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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악대금으로 연주한 대금산조 원형에 푹 빠지다
[공연] 제24회 죽향 이생강 대금산조 발표회, 팔도아리랑을 연곡으로 연주
 
김영조   기사입력  2011/10/10 [16:09]
이 시대 국악관악기 최고의 명인 이생강 선생, 그는 올해 75살이다. 하지만, 선생은 아직 여전히 공연으로 삶을 불태우고 있다. 그를 증명하듯 지난 10월 9일 저녁 7시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 집(코우스)에서 제24회 죽향 이생강 대금산조 발표회 “뿌리”가 죽향대금산조원형보존회 주최, 문화재청ㆍ한국문화재보호재단ㆍ국악방송 등의 후원으로 열렸다. 

이 공연은 지난 8월에 세화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최초 공개된 정악 대금으로 녹음한 미공개 원형 대금산조 CD 출반을 기념하여 열린 것이다. 음반에는 24분이 넘는 '진양조'를 비롯해 중머리, 중중모리, 굿거리, 시나위 등 총 63분이 넘는 곡이 수록됐다. 
 
▲ 정악대금으로 대금산조를 연주하는 이생강 명인     © 김영조
공연은 먼저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이광훈 전수조교 외 20여 명이 대금산조 합주로 시작했다. 모두 이생강 선생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합주단은 선생의 연주를 닮아가려는 듯 혼신을 다해 연주를 한다. 

이어서 이생강 선생은 흥겨운 연주 팔도아리랑을 연곡으로 연주한다. 음악은 연주에 따라 천차만별의 빛깔로 변한다든가? 똑같은 아리랑이라도 선생의 연주는 기가 막히다. 젓대로 그것도 이생강 선생의 연주는 어떤 때는 흥겹고 어떤 때는 가슴이 싸하고….

이날 공연의 절정은 아무래도 선생이 정악대금으로 대금산조를 연주한 대목이었다. 청중은 숨죽였다. 과연 원형대금산조란 무엇이던가? 산조대금보다 좀 더 길고, 취구가 작으며, 지공이 넓어서 다루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호흡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정악대금. 과연 선생이 정악대금으로 연주한 산조는 어떤 느낌일까?

드디어 젓대는 울었다. 역시나 무게 추는 아래로 내려간다. 산조대금 소리보다 더 깊은 또 더 담담한 정악대금의 아름다움이 선생의 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활화산처럼 품어져 나온다. 화려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어머니 가슴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나만의 심정일까? 어쩌면 이 소리가 진정한 우리의 소리일지 모른다.

물론 산조는 전곡을 연주하지는 못했다. 선생은 말한다. 발표회 사간 관계상 모두 들려드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지만, 선생의 목소리는 전곡 연주를 하고 싶은 갈망으로 가득 찬 듯했다. 또 청중들은 언젠가 정악대금으로 연주하는 대금산조 전곡을 들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듯했다.


▲ 이광훈 외 10인의 대금산조 합주     © 김영조
선생의 연주 외에 하와이안 기타와 가야금 원리를 이용해서 1940년대 고안했다는 철현금 산조합주가 있었다. 이 철현금은 포크 기타의 쇠줄을 8줄로 얹었으며, 오른손은 술대를 잡고, 왼손은 농옥을 쥐고 연주를 한다. 또 이 악기는 연주자에 따라 거문고, 가야금, 아쟁 같은 가락과 음색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철현금은 가야금에 견주면 확실히 음폭이 넓다. 가까이서 보편적이지 않은 악기 연주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밖에 박동진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서명희 명창이 잡가 사철가와 판소리 흥부가 가운데 흥부 박 타는 장면을 소리했으며, 김미희 가야금병창단의 가야금 병창, 견두리ㆍ윤현숙의 경기민요, 정명숙의 살풀이춤도 있었다.

이날 공연을 지켜본 신광철(사업가) 씨는 “이생강 명인의 공연을 보니 정말 가슴이 벅차다. 더구나 일반적인 산조대금이 아니라 정악대금의 원형 연주라 그런지 처음 들었지만 나를 참 편하게 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연주를 듣고 우리 음악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을 듯하다.”라며 감동한다.

일부 연주에서는 연습이 부족한지 약간 불협화음이 들리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연주였다. 청중들은 연신 추임새를 하기 바빴다. 깊어가는 가을날 그것도 제565돌 한글날에 정말 뜻깊은 공연이었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 정영희 외 5인의 칠현금 산조 합주     © 김영조

▲ 서명희의 판소리, 견두리ㆍ윤현의 속의 경기민요, 정명숙의 살풀이(왼쪽부터)     © 김영조
▲ 가야금 병창을 하는 김미희 가야금병창단     © 김영조
▲ 아리랑연곡을 연주하는 이생강 명인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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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0/10 [16: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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