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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통합과 연대냐, 변화와 역동성이냐
[공희준의 일망타진] 야당들의 연합 움직임은 변화와 역동성 말살구조
 
공희준   기사입력  2010/02/04 [13:32]
아는 후배(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나의 전망에 대해서 그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해줬다. 후배들이기는 하지만 존댓말을 써주는 사이다. 편하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서이다. “변화와 역동성 없이 선거 이길 수 있겠어요?” 후배(들)는 내 의견에 공감하는 듯했다.
 
조선이 망한 건 성리학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공자가 좀 뜬다고 하지만 공자의 부침과 무관하게 조선이 유학자들 때문에 망한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진리다.
 
그럼 조선의 성리학은 왜 망국의 화근이 되었나? 사색당파로 붕당을 이루어 다투는 당파싸움을 불러왔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옳다. 허나 당쟁은 합병증 정도에 불과하다. 조선이 멸망한 근본 원인은 성리학으로 말미암아 나라가 변화와 역동성을 상실한 데 있다. 강대국으로 일어선 다른 국가들의 역사를 보라. 조선시대 당파싸움은 칼로 물 베는 사랑싸움으로 생각될 만큼 엄청난 유혈사태가 따르는 내전을 치르기 일쑤였다. 이를테면 로마의 역사는 내란의 역사다. 숱한 내분에도 로마는 착실히 강국으로 성장했다. 변화와 역동성을 잃지 않은 덕분이다.
 
사실 조선은 치명적으로 부패한 사회는 아니었다. 부패는 착취와 수탈과는 동전의 양면의 관계다. 민중의 고혈을 악독하게 쥐어짜는 극단적 가렴주구는 베르사유 궁전 같은 장대한 건축물로 보통은 이어지기 마련이다. 경복궁을 보라. 소박하고 아담하다. 그 소박하고 아담한 궁궐 같지도 않은 궁궐을 짓는 바람에 대원군은 결국 권좌에서 쫓겨났다. 견딜만한 수준의 분열과 감당할 수 있는 부패에도 조선은 고꾸라지고, 우리 민족은 식민지 토인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변화와 역동성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 (자료사진)     ©CBS노컷뉴스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야당들의 연합 움직임은 철저하게 변화와 역동성을 말살하는 구조에 기초하고 있다. 단일화를 주도한다는 이른바 재야 원로들의 삭아빠진 면면을 보시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소녀시대 동영상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유통기간 경과한 얼굴들이다. 심지어 그 중 한 명이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심판에서 선수로 변신한단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변화와 역동성을 선점한 형국이다. 서울시장만 봐도 원희룡이 이미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나경원은 화보 그만 찍고서 선거에 도전할 기세다. 변화와 역동성을 버린 진보와, 변화와 역동성을 안고 가는 보수가 붙으면 승리는 후자의 몫이다. 일본보다 부패도 덜했고, 분열도 적었던 조선이 왜놈들에게 강제로 병탄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어찌하여 야권은 변화와 역동성을 잃어버렸을까? 현상유지를 바라는 무리가 개혁세력과 진보진영의 헤게모니를 악착같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친노세력과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가 바로 그들이다. 뒤의 언론기업 두 곳의 이해관계는 앞의 정치집단의 영업목표와 물론, 당연히, 불문가지로 일치한다.
 
시야를 넓혀서 조망하면 친이, 친박, 친노 세 집단이 지금의 구도와 판세가 지속되기를 원하는 3대 현상유지 세력이다. 친이는 현재 권력, 친박은 미래 권력, 그리고 친노는 범야권의 절대적 헤게모니 권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친이와 친박이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한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양자가 부단히 충돌하고 갈등하면서 새로운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지각 아래의 맨틀이 부딪치면서 지진과 화산활동이 일어나듯. 여기서 생기는 동력이 한나라당을 끊임없이 헤엄치게 만든다. 현상유지 세력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변화와 역동성을 좀체 잃지 않는 비결이다.
 
반면, 진보진영과 개혁세력은 친노세력의 완벽한 통제권 아래 놓여 있다. 이제 이곳은 변화와 역동성이 사라진 거대한 늪이다. 늪에 빠진 인간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뒹굴며 하루라도 빨리 죽으려는 것이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의 본질이다. 뭉치면 뭉칠수록 늪으로 빠져드는 속도만 더욱 빨라지는 탓이다. 이럴 때는 뿔뿔이 흩어져서 가장 날랜 사람부터 먼저 늪에서 탈출해야 한다. 먼저 탈출할 사람이 아직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머지 인간들에게 밧줄을 던져주는 게 올바른 탈출법이다.
 
예상하겠다. 야권 연합은 성사되긴 성사된다. 그러나 그러한 연합은 된 것도 아니고, 안 된 것도 아닌 ‘같기도 단일화’이리라. 단일화의 관건은 유권자 통합이다. 한데 유권자 통합에는 이르지 못해서다.
 
까놓고 물어보자. 호남인들이 이명박에게 정권 봉헌한 유시민을 찍어주겠는가? 노무현을 배신했다고 욕을 먹는 정동영이 밀어주는 후보자에게 경상도 노빠들이 표를 던지겠는가? 정동영과 유시민이, 배후의 동교동과 봉하마을이 ‘절친노트’를 골백번 찍어도 양쪽 지지자들은 섞이지 않는다. 물과 기름이 뒤섞인 액체는 물로서도, 기름으로서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
 
고로, 질 바에는 차라리 단일화가 안 된 상태로 지는 편이 낫다. 변화와 역동성을 희생시킨 대가로 손에 쥐는 선거연합은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성리학처럼 이쪽 전체를 마비시킬 게 분명하다. 분열된 채로 지면 최소한 마스터베이션이라도 할 수 있다. 힘 안 합쳐서 졌다면서 패배의 아픔이나마 달랠 수가 있는 것이다. 통합과 연대로도 피하지 못할 참패의 끝에는 섹스는 고사하고 수음조차 하지 못할 절망과 허무만이 존재할 테니까.
 
이 모두가 변화와 역동성을 포기하고 현상유지 세력에게 무기력하게 휘둘린 자업자득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난 소녀시대 ‘Show, Show, Show’나 한 번 더 들으련다. 아이돌그룹도 마다않는 변화와 역동성을 10년이나 민주정부를 꾸렸다는 족속들이 겁이 나서 피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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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2/04 [13: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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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촌평 2010/02/12 [15:22] 수정 | 삭제
  • 조선망국의 원인을 성리학으로 본 것은 좀 오바지만
    지금의 야권이 역동성을 상실한 것은 사실.
    지금 야권은 과거 민한당보다 보다 못한 수준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
    이런 원인은 노무현의 돌발사 이후 거대한 군중운집의 지원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노빠잔존세력의 실존이 젤 큼.
    이명박과 노무현의 국정철학이 똑 같은데 사람들로선 누구를 지지해야하나하는
    아무런 동기부여가 없음.
  • 나그네 2010/02/06 [09:46] 수정 | 삭제
  • 친이와 친박이 싸우면 역동성이고, 정빠와 노빠가 싸우면 분열인지... 그리고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건의 규모를 아시는지... 330여 동의 건물이 재건되었는데, 일개 베르사유 궁전과의 비교는 오히려 넌센스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