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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외면하는 지역민방 왜 만드나?
[미디어시평] 부산 울산 경남지역 광역민방 선정작업의 전제조건 따져야
 
양문석   기사입력  2005/05/20 [13:36]
경남지역 광역민방 선정작업, 어떻게 봐야하나 ?
        
iTV경인방송이 방송위원회로부터 허가취소 결정을 받고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아는 인천 경기지역 시청자들이 드물었다는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최근 경남민방을 둘러싼 사업자 경쟁이 기본적인 원칙으로부터 일탈하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하나의 사례를 통해서 왜 시청자주권 시청자복지 그리고 지역민방의 경쟁력이 중요한 지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경인지역 새방송 설립 주비위에서 일하고 있는 이상희 전 iTV 아나운서팀장의 푸념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iTV경인방송의 메인뉴스인 10시뉴스도 오랫동안 진행했고, 나름대로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전방위적으로 뛰었던 이상희 아나운서는 “인천시민들이 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해요. 한데 ‘희망조합’ 일로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에 각각 인터뷰를 했는데, 그 이후로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어요.” 7년을 경인방송에서 아나운서로 일했던 이상희 팀장의 푸념이 그냥 푸념으로 들리지 않고, 처절한 자기반성과 함께 왜 지역방송이 지역민과 함께 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남지역 광역민영방송 사업자 선정이 7월 초순으로 다가오면서 울산방송과 부산방송 간의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도 단위 가운데는 유일하게 민방사업자가 없는 경남지역의 민방시청권을 따기 위해 방송위원회는 6월 사업계획서 심사를 거쳐 7월 초순 psb 부산방송과 ubc 울산방송 가운데 한 방송사를 경남지역 광역방송 사업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그런데 두 방송사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어떤 방송은 노동조합까지 두 차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노조간의 갈등양상까지 드러나면서 이대로는 되지 않겠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조의 성명서까지 등장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생존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방송 노조의 그 절박함에 대해 십분 백분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계속되다 보니 내용을 모르는 방송계 주변에서는 왜 경남지역 광역민방이 등장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있다. 그 본말이 전도된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 글은 방송위원회와 부산방송, 울산방송이 경남민방 사업자 선정과정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로 작성했다.   
 
지역방송의 경쟁력 강화계기
 
psb부산방송과  ubc울산방송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지역민방은 자체편성비율이 30% 안팎에 그치고 있다. 낮은 편성비율도 문제지만 자체제작비율은 더 형편없는 수준이다. 서울의 방송사에 비해 10% 정도에 불과한 턱없이 낮은 제작비로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프로그램의 질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것 자체가 ‘코메디’가 돼 버린다. 당연히 지역민방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이 외면하는 방송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지역민방 종사자들은 지역mbc와 비슷한 수준의 인력으로 지역mbc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편성비율을 맞추기 위해 제작현장으로 내몰리면서 노동강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노동조건을 심각하게 피폐되어 가고 있다. 죽어라고 일하면서도 지역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비참한 지경이 현재 지역민방과 지역민의 관계다.
 
바로 이런 지역민방과 지역민의 ‘부적절한 관계’가 현실을 직시하는 바탕에서 이번 경남지역 민방 사업자 선정 논의는 출발해야 한다. 곧 지역방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기로서 이번 사업자 선정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울산, 부산, 경남을 지역민방의 단일 시청권으로 묶을 경우 800만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수도권 천만시청권에 비해도 크게 모자라지 않는 수치다. 부산, 경남, 울산을 잇는 동남경제권을 하나의 권역으로 하는 그나마 자생력을 갖춘 규모 있는 광역민영방송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프로그램의 질로서 최소한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권역이며,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나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서울의 방송사가 갖고 있는 컨텐츠 제작능력에 한발 더 다가감으로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이 지역방송 상생의 길이요, 지역민영방송이 새로운 생존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다.
 
sbs와 건강한 경쟁과 상호협력 관계 형성의 기회
 
현재 대부분 지역민방들은 창사 이래 70% 안팎의 프로그램을 sbs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또한 sbs의 지배주주인 주식회사 태영이 2000년 이후 지역민방의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집하여 강원 울산 제주 부산방송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민방의 주주로서 행세하고 있다. 부산방송의 경우, 10.9%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서 2대 주주로 올라섰고 비상근이사까지 파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프로그램 공급에서부터 소유지분까지 sbs와 sbs 관계사 및 태영의 영향력은 지배적이며, 이런 구조 하에서 지역민방은 현실적으로 sbs의 중계소로 전락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중계소로의 전락을 머리 속으로만 문제라고 생각하지 실제로는 지역민방이 안주하고 있다는 평가가 훨씬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경남지역 민영방송 광역화논의는 지역민방과 sbs의 관계를 보다 지배종속적인 관계에서 건강한 경쟁과 상호 협력적 관계로 개선할 수 있는 단초로 활용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산, 경남, 울산을 통합한 광역화된 지역민방이 규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경쟁력을 갖춰가고 장기적으로 프로그램 편성비율 또한 점진적으로 높여갈 때 지역민방과 sbs의 관계는 지금보다는 수평적으로 바뀌어가면서 방송계의 지방분권화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역mbc 광역화 촉진의 계기
 
노조위원장 출신인 mbc 최문순 사장은 공약으로 지역mbc 광역화를 천명했다. 현재 mbc내부에서도 연말까지 현재 19개인 지역mbc를 광역화해 10여개로 줄여야한다는 등의 논의가 무성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강릉 mbc사태 등에서 보듯 조직내부의 문제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지역마다 노사 모두 광역화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 지역mbc 광역화는 그리 쉽게 실현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부산경남울산 민방 광역화 논의는 지역 mbc광역화를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울산경남부산이 한 방송권역으로 묶으면서 지역민방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이것은 곧 지역민방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과 더불어 부산경남울산지역 mbc 또한 광역화의 필요성은 자체적 조건과 더불어 외부조건의 강제력이 합해짐으로써 보다 현실성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울산경남부산의 경우 부산과 마산, 울산과 진주 등 4개의 지역 mbc가 각 지역마다 다소 다른 지역정서를 대변하며 오랫동안 방송을 해온 만큼 이 지역 민방 광역화와 같은 큰 외부변화요인이 없는 한 쉽게 광역화를 이루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경남 울산지역 민방광역화는, 노조위원장 출신인 강중묵 부산 mbc사장과 박진해 마산 mbc사장이 최문순 mbc 사장과 뜻을 같이해도 mbc 독자적인 추진은 내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 힘겨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외부조건인 민영방송의 광대역화 실현은 외부의 강력한 응원군이자 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mbc 지역사의 경쟁력까지 함께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이 현실이다.
 
iTV 출신 아나운서의 푸념에 귀 씻고 들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결론적으로, 지역 mbc와 지역민방노조가 주축이 된 지역방송협의회는 지난 2001년부터 3년여 동안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 재전송반대운동을 벌였고 2003년 9월부터는 위성 DMB 지상파프로그램 재전송 반대운동을 시작해 지난 17일 승리를 선언하고 투쟁을 정리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뉴미디어가 지역방송의 권역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이동성 뉴미디어들이 내년에 한꺼번 대거 출현할 가능성이 높고, DMB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HSDPA와 같은 초강력 매체들이 속속 등장하는 시점에서 이제 지역방송사들도 광역화, 또 대권역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 지역민들에게 인정받고 지역민들과 호흡하
▲언론학 박사, EBS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언론개혁을 위해서라면 전투적 글쓰기도 마다않는 양문석 정책위원.     ©대자보
는 진정한 지역민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경남지역 광역민영방송사 선정작업은 단순히 특정 방송사를 선정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방송 전체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며, 울산과 부산 그리고 경남지역까지 방송권을 확대하는 정책이 서야 하는 것이다.
 
앞 서 언급한 경인지역 새방송 설립 주비위에서 일하고 있는 전 iTV아나운서 이상희 팀장의 피를 토하는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방송위와 울산 부산방송 관계자들은 귀를 씻고 듣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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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5/20 [13: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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