
    골방에서 결정하는 니네들보다는.
    힘으로 대의원대회를 난장판 만드는 니네들보다는.
    그래도 충고 고맙다.
  • 2005/03/26 [09:59] 수정 | 삭제
  • 유촉새 참정연은 아닙니다.
  • zzz 2005/03/25 [21:46] 수정 | 삭제
  • 대단하시네요.근데 참정연의 정체는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