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공무원 하면 이 나라에서 제일가는 안정된 직업으로 그 신분이 급상승되었다. 경제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때마다 고통을 감수하자면서도 해마다 쑥쑥 올라가는 급여에다가 퇴직 후에는 안정된 연금이 나온다. 공무원 10년 하면 대한민국에서 어지간한 중산층에는 진입이 가능할 정도로 기반이 잡힌다고 한다. 물론 그래 봐야 소위 '어중갭이' 중산층이겠지만.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무원도 한 사람의 인간이고, 노동자라는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주장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며 당연히 약속된 노동3권을 인정하라고 투쟁하는 것이다. 지금 엉뚱한 여론에 휘말려 덩달아 공무원들을 욕하고 있는 시민들도 그 본질을 제대로 알고 나면 그들을 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공무원들이 파업인가 하고 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임을 떠나 그들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정당한 권리는 주장하고 싸워서 쟁취해야만 한다. 다만, 그 방법상의 문제와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신분때문에 불리한 조건에 있을 수 있다. 아직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공무원 하면 언제나 지위체계에 복종하고 질서에 순응해야만 하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것이 오랫동안 사회를 지배하던 관습처럼 이어져 왔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장 선진국이라고 추켜세우며 정치, 사회, 교육 모든 분야에서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도 사회변화를 위한 진통을 이겨낸 때가 있었다. 1969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이제 거대한 정부라는 짐을 여러분의 등에서 내려놓고, 여러분의 주머니에서 떼어내 버릴 것입니다"고 선언했었다. 그 이후 여러 가지 혼란한 사회변화를 겪던 중 미국의 테네시주의 멤피스에서 특수집단인 경찰관과 소방직원들이 파업을 일으켰다. 멤피스 시의 시장은 파업을 하는 그들에게 모두 해고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물론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신분에서 파업을 일으켰으니 시민들도 함께 흥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파업을 일으켰고 해고당했다. 하지만 며칠 후 문제가 타결이 되자 시장은 그들을 다시 복직시킨 사례가 있었다. 시민들도 그들을 따뜻한 이웃으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사회는 계속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변화해 가고 있고 그 변화를 주도해서 잘 이끌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사회의 개혁과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은 공노조 사람들을 공무원들이 스트라이커 한다는 현상만 가지고 욕하면 안될 것이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사회개혁을 위하여 투쟁하면서 한 사람의 인간임과 동시에 건전한 시민으로서 건강한 노동자성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욕한다면 얼마 전에 여천공단 LG칼텍스노조가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파업할 때 그들의 임금수준을 보고 욕심이 너무 지나치다고 욕한거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 본질을 제대로 알고 나면 그들도 정당한 파업을 한 것임을 쉽게 알 수가 있다. 단순히 돈 몇 푼 때문에 파업한 것이 절대로 아니다 .LG칼텍스의 주 자본은 외국자본이며 그들은 돈만 투자하고서 알짜배기 잉여수익금 전액을 본국으로 빼돌리고 한국에는 한푼도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시설투자는 물론 새로운 신규인력의 채용은 한 사람도 없었다. 아주 사악한 '국제투기자본' 이었던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도 마찬가지였다. 억대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면서 무슨 파업인가 하고 의아해 하던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제 생활상을 보면 이해가 가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싸잡아 욕을 했던 것이다. 고수익을 창출하면 그 고수익에 기여한 노동자들에게는 그에 상응한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최장시간 비행을 하면서 몸을 혹사하고 있던 조종사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조종사들이었다. 또 조종사 한 사람을 양성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은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내에서 지급되는 급여수준은 국제관례로 보면 지극히 낮은 임금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모든 것은 그 이면에 가려진 본질을 제대로 이해 해야지만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투쟁중인 공무원노조도 결코 돈이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만 투쟁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들의 본질적인 투쟁 이유를 알고 나서 욕을 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왜 투쟁하는지 이유를 제대로 알고 나면 결코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시민들이 지금 그들을 욕하는 것은 그들이 사회에서 누리고 있는 안정된 신분을 못내 시기하고 부러워하는 심리의 표출일수도 있다. 그런 심리적인 내면에는 그들이 안정됨을 누리는 만큼 폐쇄된 조직 속에서 절제와 희생을 강요하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좀 더 넓은 가슴과 열린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 공무원노조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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