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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협회는 애국가 부를때도 돈받나?
유료화의 바다에 빠진 소리바다, 바람은 그물에 담지못해
 
최현용   기사입력  2003/12/31 [09:54]

소리바다 : 고발과 유료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대한민국 저작권법 제1장 제1조 목적)으로 하는 저작권법에 의해 얼마전 소리바다 사용자 50인이 한국음반산업협회(이하 음반협회)에 의해 고발당했다. 음반협회의 고발은 우리 "문화의 향상발전"에 대단한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소리바다 모습     ©소리바다홈페이지
나는 음반협회가 어떻게 그들 50인의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소리바다를 보면 내게 mp3를 제공하는 고마운 이가 누구인지 아이디외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음반협회는 2000만명중에서 50인을 특정해 고발을 했다. 음반협회가 어떻게 아이디를 가지고 아이피(IP)를 확인할 수 있는지, 또 아이피를 가지고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도 음반협회는 전능한 눈을 가진 모양이다. 음반협회가 고발 과정에서 저질렀을 또다른 불법, 탈법은 "문화의 향상발전"을 위해 묵인되어야 하는 것인가보다.

며칠전에는 소리바다가 유료화된다는 기사가 떴다.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 않은 걸로 보아, 아마도 투자회사가 자본을 투자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한 모양이다. 간간히 흘러나오는 기사에는 애플의 아이튠즈를 모델로 하는 모양이다. 소리바다가 애플을 흉내내는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되는건, - 신문기사중의 일부 문구라서 정확한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유료다운로드의 대상이 되는 mp3의 공유는 금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다. 그건 지금껏 자기자신이 불법을 일삼아 왔다는 사실을 승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니까 내가 맘대로 룰을 정한다는 발상이 우습다. 사용자들이 순순히 응해줄 걸로 아는 모양이다.

돈을 내라!

▲스트리밍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음악싸이트인 벅스     ©벅스홈페이지
현재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독과점 음반회사들은 이미 벅스를 제외한 나머지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을 무릎꿇렸다. 한마디로 다 망해버렸다. 벅스도 오늘내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소리바다. 타겟이 돌아오자, 소리바다는 '나도 당신들 편이오'를 외치고 있다.

쓸만한 새로운 시장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던 음반자본은 네티즌들이 힘들여 개간한 온라인에서의 정보공유라는 광활한 황무지를 보더니 군침을 흘리며 개떼처럼 달려 들었다. 저작권이라는 말뚝을 맘대로 박아 자신들만의 농장이라는 선언을 해버렸다. 여기서는 돈을 내라. 이게 그들의 정언명령이다. 우리는 새로운 엔클로저 운동(종획운동)을 보고 있는 중이다. 먼저 달려든 소규모 자본인 스트리밍서비스 회사들은 슬금슬금 황무지 일부를 세내는 수준이었는데, 독과점 음반회사들은 아예 이들마저 무시하고 그냥 말뚝 먼저 박고 말한다. "돈을 내라!"

내가 모르는 것들

독과점 음반회사들이 음반시디가격을 담합하는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른다. 미국의 메이저 음반사들이 음반가격 담합때문에 법원으로부터 패소판결을 받아 소니뮤직만 해도 2억6천만 달러를 뱉어야 한다는 것도 그저 남의 나라 일이려니 한다.

독과점 음반회사들이 춤만 출줄 아는 이의 이름으로 음반을 내면서 노래는 남에게 시켜 음반을 만드는지도 나는 잘 모른다. 쟁반노래방을 보면서 효리가 가수인지 아닌지 늘 헷갈려 하는 일이 나만의 일리려니 한다.

독과점 음반회사들이 음반판매가 2000억원이나 줄었다고 아우성치는데 실제로 그런지 나는 잘 모른다. 벨소리 다운로드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 같은 기간에 3000억원이나 매출이 늘었다는 얘기는 아마도 이동전화회사들의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으려니 한다.

독과점 음반회사들이 자신의 저작인접권을 왜 차별해서 행사하는지 나는 모른다. 벅스에게는 틀지 말라고 하는 음원을 자신들의 자회사는 잘 틀고 있는데, 그들 자회사는 돈을 지불하고 틀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HP가 프린터 관련 특허를 일반 프린터기기업체와 자회사를 차별적으로 적용하자, 재판에서 패소해서 동일한 조건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독과점 음반회사들이 벅스에 유료화를 요구하면서 700억원을 요구한다는데, 방송국으로부터는 겨우 4억원만을 받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그저 그들의 자애로움에 감사드릴 뿐이다. 그들 덕분에 시청료가 오르지 않는 것일테니까.

독과점 음반회사들이 애국가 부를려면 돈을 내라는 주장을 한다는데, 왜 그들이 매출이 줄었다고 말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1년동안 대한민국 땅에서 불리워지는 모든 애국가마다 돈을 받는다면 어마어마할텐데 말이다.

독과점 음반회사들이 수많은 음반을 판매하면서 세금은 잘 내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아직도 공식적인 집계가 없어서 음반사가 발표하는 판매량을 단순합계내고 있는 음반협회의 통계치가 부적절하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합당한 수익이 뭔지 모르겠다. 저작권료 전체 중에서 가수,작사,작곡가 등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최대 25% 내외라는 사실로부터, 음반사들의 저작인접권이 저작권보다 3배가 더 큰 가치를 갖는 것이라는 것밖에는 유추할 수 없다.

"문화의 향상발전"을 위하여

"노래의 저작권은 작곡.작사자에게 있다. 하지만 노래가 생산돼 소비자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많은 돈을 투자한 제작자나 음반사도 합당한 수익을 올려야 재투자를 통해 음악산업이 유지될 수 있다. "(박경춘, 음반협회장)

하지만 음악산업이 없어도 우리는 음악을 들어왔고 또 불러왔다. 그건 몇천년의 역사를 통해서 그래온 것이다. 따라서 음반협회장의 주장은 단지 음반회사들이 규격화해주는 음악만을 듣고 불러야 한다는 강요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원저작자인 창작자들에게 과연 음반회사가 얼마나 대접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돈은 누가 벌고 재주는 곰이 넘었다는 주장에 대해 과연 자신있게 반박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최종적인 문화향수자가 창작물을 접근할 통로를 제한한다면, 과연 "문화의 향상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더군다나 아무리 막아도, 아무리 불법화해도 막을 수 없는게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mp3로 대표되는 음원파일은 별다른 노력없이도 원래의 질을 그다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네트워크의 소통이 원활한 거의 유일한 매체이다. 영화파일이나 타이핑같은 수고로움이 필요한 텍스트와는 분명히 차이가 난다. 그런 점에서 한두가지 행태를 불법화한다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당장 검색엔진에서 P2P를 치면 주르륵 나오는 결과가 그것을 웅변한다.

소리바다는 아마도 전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엔클로져운동의 시금석이 될 듯 하다. 하지만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대지위의 사람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대륙을 찾아 낼 것이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문화연대에서 발행한 주간문화정책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weekly.culturalaction.org/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 필자는 문화연대 정보팀의 최현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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