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김예슬 씨가 커피를 끊은 이유… 7년째 최저임금
"시급 30원 올려주겠다니…임금수준 커피 한잔 값만도 못해"
 
권민철   기사입력  2011/07/11 [20:59]
 
서울시 금천구의 금속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그녀의 손은 검은빛이 감돌았다. 앳된 얼굴과는 대조적이었다. 올해 나이 32살. 자신을 '공순이'로 소개한 김예슬(가명)씨다.

그녀가 하는 일은 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의 한 마우스 조립업체에서 제품을 검사하는 일이다. 누락이나 찍힘자국, 돌출 등이 있는지를 육안으로 점검하는 일인데 하루 4000개씩 검사한다고 한다.

"요새는 날이 더워서 장갑을 끼지 않고 작업을 해요. 그러다 보니 손이 좀 그러네요." 그녀의 얼굴에 수줍음이 묻어났다.

그녀가 이 회사에서 일한지 석 달이 흘렀다고 한다. 4월 까지도 그녀는 전동드라이버로 부품을 조립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회사로 소개해 준 용역회사로부터 ‘내일부터 회사에 나가지 말라’는 휴대폰 문자를 받았다.

해고 통보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일의 성과가 떨어진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었다.

"자책감이랄까 좌절감 같은 게 몰려오면서 순간적으로 울컥 하더군요. 며칠을 방황했는데 어느날 커피전문점 앞을 지나게 됐어요. 아이스커피를 마시려고 가격을 봤더니 4500원이더라구요. 문득 내 시급 4320원 보다 많다는 걸 깨달았죠. 갑자기 커피 마시는 게 사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못 마시고 집에 와서 대신 찬물을 벌컥벌컥 마셨어요."

보름 만에 다른 용역회사를 통해 지금 일하고 있는 마우스 업체 면접을 봤다. 늘 그랬던 것처럼 월급을 얼마 받게되는지는 묻지 않았다. 이 동네에서는 임금으로 법정 최저임금(시급 4320원)이 못 박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그녀가 받은 월급은 130만원. 그나마 하루 2시간씩 야근을 하고 토요일까지 반납했기 때문에 100만원을 넘었다. 한 때 일했던 경리 업무를 해서는 만질 수 없는 돈이다. 생활을 해야겠기에 자신도 몰래 어느새 야근이 많은 회사로 옮겨 다니게 된 것이다.

일요일도 격주로 특근을 하다 보니 한 달에 2~3일 쉬는 날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오로지 잠만 잔다. 자기개발은 물론이고 연애조차도 할 여유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돈 버느라 시간도 없지만 그렇다고 돈도 마땅히 없다. 130만원을 벌기는 하지만 이 돈은 한 달이 채 다되기 전에 모두 없어진다.

전세 대출 이자로 매월 30만원이 빠져나가고, 통신비(8만원), 각종 보험금과 공과금(30만원), 부모님 용돈(10~20만원), 교통비(10만원)에 카드빚(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생활비로 쓰면 끝난다고 했다.

저축은커녕 좋아하는 책도 제대로 못 사보고, 영화 한편 보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녀에게 최저임금을 정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로 비춰질까?

"아이들 과자 값도 안되는 임금을 올려주겠다는데 우리를 얼마나 하찮게 보고 있으면 그렇겠어요. 기계 부품보다 못하게 우리를 대하지만, 우리가 없으면 과연 대한민국이 돌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보고 대한민국 경제의 원동력이라고들 하지만 그 말은 위선이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부모님 사업을 돕다가 산업전선에 나선이후 지금까지 7년째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그녀의 '꿈'이 궁금했다.

"20대 때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 20대 때와 결별하면서 살고 있어요. 저의 미래가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요? 사용자들은 시급 30원을 올려주겠다는 하는데 그 건 지금처럼 살라는 뜻이잖아요.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는 거죠."

그녀의 큰 눈망울에 정적만이 감돌았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1/07/11 [20:5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