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달팽이 작전'에 프랑스 마비
프랑스 노동계, '연금개혁 반대' 총파업
 
김준옥   기사입력  2010/10/20 [11:23]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노동계가 19일(이하 현지시각) 또 다시 총파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이후 네번째 총파업이다.

특히 운송노조의 '오페라시옹 에스카르고'(달팽이 작전)로 프랑스 곳곳의 교통이 마비됐다. '오페라시옹 에스카르고'는 달팽이처럼 초저속 운행을 해 교통을 마비시키는 것을 말한다. 파리와 리옹 등으로 통하는 주요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됐다.

지난 12일 시작된 정유공장 파업과 석유저장기지 봉쇄로 전국 주유소의 15%인 3,000여 곳에서 기름이 떨어졌다.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재기하려는 차량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바닷길도 하늘길도 모두 막혔다.

3주째 항만노조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마르세유 항에는 선박 입항이 봉쇄돼 유조선 수십 척이 발이 묶였다. 항공당국은 19일 국내선 위주의 오클리 공항에 항공편의 50%, 샤를드골 공항 등 나머지 공항에 30%를 각각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19일 정오까지 48만명(정부 추산)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프랑스 TV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뒤집힌 채 불타고 있는 자동차의 모습과 건물 유리창을 부수는 시위대들의 모습을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다.
 
고등학생들까지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대에 합류했다. "퇴직과 연금 수령 연령이 늦춰지면 젊은 층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고 청년 실업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 교육부는 "18일 전국 4302개 고등학교 가운데 261개 학교가 학생들의 봉쇄로 임시 휴교를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서부 르망 시의 발뒤즌 중학교가 19일 새벽 불에 타 전소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로서도 연금개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위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사르코지 연금개혁안'은 법정 최저 은퇴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연금 전액 수령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각각 2년씩 늦추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 같은 연금개혁을 통해 2018년쯤 연금 재정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런 개혁에 대해 반대와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번 개혁을 꼭 성사시켜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프랑스 상원도 연금개혁법을 20일 표결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노동계의 시위에 밀려 21일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지난 1995년에도 3주에 걸친 공공부문 파업을 통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연금제도 개혁을 무산시킨 바 있는 프랑스 노동계가 이번에도 '사르코지 연금개혁법 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0/10/20 [11:2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