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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라의 아름다운 해금산조, 가을을 활짝 열다
[공연] <젊은 예인과의 만남> 이유라 해금독주회, 정통 기법 호평
 
김영조   기사입력  2011/09/04 [21:32]
“조선은 어떻게 생겼더이까?
계면조의 처절한 소리가 조선입니까?
아니면 우조의 장중한 소리가 조선입니까?
어쩌면 계면조이면서도 우조인 조선.

저 가녀린 악기 해금
그저 두 줄 뿐이외다
두 줄만으로 세상을 가슴으로 껴안는 소리를 냅니다
두 줄만으로 조선을 얘기하는 악기입니다.”
 

▲ 한범수류 해금산조를 연주하는 이유라     ©김영조
이광인 시인의 “두 줄만으로” 시 일부이다. 해금은 그렇게 작은 몸체인 가느다란 두 줄로 조선을 얘기한다. 어느 땐 활달한 몸짓으로 청중을 휘어잡고 어느 땐 처절히 울부짖는다. 흔히 우리 악기는 음폭이 적어 서양악기와 협연하기 어렵다고들 해왔다. 하지만, 최근 부쩍 는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협연에서 해금은 오히려 서양 현악기를 이끈다는 느낌까지 준다. 

그 해금을 연주하는 젊은 연주자들이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후원하고 '부암아트홀'에서 주최하는 목요 국악 상설<젊은 예인과의 만남> 공연이 9월 1일 열렸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이 이유라 씨였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한범수류 해금산조로 시작하여 김영재류산조로 끝맺음했다. 장구반주는 타악실내악단 '공명'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조민수 씨가 맡았다.  
    
▲ 객석을 꽉 채운 청중들의 다양한 추임새에 맞춰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     © 김영조
  
▲ 다양한 기법의 김영재류 해금산조를 물 흐르듯 연주하고 있다     © 김영조
 
원래 이유라 연주자는 퓨전 음악의 1인자였다. 천 년 동안, The Moment, 빨간 드레스를 연주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이유라가 산조를 공연한다는 것에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섬세하고도 애절한 듯한 느낌의 한범수류 해금산조와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는 김영재류 해금산조를 무리 없이 연주해낸 이유라의 공연은 그동안 끊임없이 갈고 닦은 실력을 내보임에 유감이 없는 무대였다. 

최근 젊은 연주자들이 기본을 무시하고 너도나도 퓨전 음악을 선호하여 원로 국악인들의 걱정을 많이 사고 있는 터에 이렇게 다른 류의 두 산조 공부에 매진한 이유라를 위해 공연장에 모인 청중들은 아낌없이 큰 손뼉을 보냈다

해금은 천의 얼굴을 가진 악기로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기에 청중들의 반응이 폭발적인지도 모른다. 해금은 현대적인 음악 연주에도 전통에 바탕을 둔 음악 연주에도 잘 어울린다. 그런 양면성을 이유라는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연이 끝났다. 그런데도 청중들을 계속해서 손뼉만 쳐댈 뿐 일어서려고들 하지 않는다. 이유라 산조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이날 공연에 참석한 서초구 방배동의 손영희 (회사원, 52) 씨는 “아직 해금을 많이 듣지 못해서 정확한 곡 해석은 못 하겠지만 그 흥만은 따라갈 수가 있어서 시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더구나 작은 공연장에서 연주자를 가까이에 두고 볼 수 있어서 친근감이 들었다. 아주 행복한 공연이었다.”라고 말했다. 
 
▲ 고수의 장단에 맞춰 김영재류 해금산조 연주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     ©김영조
이유라의 해금산조. 참으로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전통의 발전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이어야 한다고 했던가? 이유라야말로 법고창신을 제대로 실현하려는 연주자라고 청중들은 입을 모았다. 이제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다. 산들바람이 부는 초가을 저녁 이유라의 해금연주는 설레는 가을의 문을 활짝 열어젖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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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9/04 [21: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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