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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20년,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진단]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활용할 수 있어야
 
이재봉   기사입력  2012/08/29 [13:24]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정상화한지 20돌이 되었다. 수교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양국 관계에 대해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현황을 보도하며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논조를 펴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수교하기 전까지 ‘중공’이라 불리던 나라에 관해 막연하게나마 공부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박사과정을 밟으며 미국의 대외정책을 공부할 때였다. 소련과의 냉전에서 이긴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쟁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을 미리 견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방지침이 1992년 3월 뉴욕타임즈에 ‘폭로’된 무렵이었다. 그 지침엔 서유럽의 독일, 옛 소련의 러시아, 동북아시아의 일본, 서남아시아의 인도 등이 대상으로 명시되었지만, 내 지도교수는 미국이 실제로 견제 대상으로 꼽는 나라는 중국이라고 단언했던 것이다.

반신반의했던 지도교수의 주장에 완전 수긍하며 중국에 관해 꼭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4년 뒤 나도 교수가 되면서다. 1996년 4월 미국이 일본과 공동 안보 선언을 하고, 이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냉전’ 또는 ‘제 2차 세계 냉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무렵을 전후로 ‘중국 위협론’이 퍼지기도 하고,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머지않아 중국에 의해 세계 평화가 유지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2020년을 전후하여 중국이 세계 제 1의 경제대국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2050년쯤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확산되었다.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하기 시작했다. “나는 미국에서 10여년 공부한 덕분에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있는데, 여러분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중국을 알아야 할 것이다. 중국어부터 영어 못지않게 공부하기 바란다.”

그 동안 중국은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실시하면서 무려 30년 이상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거의 10% 안팎의 눈부신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G7’이라 불려온 세계 7대 경제대국들을 차례로 따라잡았다. 1993년 캐나다를 제쳤고, 2000년대 접어들자마자 이탈리아를 제쳤다. 그리고 2005년엔 프랑스, 2006년엔 영국, 2007년엔 독일을 앞지르고, 2010년엔 일본까지 제치면서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국내총생산 (GDP)을 시장 환율이 아닌 구매력 평가지수로 계산한다면, 중국은 이미 2001년부터 미국을 제외한 모든 경제대국들을 앞질렀고, 2017년엔 미국까지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금 (IMF)은 2011년 9월과 2012년 4월 세계 국가별 GDP를 발표하면서, 2011년엔 미국이 15.1조 달러, 중국이 11.3조 달러를 기록했는데, 2017년엔 미국이 19.7조 달러, 중국이 20.3조 달러를 기록하리라고 예측한 것이다.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1999년부터 핵무기 및 미사일을 비롯한 전략무기 증강에 초점을 맞춘 군사 현대화를 적극 추진해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9년 11월 최초로 무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2003년 10월엔 유인 우주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며, 2007년 1월엔 위성 요격 실험까지 성공했다. 군사비도 대폭 증강하여 2005년부터 세계 제 2의 군비지출 대국이 되었으며, 2011년엔 항공모함을 시험운항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중국의 눈부신 성장에 바짝 긴장하고 경계하며 이를 연구하고 대비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두 가지 사례만 든다. 첫째, 미국 국방부는 2000년부터 해마다 중국의 군사력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법에 따라 2020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둘째, 2008년부터 경제위기를 겪어온 미국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예산통제법을 만들어 앞으로 10년 동안 거의 5000억 달러에 이르는 국방비를 줄이기로 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력은 오히려 증강시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해군 병력의 60%가 2020년까지 아태지역에 배치될 예정이다.

그런데 미국 못지않게 중국에 관해 공부해야 할 나라는 바로 우리 한국이 아닐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미국보다 더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 붕괴를 통한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는데, 나는 북한 붕괴가 가능성도 낮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주장해왔지만, 만에 하나 북한이 무너질 위기에 놓이게 되면 남한이나 미국보다 중국이 먼저 북한을 ‘접수’할 가능성과 당위성이 훨씬 더 크다.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남한의 안보가 미국에 중요한 정도보다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북한의 안보가 중국에 중요한 정도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지 않겠는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이와 입술처럼 가깝다는 ‘순치 (脣齒) 관계’로 일컫는 배경이다.

둘째, 중국은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하여 도저히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우리와 중국의 무역량은 2003년에 일본과의 무역량을 넘어섰고, 2004년엔 미국과의 무역량을 초과했다. 수교한지 겨우 11-12년 만이었다. 2009년부터는 한.중 교역액이 한.미와 한.일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역의 내용이다. 일본에겐 단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해본 적이 없으면서 2011년 286억 달러의 적자를 보았고, 미국에겐 1982년부터 흑자를 기록하면서 2011년 116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그런데 중국에겐 수교 다음해인 1993년부터 흑자를 기록해온 가운데 2011년 478억 달러의 흑자를 보았다. 세계에서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인 한국이 전체 무역흑자의 80% 정도를 중국에서 거두고 있으니 우리는 중국을 통해 먹고사는 셈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냉전시대의 한미동맹에만 매달리며 중국을 경시하는 게 바람직할까. 무턱대고 중국을 따르거나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친중 (親中)도 하고 반중 (反中)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친중이나 반중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지중 (知中)이요 용중 (用中)이다. 먼저 기본적으로 중국을 제대로 알고, 경우에 따라 지지도 하고 반대도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 글쓴이는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 평화연구소장이며 <남이랑북이랑>(http://pbpm.hihome.com)의 편집인입니다.
* [남이랑북이랑]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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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8/29 [13: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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