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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춤은 사라지고 디스코 흥겨운 고희연
환갑은 옛말, 인생 70세, 후배 모친 고희연 풍경과 옥의 티(?
 
김철관   기사입력  2005/03/27 [18:10]
인생은 고희(古稀)부터인가. 고희연(古稀宴)은 인생 70세, 또는 70세에 이른 축하의례를 말한다. 옛 시골마을에서는 하얀 삼베적삼을 입은 남녀노소가 어울러져 술(막걸리)과 고기 그리고 시루떡, 과일 등을 먹고 마시면서 아리랑 춤과 창가로 즐거움을 만끽했던 회갑연(回甲宴, 60세)이 오늘에 고희연이다.
 
나의 어린 시절인 지난 60~70년대, 육십이 지나야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회갑연의 의례. 하지만 오늘날 회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해마다 돌아온 생일로 대체됐다. 이것이 아쉬운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이제 좀더 잘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동시에 의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생명을 그만큼 길게 했다는 마음 때문이다.
 
이제 회갑은 평범한 생일에 지나지 않는다. 회갑이 한참 지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돼서야 비로소 고희연(古稀宴)을 갖게 된다.
 
3월 27일 오후1시 경기도 고양시 원당에 있는 한 뷔페 집에서 후배 모친의 고희연에 참석했다. 이날 세련된 화장과 고운 한복을 뽐내는 고희연의 주인공은 '황국향’ 여사. 성을 빼고 이름만 부르면 ‘국향’.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다. 옛날 선비들이 출입했던 기생집 처녀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날 행사 순서에 따라 황 씨 슬하의 3남매가 서열에 따라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절을 올렸다. 앞으로 ‘더욱 건강하시라’는 의미에서 건강 술도 한잔 올렸다. 황 씨는 3남매가 준 술잔을 모두 비웠다. 축하객들의 절도 이어졌다. 엄숙한 예절 절차가 모두 끝나고 곧바로 춤과 노래의 향연이 펼쳐졌다. 
 
행사장 밖에는 뷔페음식이 준비됐고 행사장 안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황 씨 또래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서로 술잔을(소주와 맥주) 주고받으면서 고희를 축하했다. 그들은 끼리끼리 앉아 음식을 맛있게 먹었고 서로 정다운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또 얼큰히 취한 붉은 얼굴을 뽐내며 황 씨와 함께 무대로 나와 디스코 춤을 선보인 그들의 모습에서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이 머리를 스쳐갔다.
 
▲환갑도 옛말, 인생 70 古來希에서 온 '고희'도 이제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무색해졌다. 그러나 잔치는 잔치, 예나 지금이나 흥겨운 잔치이지만, 이제는 그 흥겨움도 우리가락 아닌 디스코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 김철관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젊은 여성사회자의 우렁찬 후렴에 맞춰 이들의 흥겨움은 시작됐다. 젊은 사람 못지않은 춤 솜씨와 노래 솜씨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고,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젊은이들의 감탄사가 연발 터졌다.
 
옛 시골마을 동네 어른들이 즐겨 추었던 아리랑 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서양의 고고와 디스코 춤이 고희연 풍속도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모습이었다. 왠지 나만의 아쉬움이었다. 옥에 티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고희연을 맞는 황국향 여사는 남편과 슬하에 2남1여(김애란, 김재권, 김재헌)를 뒀다. 하지만 남편은 어린 3남매를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나 그는 홀몸으로 3남매를 키우느라 모진 고생을 했단다.
 
이제 자녀들도 장성해 불혹(不惑, 40세)이 됐으니 곧 그들도 모친에 이어 고희연을 맞게 된다는 사실. 3시간에 걸친 고희연이 끝났지만 역시 분위기에 취한 황 씨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 역력했다. 후배 모친의 고희연 풍경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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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3/27 [18: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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