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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ㆍ이인제ㆍ문국현… '51 대 49'?
[정치시평] 2007 대선, 한국 민주주의의 방향을 묻는다 ③ 민주화의 배반
 
이민   기사입력  2007/10/17 [04:48]
솔직히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른 2.18 전당대회에 울려 퍼진 것은 “정권재창출이 최고의 개혁”이라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그리고 5.31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정권재창출을 위해 채택된 방법론은 통합이었다.
 
“통합이 가장 아름다운 개혁”이며 “대의이자 대세”고 심지어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대통합을 이루고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면 ‘51 대 49’가 되고 마침내 한나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다는 주장은 돌고 돌아 도로 그 당을 만들 때까지 계속됐다.
 
이명박(62.5) 정동영(23.1), 이명박(67.9) 문국현(12.4), 이명박(66.9) 이인제(9.5)

주요 정당의 대통령후보가 확정됐다. <문화일보>가 ‘디 오피니언’에 의뢰해 실시한 지난 15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6.2%에 달했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15.7%),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4.9%) 그리고 민주당 이인제 후보(4.4%)의 지지율을 모두 합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또한 가상대결 결과를 보면 범여권의 세 후보가 단일화하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출마하는 조건에서 이명박 후보는 2002년 대선의 투표율을 기준으로 할 때 범여권의 모든 후보에게 ‘1천만 표’ 이상 압승을 거두는 것으로 추산된다.
 
통합은 지금도 가장 아름다운 개혁인가?
 
“대통합신당의 승리를 지금도 믿는가?” 물었을 때 어김없이 돌아온 것은 1년 넘게 들었던 “그럼 이대로 정권을 넘겨주자는 것이냐?”는 무지막지한 답변이었다. “그 길은 정권을 들어다 바치는 지름길”이라는 반론에도 대답은 매 한가지였다. 1년 내내 그랬다.
 
그러나 경선과정에서 “정동영이 되면 대선은 참패, 총선은 궤멸”이라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으며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던 그 입으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말하며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당 밖의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정신은 ‘후보단일화’다. 그동안 해 온 소행을 감안하면 이제 후보단일화를 통해 대통합을 완성하면 ‘51 대 49’가 되고 마침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꺾을 수 있다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다 대선이 끝날 판이다. 대체 지금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통합신당 정동영의 대선후보 확정보다 '단일화'에 더 관심갖는 언론들. 그러나 단일화에 대한 입장과 전망은 없이 '반이명박 단일화'를 주문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 경향신문 10월 16일자 PDF

정말이지 이제 와서 더 이상 무슨 말을 보태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민주화 20년을 맞이한 오늘 참으로 눈부셨던 한 시대가 이처럼 허망하고 쓸쓸하게 저물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착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어떤 미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인가?
 
새로운 한 시대를 준비하자
 
돌이켜보면 바람 잘 날 없었던 20년이다. 군사정권에 맞서 싸웠던 거리의 청춘들은 어느새 배가 불룩한 중년이 되어 힘겨운 삶과 씨름하고 있다. 그리고 20년 전 꾸었던 꿈과 오늘의 현실 사이에는 그 삶의 힘겨움만큼이나 크고 넓은 간극이 존재한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성공했다”고 고래고래 악을 쓰는 어이없는 ‘구제불능’들은 말고, 바람 잘 날 없었던 20년이 이처럼 허망하게 마감되는 것이 가슴 쓰린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다. 그래도 우리는 새로운 한 시대를 다시 준비해야만 한다. 그것이 살아 남은 자의 책무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느냐?”는 국민들의 물음에 “정권재창출이 최고의 개혁”이라고 답하는 적반하장의 정치, 대통령 마음대로 대연정을 하고 한미FTA를 밀어붙이는 내 멋대로 정치, 일은 잔뜩 저질러 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는 뺑소니 정치를 극복하는 일이 최우선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가 가난하고 평범한 이웃들의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때 민주주의는 곧 부자들을 위한 민주주의로 전락하고 그 결과 돌이키기 힘든 위기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오늘날 이 참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민주화의 이름으로 정치에 투입되고 정권을 담당하게 된 세력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정치경제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배제적 양극화 사회’를 만들어 내고,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염치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민주화의 배반이다.
 
슬그머니 우리 안에 침투하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염시킨 암세포를 도려내는 작업은 그래서 철저함을 요구하는 일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칼을 대는 것은 분명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지만 그것 없이 재활은 가능하지 않다. 같은 실수가 다음 시대에도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정치 칼럼니스트
 
* 새로운민주정당추진회의 홈페이지 '새민추'(www.demokratia.kr)에도 함께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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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0/17 [04: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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