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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현육각 풍류, 명인들 손으로 재탄생하다
[공연] <삼현육각보존회>, 제3회 삼현육각 정기연주회
 
김영조   기사입력  2009/03/26 [10:47]
▲ 삼현육각 정기연주회를 하는 <삼현육각보존회> 회원들     ©김영조
 
 
조선시대 궁중무용과 행진 때 하는 풍류, 그리고 지방 관아의 연회, 높은 관리나 귀인의 행차, 향교의 제향 및 각 지방에서 신에게 제사 지낼 때 두루 쓰이던 악기편성을 뜻하는 “삼현육각(三絃六角)” 향피리 둘과 대금·해금·장구·북 각각 하나의 잽이들이 연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 이름마저 기억을 못 한다. 

이 삼현육각을 이 시대에 재현하고 맥을 잇는 <삼현육각보존회(회장 최경만)>가 제3회 삼현육각 정기연주회를 지난 3월 24일 저녁 7시 30분 남산국악당에서 열었다. <삼현육각보존회>는 원래 <경기시나위보존회>로 활동해오다가 지난해 9월 25일 밤 7시 30분 무형문화재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경기시나위발표회”를 연적이 있는데 이제 단체의 이름을 “삼현육각보존회”로 바꿔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 삼현육각은 회장 최경만 선생이 지영희 선생으로부터 전승받은 것을 올바로 이어가려고 노력한 끝에 하는 연주이다. 

▲ 삼현육각 정기연주회에서 맛깔스럽게 해설을 하는 최종민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 김영조
공연은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최종민 교수의 맛깔스러운 사회로 문을 열었다. 시작은 “관악영산회상 중 삼현도드리~별곡”이다. 정악의 “관악영산회상”과 선율 등이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가락이 화려하고 잔 기교가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피리 최경만·김효도, 대금 이철주, 해금 김무경, 장구 윤순병, 좌고 김성엽 등 역시 이 분야 대가들의 연주는 감히 평을 해볼 여지가 없다. 

두 번째는 “염불풍류 한바탕”이다. 이 음악은 ‘대풍류“라고도 하는데 이날 연주된 것은 긴염불부터 반염불, 삼현타령, 느린허튼타령, 중허튼타령, 자진허튼타령, 경기굿거리, 자진굿거리, 당악 등 총 9개의 악곡이다. 대풍류는 악기 편성이면서 동시에 연주곡목을 가리키기도 한다. 또 삼현육각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주는 이 음악에 청중들은 푹 빠져 듣고 있다. 

세 번째는 “무속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인데 요즘은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이 경기민요 소리꾼에 의해 경기창법으로 많이 부른다.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으로 전하는 노랫말이 수십 가지인데 그만큼 그 속에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노래가 아닐까? 삼현육각보존회의 기막힌 반주도 일품이지만 차세대 경기명창으로 손꼽히는 최수정의 구성진 목소리도 좋다.  

마지막으로 “취타풍류 한바탕”이다. 취타풍류는 임금의 행차나 군대의 행진과 개선 때 연주하던 곡인 취타부터 길군악, 길타령, 염불타령, 삼현타령, 별곡까지 6곡으로 된 모음곡으로 민간에서 구전하던 곡들을 지영희 선생이 채보하고 엮어서 전승된 음악이다. 요즘은 취타를 거의 볼 수 없다. 그래서 이 연주는 취타풍류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 연주자들(피리 최경만, 해금 김무경, 대금 이철주, 피리 김효도, 장구 윤순병, 좌고 김성엽 - 윗줄 왼쪽부터)     © 김영조
 
 
모든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들이 일어서서 인사할 차례다. 그런데 해금을 불었던 김무경 명인이 일어서다 쓰러진다. 모두가 경악한다. 가부좌 자세로 오랫동안 연주한 결과 발이 심하게 저린 것이다. 그 정도로 집중해서 해금을 연주했던 것이다. 이렇게 혼신을 다한 연주자들의 연주에 모두는 기립박수로 답례한다. 

그러자 사회자 최종민 교수가 나서서 소리꾼 최수정에게 민요 한 자락 불러주길 청했다. 최수정은 삼현육각 반주에 맞춰 흥겨운 노랫가락 뱃노래를 선물한다. 청중들은 모두 일어나서 추임새를 하고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 모두 하나 되는 흐뭇한 광경이다. 이게 바로 우리 문화가 추구하는 목적이 아닐까? 

이날 객석을 메운 청중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았는데 아마도 국악을 배우는 고등학생들일 것이다. 이들은 연방 추임새를 넣어가며 흥분의 도가니다. 어른들은 국악을 올바로 계승하려는 학생들의 뜻이 참 가상하다고 말한다. 

▲ 삼현육각 반주에 맞춰“무속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을 부르는 최수정(가운데)     ©김영조
 
 
공연이 끝나고 이보형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장은 “삼현육각은 관아나 민간의 행사에 쓰이는 중요한 음악이었기 때문에 전통사회에서는 전국 어느 지역에나 그 고장의 특성이 있는 삼현육각이 전승되었지만 전통사회가 무너지면서 지금은 삼현육각의 전승이 거의 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만 회장과 <삼현육각보존회>의 이러한 노력이 없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하면 끔찍하다. 최경만 회장은 이 시대 국악계의 보물이다.”라고 칭찬한다. 

<삼현육각보존회> 회장 최경만 명인은 “민속음악, 나아가 전통예술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고 우리 겨레의 역사와 혼이 담긴 민속악을 복원하는 작업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전통음악을 이어나가는 후배들이 체계적으로 삼현육각을 접하고 미래에 올바르게 전승할 수 있는 음악의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한다. 

▲ 연주가 끝난 뒤 청중의 성원에 뱃노래를 선물하는 최수정과 삼현육각 연주자들     © 김영조
 
 
▲ 삼현육각 정기연주회장을 메운 청중들     © 김영조
 
▲ 삼현육각 정기연주회 모습     © 김영조
지영희, 김광식, 이충선과 같은 수많은 거장이 경기 삼현육각을 전승하며 국악에 대한 지극한 애착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단절되어가는 여러 음악을 전승시키고자 하였음에도 그 근본조차 잊혀 가는 현실에 놓여있다.  

그런 중에 지영희 선생 문하에서 공부하였던 최경만을 비롯한 이 시대 명인들이 그 맥을 이어 나가는 끈을 놓지 않고 전승과 복원 작업에 사명감을 다하는 것은 참 다행히 아닐 수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은 우리의 가슴에 맺혀있는 한을 풀어내는 민속음악의 훌륭한 정신을 높이 사고 소중한 우리의 전통이 후세에도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발판을 구축하는 뜻 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번 공연이 전통예술계 최고의 해설명인 최종민 교수의 맛깔스러운 사회와 함께 화창하고 장중한 풍악이 되살아나 우리 겨레의 하나 되는 대동 정신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들 기대한다. 아직 소소리바람이 부는 봄밤 우리는 한바탕을 꿈을 꾼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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