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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의 평화없이 세계평화 존재할 수 없다"
[인터뷰] 세계종교연합 한국대표 진월스님, 분쟁해결에 종교인 역할 강조
 
김철관   기사입력  2005/07/14 [01:07]
▲ 세계종교연합 한국대표 진월(眞月) 스님     © 김철관
“평화는 모든 생명들이 바라는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것입니다. 평화를 위해 먼저 종교인들이 나서야 됩니다.” 세계종교연합 한국대표인 진월(眞月, 동국대 정각원장) 스님.  
 
지난 6월26일부터 7월1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세계종교연합(URI, United Religions Initiative)이사회를 유치하는 데는 그의 공이 컸다. 이사회는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 26개국 20여 종교지도자 70여명이 다녀갔다. 국내 80여명의 종교지도자까지 포함하면 150여명이 종교연합 행사에 참여했다.
 
평화를 목적으로 세계 종교지도자가 모인 종교행사로서 최근 가장 큰 규모였다. 하지만 이런 목적의 종교행사가 언론의 무관심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털어놓은 진월 스님.
 
“세계종교연합총회를 유치하려고 했습니다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이사회로 대체했습니다.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시크교, 성공회, 힌두교 등 평화를 바라는 세계 종교연합 이사들만 참석했습니다.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입장에서 종교지도자들의 평화 행사가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조명하지 않아 아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세계종교연합 회원수는 현재 600여명, 사이버 회원까지 포함하면 1500여명을 넘는다. 국내에도 서울, 인천, 대전 충남, 전남 광주, 대구 경북, 제주 등 11개 지부가 있다.
 
종교연합은 95년 UN 창립 도시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성공회 월리암 스윙 주교(세계종교연합 회장) 등 세계 종교인들이 만나 발기를 선언했다. 종교연합 창립헌장을 제정키 위해 5년간 세계 유수 종교 지도자들이 모임을 갖고 서로 순응하고 동의할 수 있는 헌장을 타협해 갔다.
 
세계 여러 종교가 함께 연대해 평화운동을 해야 하는 정당성 때문에 헌장 내용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수정과 보완절차를 거쳤다. 그 후 5년이 지난 2000년(새천년) 6월26일에 종교연합이 창립됐다.
 
지난 6월말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종교연합 행사는 5주년인 셈이었다. 6월26일은 UN이 창립 조인식을 갖는 날이다. UN조인식에 맞춰 종교연합(UR) 창립 일자를 잡았다. 종교연합 조인식은 새천년 6월26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브리지(700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피츠버그에서 거행하게 된 것.
 
스님은 피츠버그에서 종교인들이 모여 조인식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브리지가 많은 곳에서 조인식을 한 이유가 궁금하지요. 종교, 문화 등 일체를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입니다. 종교인들이 브리지 형태의 네트워킹을 해야겠다는 의미이지요. 여러 나라들이 종교와 문화의 간극을 연결해 평화를 이룬다는 상징성 때문에 피츠버그에서 모여 종교연합의 탄생을 알린 것이지요.”
 
그는 종교연합의 성격에 대해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자신이 믿는 종교가 중요하면 다른 종교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국제적으로 종교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원인을 따져보면 타 종교를 배려하지 않아서 입니다. 모든 종교가 평화, 자비, 사랑을 얘기하면서 종교 간의 타협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교연합은 우선 종교 간의 대화와 협력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종교 간의 분쟁으로 일어나는 폭력 예방도 중요합니다. 특히 세계 평화정착 및 치유를 위해 종교연합이 존재합니다.”
 
그는 “종교 간의 평화 없이 세계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면서 종교연합의 존재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종교는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 가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한 종교가 잘한다고 되는 것이 없습니다. 서로가 다 잘해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은 말하지 않고 남의 탓만 하는 종교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남의 종교를 무시하면서 자신의 종교만 존중하라는 것은 모순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종교 간의 평화가 중요합니다.”
 
그는 중세 십자군 전쟁같이 한쪽을 괴멸시키려는 현재 미국의 형태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됐다면서 이라크나 미국이나 본질적 합리적 사고에 기반한 열린 시각으로 문제를 접근해야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쟁 해결을 위해 종교인들이 적극 나서야 될 때라고도 강조했다.
 
진월 스님은 우리 교육에 대한 문제점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가치교육보다 물량위주의 교육입니다. 대학은 취업준비 교육을 위해 힘쓰고, 고등학교는 입시준비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이런  물량 공세 위주의 교육 시스템이 문화 가치 추구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물량위주 교육은 먹고, 자고, 잘살고 등 단순한 생각들만 갖게 합니다. 돈과 물질만이 다가 아닙니다. 인간은 절제할 수 있고, 자기를 추스르고, 뭔가 생각할 수 있고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그는 인간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평화는 포괄적 다양한 의미라고 피력했다. “전쟁에 있어서도 평화를 부르짖듯, 남녀 갈등도 평화로 해결해야 합니다. 빈곤 해결도 평화입니다. 이렇게 평화는 포괄적이고 다양한 개념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영역에서도 평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스님은 98년 UC버클리대학교에서 18세기 조선 영 정조시대 승려인 ‘초의(草衣) 의순’ 연구로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법사, 율사, 선사 등으로 불린 ‘초의 의순’을 연구하게 된 동기를 그는 “유교 국가인 조선후기 불교사적 공부를 하고 싶어 우리 역사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초의 선사’를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18세기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초의 의순’은 상당한 지성인이었습니다. 시서화에 능통했고 당시 최고의 지성인인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하고 교분을 맺고 있었던 인물입니다. 지성학적 차원과 문화사적 차원에서 그 시대 지성인의 사상과 삶을 조명해 우리 정신문화의 실상을 해외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진월 스님은 동국대 정각원장으로 근무하면서 현재 필수교양과목인 <선학>을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98년 연구논문인 ‘초의 선사’를 영문판으로 만들어 미국 서점가에 출판하기도 했다.  2003년 <평화를 이루는 지혜>를 출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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