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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말 퍼트리고 우리말 짓밟는 사람들
[논단] 정부와 언론이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혀, 얼빠진 이제 그만해야
 
리대로

요즘 ‘이벤트’란 말이 너무 많이 쓰이고 있다. 그것도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그런다. ‘벤처’란 말을 중앙정부 조직 이름에 쓴 이들이라서 그런지 이 정권의 국어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이벤트’란 말을 마구 쓴다. ‘중소벤처기업부’라는 정부 조직 이름이 나왔듯이 머지않아서 ‘이벤트’라는 말도 우리말이라고 하면서 ‘이벤트문화부’라는 정부조직 이름도 중앙부처에 생길 거 같다. 이벤트란 말을 내가 처음 본 것은 1990년 문화부가 처음 생겼을 때에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이 이 말을 쓰고 신문이 그를 소개하면서 제목에 이 말을 크게 썼을 때였다. 이 말이 너무 많이 쓰여서 그 발자취를 더듬어 보련다.

 

▲ 왼쪽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이벤트 장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신문기사와 이 장관 모습.     © 리대로

 

30년 전인 1990년 어느 신문에서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광을 만나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묻으니 “이벤트를 많이 하겠다.”라고 말한 것이 크게 보도된 것을 보고 나는 문화부가 국민의 소리를 들으려고 만든 ‘까치소리’라는 곳에 “문화부장관이 그런 외국말을 쓰면 국민들도 그 말을 따라서 쓸 것이다. 국어정책을 다루는 문화부장관이 그러면 안 된다.”고 전화로 건의한 일이 있다. 그런데 내가 내다본 대로 그 뒤에 신문과 방송이 자꾸 이런 말을 쓰고 국민들이 따라서 썼다. 그래서 한글단체와 국민이 그런 외국말을 쓰지 말자고 건의하니 문체부와  서울시에서도 ‘이벤트’란 말을 쓰지 말고 ‘행사’라고  쓰자고 발표했다.

 

▲ 왼쪽은 문체부와 서울시가 ‘이벤트’란 말을 ‘행사’로 쓰자고 발표한 자료, 오른쪽은 요즘 문체부 알림 글.     © 리대로

 

그런데 이제 국어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큰 서울시는 스스로 ‘행사’라는 우리말로 바꾸자고 발표해놓고 버젓이 알림 글에 ‘이벤트’란 말을 쓰고 있고, 다른 중앙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들이 경쟁하듯이 ‘이벤트’란 말을 퍼트리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권이 ‘벤처’란 외국말이 든 행정부처 이름을 쓰고, ‘뉴딜 정책’이라는 정책 이름까지 내세워서인지 요즘엔 ‘이벤트’란 말 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거리낌 없이 외국말을 너무 많이 섞어서 쓰고 있다. 이렇게 정부와 공공기관이 외국말을 마구 쓰고 퍼트리니 그게 좋은 것인 줄 알고 기업은 말할 것이 없고 일본 국민들도 너도 나도 따라서 쓰고 있다. 참으로 한심스럽다.

 

▲ 왼쪽은 요즘 누리통신에 떠도는 국회 알림 글이고, 오른쪽은 충북도의회 알림 글.     © 리대로

 

왜 이렇게 외국말을 마구 써서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고 우리말을 못살게 굴고 있을까? 지난날 우리 글자가 없었을 때에 중국 한자와 한문을 섬기던 못된 언어사대주의 버릇이 이제 미국말을 섬기는 쪽으로 가고 있다. 누가 이렇게 외국말을 퍼트리고 우리말을 짓밟는가? 농민이나 노동자, 일반 국민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이끄는 정부와 공무원, 언론과 기업이 앞장서서 외국말을 마구 퍼트리고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고 있다. 저만 똑똑하고 잘난 줄 아는 얼빠진 학자나 전문가가 남을 생각하지 않고 외국말을 쓰고 그 말을 많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따라 쓰면서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게 된다.

 

어떤 이는 세계화 시대에 좀 어떠냐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제 글자를 가지고도 500년 동안 쓰지 않았다. 지난 수 천 년 동안 힘센 나라에 짓밟히고 그들을 섬기며 살았다. 이제 훌륭한 제 글자를 업신여기고 쓰지 않는 못된 버릇을 법과 규제를 만들어서라도 버리게 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도 살고 인류 문화발전에도 이바지하는 일이다. 지난날 우리 글자가 없고 중국 지배를 받던 때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오늘날은 세계 으뜸가는 글자를 가진 나라요 이 글자로 선진국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국민 수준이 높아졌다.  이제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말이 독립하고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된다. 제발 정신 차리고 이런 얼빠진 짓을 하지 말자. 그래야 선진국이 되고 자주독립국이 될 수 있다. 

 

▲ 고용노동부, 충남 교육청과 공기업 알림 글 모습. 이 정부 들어서면서 영어 혼용이 더 심하다.     © 리대로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기사입력: 2020/12/11 [02:1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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