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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왕자 서동, 부여군국악단에서 부활하다
[공연] 공주시와 부여군 공동기획공연 가무악극 <서동의 노래>
 
김영조   기사입력  2011/08/03 [14:46]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 최초의 4구체(四句體) 향가(鄕歌) “서동요(薯童謠)”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서동요는 백제의 서동(薯童:백제 무왕의 어릴 때 이름)이 신라 제26대 진평왕 때 지었다는 민요 형식의 노래이다. 이두(吏讀)로 표기된 원문과 함께 그 설화가 《삼국유사(三國遺事)》 권2 무왕조(武王條)에 실려 전한다. 백제 무왕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인 선화공주(善花公主)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 서동의 노래 공연 모습     © 부여군충남국악단
과거 삼국시대 백제는 고구려와 신라를 뛰어넘는 문화국가였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런 백제의 문화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여군충남국악단이 만든 가무악극 <서동의 노래>이다. <서동의 노래>는 국악단이 2007년부터 무대에 올리기 시작하여 찬사를 받아오던 작품이다.

이 <서동의 노래>가 지난 7월 31일 저녁 7시에 공주시와 부여군 공동기획으로 공주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지방의 국악단이 올리는 공연은 보통 자리 채우기에 급급하다. 그런 선입견으로 공연장에 들어선 기자는 먼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인데도 이미 대공연장 로비는 청중들로 만원이었고 공연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이날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문화역사의 도시라는 말은 바로 공주시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청중들의 관람 자세도 수준 높았는데 공연 중간에 적절한 추임새를 넣는 모습에서 공주시민의 높은 문화 수준을 엿볼 수 있었다.

▲ <서동의 노래> 중 서동과 마캐는 아이들의 노래     © 부여군충남국악단
▲ <서동의 노래> 중 서동이 마를 파는 장면     © 부여군충남국악단

기자는 이미 두어 번 <서동의 노래>를 관람한 적이 있었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예전의 공연과는 다른 분위기를 직감했다. 먼저 출연진은 물론 반주단까지 모두 백제복으로 갈아입어 마치 청중들이 대백제국 한복판에 있는 착각을 줄 만큼 이번 공연은 복장 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흔히 반주단의 복장까지 신경 쓰는 경우는 드물다.

공연이 진행되면 될수록 초연(初演) 때와 견주어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음을 실감케 했다. 그것은 이미 한국 최고의 피리명인 최경만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해금명인 김영재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전통춤 명인 진유림 지도위원 그리고 전기광 전문 연출가가 함께 빚은 부여군국악단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데서 예견할 수 있었다.

가무악극답게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개되었을 뿐 아니라 중간에 화려한 풍물굿과 토종다운 타악 연주는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또 맛깔스러운 조연이 없으면 뛰어난 주연도 성공하기 어려움을 말해주듯 중간 중간 땅재주꾼의 현란한 춤과 율동은 청중들의 눈을 고정시켰으며 맹달역의 입담은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또 객석 뒤에서 깜짝 등장한 상여와 구성진 상여 앞소리 그리고 구슬픈 구음도 훌륭한 구성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칭찬하고 싶은 것은 백제문화의 절정체 백제금동대향로를 피운 위덕왕 무덤 위에서 춘 살풀이춤과 국악관현악단 연주를 시작할 때 그리고 끝날 때 쓰는 박을 소도구로 활용하여 춤을 추 부분도 높이 사고 싶었다. 이렇게 다양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마련한 <서동의 노래> 공연장에 청중이 차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 <서동의 노래> 중 국악기 박으로 춤을 추는 장면     © 부여군충남국악단
 
▲ <서동의 노래> 중 위덕왕 무덤 위에서 살풀이춤을 추는 장면     © 부여군충남국악단

이날 청중의 한 사람인 공주 중학동에서 온 김선희 교사(52살)는 “그동안 국악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서동의 노래>를 보니 우리 국악이 이렇게 재미있고 맛깔스럽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하는 반성이 생겼다. 앞으로 국악 공연이 있다면 빠지지 않고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감동스러워 했다.

특히 이날 객석에는 부여군수 내외, 부여군 의회 의장 내외, 공주시 부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이 대거 찾아와 끝까지 관객으로서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보고 <서동의 노래>가 앞으로도 성장 발전을 거듭하여 대한민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가무악으로 발전할 것이라 예감이 들었다. 

다만, 연습시간이 부족한 듯한 느낌을 한두 곡에서 느꼈는데, 이는 예산이 모자라는 지방 국악단의 한계에서 오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러한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부여군이 부여군국악단에 쏟는 노력과 단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국악단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공주의 친척 집에 들렀다가 공연을 보게 되었다는 이정순 씨(사업, 43살)는 칭찬해 마지않았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은 벌써부터 내년 공연이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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