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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말 창씨개명은 얼빠진 짓
[한글 살리고 빛내기 74] 미국말로 이름을 바꾸면 잃는 것이 더 많다
 
리대로   기사입력  2024/01/16 [13:05]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를 외치면서 온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나라가 빛난다고 영어조기교육과 한자조기교육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니 돈벌이에 눈이 먼 회사들이 이름을 영문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바로 선경이 ‘SK’로 럭키금성이 ‘LG’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런 이름은 영어도 아니고 상표라고 할 수 있는 조잡스러운 줄임말이었다. 그런데 그게 좋은 줄 알고 공기업인 한국통신이 ‘KT’로 바꾸고 정부투자기업인 국민은행이 ‘KB’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다른 공기업들은 말할 것이 없고 개인 기업들이 너도 나도 따라서 회사이름을 영어로 바꾸었다. 이 일은 어렵게 살아나는 우리 말글을 못살게 하는 얼빠진 짓이고 못난 일이다. 

 

▲ 외국 대통령에게 한자로 붓글씨를 써 보이는 얼빠진 김영삼 대통령(왼쪽)의 영어 조기교육 추진에서 비롯된 공기업들의 영문 창씨개명(오른쪽) 바람이 걷잡을 수 없이 세차게 불었다.  © 리대로


일제 때 일본이 우리 겨레를 없애려고 일본식 창씨개명을 강제로 시킨 것을 비난하면서 오늘날에는 우리 스스로 미국식 창씨개명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혔다. 이 못난 짓을 그대로 놔두면 점점 더할 것이고 우리말이 시들고 우리 겨레와 나라까지 망칠 수 있는 매우 잘못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된다고 신문에 글도 쓰고 정부에 막아달라고 건의해도 듣지 않았다. 미국식 이름 짓기와 영어 쓰기가 무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자꾸 번졌다. 국어문화운동본부 남영신 대표와 내가 앞장을 서고 홍영호 변호사가 소송을 맡아 그들을 옥외광고물관리법과 한글전용법 위반으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런데 법원은 한 해가 지나도 판결을 안 하고 합의 하라고 조정위원회를 몇 차례 열기만 했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빨리 판결을 하라고 법원에 진정서를 냈다. 그러니 법과 규정은 위반했으나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특정한 사람에게만 잘못한 것이 아니니 우리에게 손해배상은 해당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영어 창씨개명은 잘못된 것이고  영문으로 이름을 쓰는 것은 한글전용법 위반이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판결과 함께 처벌받게 하자는 생각이었으나 법에 처벌조항이 없으니 손해배상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영문으로 이름을 바꾸고 쓰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판결은 받았지만 저들이 이름을 우리 말글로 바꾸라는 판결은 없고 법을 위반했으나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을 하니 소송으로 얻은 게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처벌조항이 들어간 강력한 국어기본법을 제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10여 년 전 조사한 아파트이름과 상표(왼쪽), 교보문고에서 본 영어로 된 잡지 이름들(오른쪽)   © 리대로


그런데 이렇게 영어 창씨개명 바람이 분 것은 김영삼 정부가 영어 바람을 일으켜서 얼빠진 나라 만들어 나라가 국제통회기금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는 경제 식민지가 된 데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대우와 한보 같은 대기업들까지 문을 닫고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서울역이나 지하도에서 잠자는 노숙자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는 영어 바람을 잠재울 생각은 안 하고 벤처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영문으로 회사이름만 지으면 회사 실체가 없어도 나라 돈을 마구잡이로 퍼주니 영문이름 회사는 더 늘어났다. 세종대왕과 같은 지도자라면 이런 바보 정치를 안 했을 터인데 일본 식민지 국민 세대여서인지 제 정신이 아니었다.

 

▲ 온통 영문 이름인 2017년 벤처기업협회 임원 회사들(왼쪽), 2002년 글쓴이가 신문에 영어 창씨개명을 하지 말라고 쓴 글(오른쪽).  © 리대로


그렇게 미국말 창씨개명 바람은 더 세차게 불고 공기업인 포항제철은 ‘POSCO’, 수자원공사는 ‘K-water‘ 한국토지주택공사는 ’LH‘처럼 바꾸었으나 잘 된 게 없다. 오히려 세계 손꼽히는 기업이 되기보다 잃은 게 더 많고 사라진 회사도 많다. 그때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는 회사이름을 바꾸지 않아도 나라밖에서도 알아주고 성장했으나 하이닉스라고 영어로 이름을 바꾼 현대전자는 망했다. 미국말로 이름을 바꾸지 않아도 경영을 잘하고 기술개발에 힘쓰는 것이 더 좋기에 창씨개명을 하지 말라고 글도 쓰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에서는 영문 창씨개명 하는 회사들을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아 발표하기도 했으나 점점 더했다. 

 

그러니 뿌리 깊은 사대주의와 식민지근성이 다시 살아나고 이기주의가 판치고 우리 말글살이는 어지럽고 국민정신과 나라까지 흔들렸다. 지나친 영어 편식 교육은 애들과 가정을 짓밟고 교육을 망쳤다. 옛날에 중국식으로 이름을 젓던 버릇이 미국식 이름 짓기로 바뀌었다. 나라 밖에서는 우리말을 배우려는 이가 늘어나고 우리 문화 한류가 퍼지는데 나라 안에서는 이렇게 우리말보다 외국말을 더 섬기니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기에 지금이라도 당장 영어 편식 교육과 영문 창씨개명 중단하고 영어 교육 방법과 교재들을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는 말글살이를 해야 노벨상을 타는 사람도 나오고 자주독립국이 된다. 아래 2003년 한글단체가 법원에 낸 진정서를 소개한다.

    

               서울지방법원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나라와 겨레를 위해 우리말을 살리고 빛내는 일이 국민으로서 바른 도리요 조상과 후손을 위해서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우리말글 사랑운동들 열심히 하는 사람들입니다. 

  법원원장님과 여러 판사님들께서도 나라와 겨레를 위해서, 또 바르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바른 재판을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신 줄 압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지난 2002년 11월 28일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국어문화운동본부와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이대로 공동대표 외 7명이 우리말 회사이름을 버리고 영문으로 회사 이름을 바꾼 KT와 KB(국민은행)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번호 )을 낸 일이 있는데 그에 관한 진정입니다. 

  법원장님께서도 잘 아니다시피 거리 간판뿐만 아니라 상표와 회사이름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말을 버리고 미국말 일색으로 바뀌고 있어 우리말과 한글이 바람 앞의 등불 꼴이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말의 위기입니다. 더욱이 옥외광고물관리법에 간판 글씨는 우리 한글로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법이 없더라도 더 우리말을 걱정하고 빛내기 위해 힘써야 할 국영기업이나 마찬가지인 한국통신과 국민은행은 그 법과 우리말을 무시하고 외국말 사용 열풍을 부채질해서 우리말 살리기 운동을 하는 국민에게 큰 충격과 함께 정신피해를 주었을 뿐 아니라 국어운동을 힘들게 만들어 물질로도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지난 열날 남짓 동안 3차 조정재판을 통해서 아무런 죄책감이나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서 그들이 얼마나 우리 말글과 국민을 무시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무성의한 태도에 국민이 절망하며 또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제 법원이 우리 말글을 살리기 위해서 저들에게 엄한 벌을 주셔서 우리말이 살아날 계기가 되고 우리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역사에 빛날 판결을 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진정합니다.

                         2003년 10월 30일. 

 

       진정인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 외 10명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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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16 [13: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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