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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쿠데타, 대한민국 혼비백산케하다
[논평] 삼권분립 원칙 무시한 헌법재판소의 존재이유를 다시 묻는다
 
이태경   기사입력  2004/10/21 [20:31]
헌법재판소에서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2004.1.16 법률 제7062호)'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를 보면 먼저 "이 사건 법률에 의한 신행정수도의 이전은 곧 우리나라의 수도의 이전을 의미한다"고 전제한 뒤 "서울이 수도라는 명문화된 헌법 규정은 없지만, 조선시대 한양을 도읍으로 결정한 이후 건국 이후에도 모든 국민이 수도라고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해온 것으로 관습헌법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에 대한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밝혔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수도 이전을 확정함과 아울러 그 이전절차를 정하는 이 사건 법률은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불문의 관습헌법사항을 헌법개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법률의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어서 국민의 헌법개정국민투표권을 침해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이유를 밝혔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대법원과 함께 대한민국의 최고사법기관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부정확한 개념정의와 논리적 비약으로 가득하다. 최고로 숙련된 법률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낸 결정문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소설가의 문학적 상상력이 빚어낸 문학작품에 가깝게 보인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헌법재판소가 내린 이번 결정 가운데 대표적인 논리적, 법리적 오류를 짚어보자!

먼저, 헌법재판관들은 이번 행정수도 이전 법안을 단순히 행정기관의 이전 수준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수도를 이전하는 법률로 정의하고 있는 과감함을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천도(遷都)라는 것이다.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단호한(?) 정의를 내리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또한 헌법재판관들은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식속에 확립된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멀리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역사를 일일이 뒤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까마득한 봉건 조선왕조의 한양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서울에 계승된다는 사고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모쪼록 헌법재판관들은 결정을 하기 전에 헌법전문을 먼저 읽어볼 일이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논리적 구성 가운데 백미는 단연 '관습헌법'을 아무런 논리적, 합리적 근거 없이 성문헌법과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제정이후 일관되게 성문·경성헌법의 역사를 지녀왔다.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 헌법은 명문(明文)의 형식을 갖고 엄격한 절차에 따라서만 개정이 가능한 헌법으로서 관습법을 논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물론 성문헌법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라고 해서 이른바 불문(不文)적인 헌법관습법의 존재를 완전히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성문헌법 체제에서 성문헌법에 대한 보완적 효력만을 가진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수의견을 낸 전효숙 재판관의 의견은 경청할만하다. "성문헌법이 존재하는 한,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으로부터 동떨어져 성립하거나 존속할 수 없고, 항상 성문헌법의 여러 원리와 조화를 이룸으로써만 성립하고 존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헌법적 관행에 의해서 성문헌법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게 되고 성문헌법전 보다 불문적인 헌법의 관행예가 우선하고 국가생활을 지배하는 결과가 된다"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는 헌법개정 사안을 국민투표 등의 헌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에서의 입법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그것도 투표의원 194인 중 찬성 167인으로 재적과반수와 출석 3분의 2이상의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법률에 대해 국민투표를 거치라는 결정은 자칫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사법적극주의의 극단적인 예라고 할 것이고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권력분립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다시 전효숙 재판관의 의견을 들어보자!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의 변경은 헌법개정에 의해야 한다면, 이는 관습헌법이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입법권을 변경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관습헌법에 대하여 국회의 입법권 보다 우월적인 힘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제40조)고 규정하며, 헌법에 달리 규정이 없는 한 국회의 입법권은 포괄적 대상을 지닌다. 입법권의 주체는 다름아닌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대의기관이며 헌법은 국민주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대의제를 기본형태로 채택하고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표기관이 입법작용을 통하여 그 이념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통치행위라면서 피해가던 헌법재판소가 위와 같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 대한민국을 혼비백산하게 하고 있다. 아! 헌법재판소가 결연하고 비장하며 신속하게 내린 결정이 또 있다. 국가보안법은 합헌이라는 결정말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헌법재판소는 87년 6월 항쟁의 산물이었다. 독재자들이 전제군주를 능가하는 권력을 행사하여 헌법도, 삼권분립도 헌신짝처럼 취급하던 때에는 헌법재판소라는 헌법기관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가 본 궤도에 오른 지금은 독재자의 시녀 노릇을 하던 사법부에 의한 사법독재가 심히 우려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더 나쁜 것은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은 선거를 통해서 교체가 가능하지만 사법권력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이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이제 겨우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의 교체가 시작되었을 뿐 건국 이후 한국사회의 전 부문을 장악해 온 수구기득권 세력의 힘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정치·관료·사법·군·경찰·언론·학계·교육·종교·경제·문화 등의 사회 전 부문에 대한 근본적이고 쉼없는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근본적 개혁과 미시권력의 주체 및 작동방식이 민주화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허울뿐인 민주공화국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직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문턱에 서 있을 따름이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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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0/21 [20: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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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비극 2004/10/22 [05:04] 수정 | 삭제
  • 이제 대한민국은 자고로 성문헌법이 죽어버리고
    관습헌법이라는 초유의 최고 헌법이 세상을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성문헌법에 위배가 되어도 관습헌법이 엄연히 그 위에 있는데
    이제 우리가 겁내야 할 게 뭐 있는가?
    난 창녀와 자야겄다.
    그리고 내 아비가 죽어도 난 새 아비의 성 안 쓸란다.
    매춘도 엄연히 관습이었고 호주제도 엄연히 관습 아니었나?
    이젠 당당히 돈주고 여자랑 자자.
    이젠 당당히 새 아비와 내 성이 달라도 부끄러워하지 말자.
    모든 건 관습헌법이 지배하고 우린 관습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법을 가장 잘 지키는 국민이 되는 것이다.
    관습헌법.
    이젠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어서 세상에서 가장 권위있고
    영향력 있는 법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가르쳐라.
    또한 우리는 법전의 글이 죽어버린 오랜 관습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적나라하게 기술해라.
    우리 대한민국의 성문헌법은 어제부로 죽었다.
  • 의견 2004/10/22 [01:40] 수정 | 삭제
  •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가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이 나와 개혁 독재라도 해야한다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만큼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그 위력은 참 대단하다.
    국회에서 특별법으로 통과시켰고 행정수도를 공약한 대통령이 당선되고 여당이 과반수 이상 의석을 차지했다는건 국민적 동의도 있는거라 생각해도 억지가 아니라본다.
    내가 볼때 대법원도 지방 내려가야 한다니까 지방에서 살기 싫은 8명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또 주위 법조계 친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위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왜? 대통령과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헌재가 중단시키나? 3대2니까 헌재 결정은 무시해도 되는거 아닌가?
    만일 행정수도이전이 무산되면 대법원만이라도 충청지역 행정타운으로 옮기길 바란다. 일단 옮기고 행정수도 다시 헌재에 제소하면 그땐 각하나 기각 결정 내릴걸?
    비정상적인 서울, 수도권 과밀화 해결은 노대통령이 구상한 행정수도 이전이 그나마 가장 효과가 있는 방법인데 안타깝다.

  • 구로구민 2004/10/22 [01:11] 수정 | 삭제
  • 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 생긴 대통령탄핵제도와 헌법재판소 제도가 저렇게 악용되네요...사람이 안 바뀌니 제도를 만들어도 소용이 없군요...
  • 비평가 2004/10/22 [00:58] 수정 | 삭제
  • 이태경 기자 개인 주장으로선 의미있을 지 모르나...편향적이고 오바스런 기사 내용이라고 봅니다.

    헌법적 판단 사항은 감정적으로 재단할 게 아니라, 상당히 합리적 접근과 이성적인 비판이 필요한데, 재판관 9명중 전효숙 재판관의 주장만 인용한 점,지난 탄핵재판과 이번 재판을 두고 헌재를 평가함에 있어서 이태경 기자 또한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

    참여정부는 대의제보다는 국민참여의 확산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조해온 정권이라는 점에서 친열린당 인사들이 이번 헌재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유달리 헌법상 대의제를 흔드는 판결이라고 마치 대의제 신봉주의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참여정부나 열린당, 그 지지자들 스스로 또한번 자신들의 처지에 따라 그들이 주장해온 정체성을 변질시키는 기회주의적 이중성을 보이면서 자기부정의 오류를 범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이태경 기자도 그대로 원용하고 있다는 점

    한마디로 이태경 기자의 논조는 참여정부와 열우당적 관점에서 똑같이 헌재에 대한 감정배설 수준 그 이상 이하도 아닌걸로 보여지네요...
  • 상계주민 2004/10/22 [00:09] 수정 | 삭제
  • 헌법재판소를 국민투표에 부쳐 폐지하라!

    상계시민 이 아무개
  • 성낙주 2004/10/22 [00:01] 수정 | 삭제

  • 희대의 코미디다.

    헌법재판소 간판을 내려라.
    차라리 '관습법 재판소'라는
    현판을
    정문 기둥에 새로 걸어라.

    가능하면
    그 글자체는
    방방곡곡
    이 시대의 귀족들 집안 장농에
    꽁꽁 숨겨둔
    매국노 이완용의 글씨를 뒤져다가
    정성껏 집자해서
    한 자 한자 끌로 파고
    열 번 백 번 금칠을 해서
    만고에 길이 빛나도록 해라.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은
    '대조선국 경국대전'이라고
    이름을 고쳐라.


    오오,
    자랑스러워라!

    우리의 '관습법 재판소'

    영원무궁하여라!

    '대한민국 경국대전'

    천세만세 영화 누리거라!

    관습법 재판소의
    경국대전 형조 나리들!


    2004. 10. 21.

    중계중학교 교사
    성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