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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은 정동영 전성시대, 한달만에 당권장악
취임 1개월 '지지율 1위 일등공신', 민생투어 등 이미지정치 벗고 당 주도권 장악
'중임제 개헌공약' 한마디에 삭제, 파병안 당론강행 정치력 발휘, 경선자금 약점도
 
심재석   기사입력  2004/02/14 [15:11]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취임 1달만에 당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눈 앞에 다가온 총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지난 한 달은 ‘순풍의 돛 단 듯 달려왔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당의장에 당선되자마자 당 지지율은 1위로 올라섰고, 지금까지 큰 폭의 하락없이 꾸준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정 의장의 권위에 도전할 만한 당내 경쟁자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김원기 고문은 일선에서 물러나 뒷짐지고 있고, 김근태 원내대표 마저도 이라크추가파병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 의장에게 항복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새롭게 힘을 얻어가는 신기남 의원이나 김한길 총선기획단장 등은 정 의장과 코드가 같기 때문에 경쟁자라기 보다는 동지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김근태 대표는 ‘파병반대’의 소신에도 불구하고 끝내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입장을 명목삼아 ‘찬성’버튼을 눌렀다. 파병안을 두고 정 의장과 미묘한 갈등을 빚을 것을 비춰볼 때 이는 김 대표의 ‘패배’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정 의장의 위세를 반영하듯 지난 13일에는 당 정책위가 4월 총선의 핵심공약으로 결정한 4년 중임제 개헌론이 정 의장의 한마디에 공약집에서 사라져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총선공약 확정을 위한 워크숍을 앞두고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추진’을 4월 총선 핵심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내부자료를 작성, 보도자료를 내고 공개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정 의장도 같은 소신을 갖고 있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치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정 의장은 박영선 대변인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는 낡은 정치세력과의 싸움에 온 힘을 집결할 것”이라며 총선전 개헌문제 논의불가 방침을 알렸다. 정 의장의 한 마디로 4년 중임제 개헌론은 결국 당내에서 없었던 일로 돼 버렸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4년 중임은 내가 정책위원회에 제안한 사안"이라고 했고, 김한길 총선기획단장도 "헌정질서를 바로세운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하는 등 당내에서 전방위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개헌론이 당의장 한마디에 날아간 것이다. 정 의장이 당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처럼 당을 장악하고 순항하고 있는 정 의장의 최대 시험대는 4.15 총선이 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스스로 장담하듯 100석 이상의 원내 제1당이 된다면 정 의장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 의장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자로서의 입지도 굳힐 수 있으리라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일각의 예상처럼 수많은 2등만 양산한 한 후 또다시 소수여당이 된다면 정 의장은 당의장 자리마저 내려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에는 정 의장의 대권을 향한 포부도 안개 속에 빠져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은 총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 의장 당선 직후 ‘민생투어’라는 이름으로 매일 새벽시장 등을 방문해 선거운동기간을 방불케 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내각이 총선주자양성소냐’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끈임없이 ‘징발’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정 의장에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미지는 있는데 내용이 없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히 정 의장이 파병동의안을 처리하면서 보여준 정동영 의장의 모습에 실망감을 표하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당내에서도 감지된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면서 파병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런 비판에도 정 의장은 꼼짝 않고 있다. 오히려 김근태 원내대표와 장영달 국방위원장, 안영근 의원 등을 파병찬성으로 설득시키는 정치력마저 보여주고 있다.

한편, 야당은 2002년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 경선자금을 둘러싸고 정 의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고, 구속 중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내가 입열면 정동영 죽어"라는 미묘한 말을 흘리는 등 정 의장의 앞길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정동영 의장의 순항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그에게 쏠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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