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검찰, 'PD수첩' 의도적 왜곡 결론…논란 거세질 듯
5명 기소, "작가 이메일에 정부 반감 내용 있어"…법정서 치열한 공방 예고
 
취재부   기사입력  2009/06/18 [11:11]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해 검찰이 18일 제작진의 의도적 오역을 통한 과장·왜곡 보도가 있었다고 판단, 당시 방송을 제작했던 PD와 작가 등 5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능희 책임PD, 이춘근, 김보슬 PD 등 핵심 제작진 5명 기소…"의도적 왜곡"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전현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지난해 4월 방송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 제작진이 취재자료와 인터뷰 내용의 부분 삭제 등을 통해 객관적 사실과 다른 방송을 내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능희 책임PD와 김보슬, 이춘근, 송일준PD, 김은희 작가 등 5명을 기소하는 한편,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한 이연희 보조작가와 이승구 프리랜스 PD에 대해선 각각 기소유예 및 공소권 없음을 처분했다.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의도적인 오역 및 번역 생략(10개 장면) △객관적 사실 왜곡(11개) △설명 생략(7개) △여러 가능성 중 하나만 골라 적시(1개) △화면 편집순서·연결에 의한 왜곡강화(1개) 등으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제작진이 현지에서 인터뷰 한 아레사 빈슨의 사망과 관련,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말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의 자막을 고의적으로 '인간광우병(vCJD)'으로 수정했다고 결론내렸다.
 
아레사의 어머니가 인터뷰에서 "만약 아레사가 걸렸다면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으나, 제작진이 "만약 아레사가 걸렸다면" 부분을 생략해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다"만 방송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방송 당일 수 시간 전까지도 제대로 번역돼 있던 부분이 실제 방송의 번역 자막에는 오역돼 있거나, 자막을 임의로 추가·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큰 주저않은 소들이 도축돼 유통된다'는 부분에 대해선, 제작진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마이클 드래거와의 인터뷰 내용을 왜곡 번역해 '주저앉은 소(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소'로 연결시켰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업자들이 PD수첩 방송 이후 가맹점 모집과 판매등 영업에 손실을 본 점도 확인했다"며 제작진의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했다.
 
특히 이러한 왜곡 편집을 통해 <PD수첩>이 객관적 사실 제시 보다는, 당시 한국 정부의 부실한 수입협상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가 무방비로 수입돼 국민이 광우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는 식의 여론을 몰아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에서 정부에 강한 반감을 표현한 내용이 들어있는 점을 들어 제작진이 프로그램 제작 당시부터 방송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방송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분명하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서 치열한 공방 예고, '표적 수사' 논란 더욱 거세질 듯
 
앞서 <PD수첩>은 지난해 4월 29일 방송을 통해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과 관련한 인간광우병의 가능성을 집중 제기하는 동시, 미국의 민간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촬영한 이른바 '다우너 소' 학대 동영상을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촛불정국'의 뇌관이 됐고, 이후 미국산 광우병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농림수산식품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은 제작진 6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PD수첩> 보도 내용의 상당 부분이 왜곡됐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지난해 7월 발표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비슷한 시기에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MBC 측에 내렸다.
 
하지만 수사를 담당했던 임수빈 전 형사2부장은 올 초 "PD수첩 보도에 일부 오역과 과장이 있긴 했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비춰 처벌이 어렵다"며 사선 수사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뒤 사표를 던졌다.
 
이후 <PD수첩> 수사는 형사6부로 사건이 재배당 됐으나, 새 수사팀은 거듭된 소환 요구에도 제작진이 응하지 않자 지난 4월을 시작으로 이춘근 PD와 김보슬 PD 등 핵심 제작진들을 줄줄이 체포하는 동시, MBC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이과정에서 제작진과 언론단체를 중심으로 정치적 의도가 담긴 '표적 수사'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으며, 결국 검찰은 이날 최종적으로 5명을 불구속 처리하기에 이른 것.
 
<PD수첩> 핵심 제작진들이 기소된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보도에 대한 판단은 법원 몫으로 돌아갔으나, 의도적 왜곡과 편집과정의 실수 등을 놓고 향후 제작진과 검찰 간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06/18 [11:1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