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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복스는 시상, 이적은 '밥상'도 못받아
연말마다 벌어지는 '공허한 상주기 놀이'는 이제 끝내야
판에 박힌 시상식 집어치우고, 진짜 연예인 찾아 구조조정 나서라
 
완군   기사입력  2004/01/10 [09:18]

어떤 백수의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 연말시상식

잔치는 모두 끝났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공허한 ‘상주기 놀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어 연말 TV 모니터를 바라보는 일 이외에 적당한 위로거리를 찾기 힘든 이 땅의 시청자들의 준엄한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난 20대 초반의 평범함 시청자이다. 하루에 3시간 정도 TV를 시청한다. 그러나 난 12월 30일 이효리의 허벅지에 왜 멍이 들었는지, SBS에만 왜 그리 유독 뉴스타가 많아야 하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다. 해마다 재탕되는 연말연시용 영화라도 좋으니 12월 29일부터 31일 밤 시간에 제발 다른 볼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말 시상식 모습     ©한겨레
연말 시상식은 참을 수 없이 허접하다. 그리고 미스테리가 한둘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가수, 연기자 혹은 개그맨 등등으로 자신의 정체들을 구분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은 그냥 모두 싸잡아 ‘연예인’일 뿐이다. 난 왜 그들이 1년 내내 사이좋게 함께 모여 뒹굴고 뛰고 퀴즈를 풀다가 연말이 되면 헤쳐 모이는지 알 수 없다. 아니 그들을 함께 뒹구르게 하고 뛰게 만들고 퀴즈를 풀게 하던 방송국이 연말만 되면 왜 그들을 분리하지 못해 안달이 나는지 알 수 없다. 방송국의 이 알 수 없는 태도, 이것이 나의 풀리지 않는 첫 번째 미스테리이다. 가수를 가수답게, 연기자를 연기자답게 대접하지 않던 방송국은 어찌 연말만 되면 그들을 대접하지 못해 안달인가? 평소 방송국의 태도로 볼 때, 그냥 연예대상을 한 번 주면 될 일이다. 이왕이면 방송3사 공동으로 하면 금상첨화이다.(이러한 고도의 집중이라면 방송가의 달고 단 열매, 높은 시청률은 물론 보장될 것이다.)

그리고 기능적으로 분리해서 ‘올해 제일 많이 나온 연예인’, ‘올해 제일 빨리 뛴 연예인’ 이렇게 상을 주면 될 일이다. 이것은 여러모로 논리적이다. 우선, 1년 동안 갖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을 혹사시켜온 방송국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정리 계승하는 방법이다. 또한 자료화면 조사 등을 통해 매우 공정한 심사를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매우 간단한 방법인데 시행하지 않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나의 두 번째 미스테리는, 지금의 시상식을 모두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무슨 상이 그렇게 많으며 공동수상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선정자를 뽑아도 공동수상이 나오며(그럼 인터넷 투표 결과가 딱 동수였다는 말인가?) 2명 공동수상은 기본이고 어떤 상은 수상자가 10명이나 된다. 이런 권위 없는 상을 주고받으며 왜 그렇게 감사하는 사람은 많은지, 어떤 사장님은 매번 감사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언제나 예상할 수 있는바, 대상은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나, 그 해 그 방송국에서 가장 많이 본 듯한 연예인이 차지한다. 알맹이 없이 가짓수만 성찬인 그러나 먹어야 할 사람은 많은 연말 시상식이다.

나의 마지막 미스테리는 무슨 기준으로 왜 연예인들에게만 상을 줄 까 하는 것이다. 내가 주장한바 ‘연예인 대상’이라면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지금의 시상식은 엄연히 ‘가요대상’이요 ‘연기대상’이다. 물론 구색 맞추기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시상하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은 언제나 싱겁고 어색하다. 과연 기준은 뭘까? 방송이 철저히 자본의 지배를 받으며, 시청률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임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드라마 부문 시상에 왜 ‘최우수 작품상’은 없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이적의 음반과 베이비복스의 음반에는 어떤 질적인 차이가 있기에 베이비복스는 본상을 수상하고 이적은 밥상도 못 받는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이루마는 왜 작곡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할까? 답은 명백할 것이다. 알만한 연예인들만 나와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거듭 주장한다. ‘연말 시상식’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라. TV보는 시청자, 특히 나와 같은 백수들에게 TV는 만나면 좋은 친구요, 기쁨주고 사랑받아야 한다. 연말에는 정말 볼게 없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문화연대에서 발행한 주간문화정책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culture.jinbo.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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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10 [09: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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