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하늘아래 3명, 창원 고공농성 노동자들
[시민논단] 창원 GM대우 고공농성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힘 보여줘야
 
예외석   기사입력  2006/04/16 [06:56]
GM대우 고공농성이 장기화 되어 벌써 한 달이 되어 가고 있다. 이웃한 공장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출,퇴근 할 때마다 정문에 서 있는 노동자들과 굴뚝 위에 있는 3명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어느 날은 대오가 썰렁할 정도로 몇 명밖에 없어 이러다가 정말 장기화가 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들은 적도 있었다.
 
제일 걱정스러웠던 것은 처음 고공농성에 돌입한 사람이 한 명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2명이 더 합류하여 서로 격려하고 힘을 합쳐 투쟁에 박차를 가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제껏 고공농성이 장기화 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였는지를 똑똑히 보아 왔지 않은가.
 
사람이 극한 상황까지 몰리면 자기 최면을 아무리 걸고 이를 악물고 견디려 해도 서서히 정신이 무너지고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외치고 몸부림쳐도 강고한 철옹성처럼 거대한 자본은 꿈쩍도 하지 않을 때 그 순간 노동자들은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망감과 좌절을 느낀다. 그래서 최후의 선택을 하고 마는 것이다.
 
이제 서서히 한계를 넘어선 단계까지 오고 있다. 철옹성 같은 자본 앞에 힘 없는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죽음 밖에는 없다. 그래서 굴뚝 위의 노동자들은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그래도 GM대우 자본이 꿈쩍 하지도 않는다면 저 노동자들이 마지막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하나 밖에는 없다. 차마 입 밖으로 내고 싶지 않지만 그것 밖에는 없게 된다. 우리는 수많은 동지들이 산화해 가고 떨어지고 목을 맨 죽음을 보고 겪어 왔지 않은가.
 
이 지긋지긋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논리가 언제까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 몰 것인지 저주스러울 뿐이다. “자본은 이제 죽음의 굿판인 경쟁논리를 때려 치우라!”. 굴뚝위의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아무리 상황이 절망적이어도 죽음을 선택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살아야 한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다구” 부리며 저항해야만 한다. 노동자들이 가질 수 있는 무기는 “다구” 밖에는 없다.
 
사흘간 봄비가 마치 한여름 장마비처럼 내리더니 오늘은 화창하게 개였다. 점심시간에 식당으로 옮기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바람결에 들려오는 노동자들의 구호소리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동가 소리가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후벼 파고든다.
 
굴뚝 쪽을 쳐다보니 어느새 골프연습장의 그물망 같은 파란색 안전망을 겹겹이 쳐 놓은 것이 눈에 들어 왔다. 순간 “아”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새어 나왔다. 점심 먹은 것이 체할 것 같다. 오후 내내 가슴이 울렁거리고 숨이 막히는 답답증을 느꼈다. 노동자들은 왜 저렇게 힘에 겨운 투쟁을 할 정도로 당할 수밖에 없단 말인가.
 
신문과 방송에서는 살만한 세상이라고 연일 떠들어대고 있다. 젊은이들은 2002년 월드컵의 신화를 다시 한번 살려보자고 붉은 티셔츠에 꼭지점 댄스인지 뭔지를 흔들어대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지금 노동현장의 현실은 잘 모를 것이다. 머지않아 냉혹한 사회로 나오면 곧 알게 될 것이지만.
 
오늘 아침 출근할 때 GM대우 정문 앞에서 보았던 노동자 풍물패들을 떠 올려 보았다. 차 안에서 보기만 해도 손아귀에 힘이 들어오며 저절로 흥분이 되었다. 마음속으로 “더 크게 쳐라, 더 크게”를 수 없이 반복했었다. 밖에다 대고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지금 굴뚝 위의 노동자들은 단식으로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 육신을 오로지 신념과 의지로만 간신히 지탱해 나갈 것이다.
 
그들에게 좀 더 힘 내라고 격려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창원 성주골을 흔들고 땅과 하늘을 울리 수 있는 ‘북소리’ 바로 그것이다. 창원시내를 울리던 그 북소리 ‘창원큰들’의 북소리가 떠올랐다. 물론 그 많은 인원들이 한번 모이기도 어려울뿐더러 회원들의 성향도 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북소리는 기운이 떨어지고 절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힘이 실려 있었다.
 
천지를 울리던 그 북소리로 성주골을 한번 울려주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창원시의 풍물패란 풍물패는 다 모여서 한번 걸판지고 신명나게 쇠를 쳤으면 싶다. GM대우 공장과 황량한 성주골 벌판이 와드득 울리도록 힘지게 놀았으면 좋겠다. 만약에 귀신이 있다면 악마구리 같은 자본가 귀신을 저 멀리 우주 밖으로 내 쫒아 버리자.
 
‘창원큰들’, 힘찬 북소리 한번 울려 주시길 바랍니다.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04/16 [06:5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