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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판넬의 유독성을 보라
 
서태영   기사입력  2004/02/10 [11:19]

2003 지구의 날, 대구중앙로역 지하철 화재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모의실험을 했습니다. 1분도 채 안 되어 유독가스가 피어오르더니 금새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씨랜드 참사와 대구지하철 참사, 청도 버섯공장 화재사건 때 대형사고를 친 것은 스치로폼 판넬이 타면서 뿜어내는 유독가스였습니다. 요즘 화재사고로 불에 타 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숨막혀 죽습니다.
 
▲모의 실험 모습, 하늘을 검게 뒤덮은 연기에 숨이 막히는듯 하다.                ©서태영


신나를 뿌려놓고 불을 붙이자 꽝하는 폭음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죽음의 유독가스 연기로 뒤덮인 스치로폼 판넬 모의화재 체험현장에서 얻은 결론은 스티로폼 판넬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을 비롯해 화재에 취약한 건축자재를 소규모 공장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건축법 시행령은 안전을 무시하는 대국민 선전포고입니다.대형참사의 교훈을 개값으로 만드는 건축법시행령 입법예고안을 즉각 철회해야 합니다. 누구 좋아라고 안전선을 후퇴시키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의 실험 모습             ©서태영

 
그런데 지난 해 9월 22일,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장. 지하철참사의 도시 대구 출신 박승국 의원이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왜 빨리 건축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지 않느냐고 따집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안전불감증 의원은 낙선대상입니다.
 



<건교부 국감녹취 > 방송내용
 
*박승국/한나라당 의원:
“인화물질 취급시설외 공장은 우리 영세기업들을 위해서 샌드위치 패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했더니, 용역을 줘서 조사하겠다. 용역보고서까지 나한테 가져왔다고...”
 
*최종찬/건설교통부 장관:
“행자부 소방관계부서에서 이 같은 물건들은 광범하게 쓸 경우 화재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자제를 요청하는데 저희들이 불날 염려가 없으니 써도 좋다... 그거는 상당히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박승국/한나라당 의원:
“행자부가 화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까? 연구를 맡은 용역기관이 잘 알고 있습니까? 그런데 용역기관 이야기를 안 듣고 행정자치부 말을 들어요? 이 사람들 정신 나간 사람들이야. 이해가 안 가는 말은 말란 말이에요.”
 
*최종찬/건설교통부 장관:
“박 의원님, 안전에 대해 다들 관심이 많습니다."
 
*박승국/한나라당 의원:
“안전에 대해서 보고서에 괜찮다고 나와 있잖아요. 무슨 소방이니 뭐 어디하고 협조를 하느니 말이 안되는 소리를 자꾸 하는데 그렇게 자꾸 려대면 화가 난다 이 말입니다.”
 
*최종찬/건설교통부 장관:
“용역보고서라는 것은 하나의 참고가 되는 것이지 정부가 100%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승국/한나라당 의원:
“그런 것 같으면 처음부터 용역보고서를 주지 말아야죠.”
 
*박성래 기자:
계속되는 질의 응답, 결과는 건설교통부에 대한 질책이었습니다.
 
*박승국/한나라당 의원:
“건설부 직원하고 건기원 직원이 다니면서 중소기업 물건 판매정지나 시키고 말이야. 건설부가 이 만큼 썩었다 하는 것을 장관이 명심해주세요. 내가 이것 말고도 여러 수십 건이 있다고…”
 
*박성래 기자:
국정감사가 끝난지 한 달도 못돼서 오히려 화재안전기준을 후퇴시키는입법예고안을 내놓았습니다.
 
*건설교통부 공무원:
“(국회의원이) 빨리 하라고 하는데 자꾸 안 하는 거 같이 이제 비칠 수 있잖습니까? 우리는 우리가 무슨 뭐 힘이 있다고 국회의원이 하라는 거 갖다가 안 하겠습니까? 실제론 그러지 못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박성래 기자:
그러나 박승국 의원은 압력행사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박승국/한나라당 의원:
“국회의원이 한 가지 일을 하는데 의지를 가지고 하려고 하면, 뭐, 한번 얘기해 가지고 들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니까 여러 번 얘기한 걸 가지고 압력을 줬다 하면은 그 뭐. 소신없이 한번 얘기해 버리고 지나가면 그만이지…”
 
*박성래 기자:
화재에 안전한 업종을 합리적으로 선별해서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승국/한나라당 의원:
“이것 저것 다 빼버리고 그러면 그 사람들 생계는 뭘로 유지해야 되느냐 말이죠. 그러니까 내가 균형감각을 가지고 생계도 유지하고 서민들도 보호하고 그다음에 소방에도 안전하도록 이렇게 선을 그어서 누가 일을 해야 할 거 아닌가…”
 
*박성래 기자:
화재위험이 심각하지는 않다는 입장입니다.
 
*박승국/한나라당 의원:
“저기 OO공단 그거 전부 샌드위치 패널입니다. 그래도 아직 불 난 거 못 봤어요. 물론 누가 뭐 휘발유 갖다 그거 들어붓고 불 내면 안 나겠나… 그러나 이 선반이나 우리 이런 거 깎는 거 그 아무런 그거 불날 리가 없습니다.”
 
*박성래 기자:
한국판넬협회의의 전신인 스티로폼 판넬 제조자 협의회 이름으로 작성된 문건입니다. 규제를 강화하려는 건설교통부의 움직임에 맞서서 규제를 저지하기 위한 각종 대책들을 열거해 놓고 있습니다. 업체당 얼마씩특별기부금과 월회비를 걷는다는 자금마련 계획이 나와있고 국회 건설교통위원을 비롯한 국회의원을 1대1로 접촉해서 설득한다는 계획도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협회측은 그런 문건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성래 기자:
경제성에 많은 비중을 두고 안전기준을 후퇴시킨 건축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씨랜드 참사와 대구지하철 참사 등 반복되는 대형 화재 참사에서우리가 배운 교훈은 ‘값싼 안전’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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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2/10 [11: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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