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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지역언론인에게 헌혈증 기증하고 싶었다"
[사람] '백혈병 투병' 조대기 언론인에게 헌혈증 기증한 김용환 씨
 
김철관   기사입력  2008/06/19 [22:05]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가슴 아픈 사연을 보면서 헌혈증을 기증하게 됐어요.”
 
▲김용환 씨.     © 김철관
지난 5일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현재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 무균실에서 투병중인 조대기 <군포시민신문> 편집국장의 사연이 한 인터넷신문에 게재된 기사를 읽고, 한국인터넷기자협회를 찾아 헌혈 증서를 기증한 김용환 씨가 건넨 말이다.
 
18일 오후 한국인터넷기자협회가 있는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사무실에 11장(15장 중)의 헌혈 증서를 가지고 와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에게 건넨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져 그와 대화를 시작했다.
 
“17일 저녁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실린 조대기 <군포시민시문> 편집국장의 사연을 읽었다.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더 돋보인다. 기사를 보고 백혈병에 걸린 조 선생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잘 알고 있는 언론운동단체나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한 사람도 많지만, 조 선생님같이 보이지 않는 곳인 풀뿌리 지역 언론운동과 지역신문에서 묵묵히 일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헌혈증을 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최근 외국작가가 쓴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라는 책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정확하고 진실한 언론은 언어선택과 훌륭한 언론인이 존재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는 미국 공화당이 민주당을 이기는 과정을 분석해 놓은 책이다. 한 프레임의 언어선택을 통해서도 언론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느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보면서도 언론의 언어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요즘 들어 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나마 진실하게 보도한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을 자주 본다. 조대기 선생의 사연도 <프레시안>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신문도 재정난을 겪어 힘든 상황을 거쳤다. 그래서 후원을 하게 됐다.”
 
그가 첫 헌혈을 하게 된 이유로 “외국에서 피를 수입한 사건이 충격을 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피를 수입하고 있다. 자급하지 못하고 있다. 자급을 할 수 있는 길은 국민 스스로가 헌혈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 자신부터 실천하기로 했다. 혹시 수입한 피가 에이즈, 조류독감, 광우병 등 여러 사태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헌혈증을 모아뒀다가 가족, 친구 등 필요한 사람에게 주려고 했는데 참된 언론인이면서 언론운동가인 조대기 선생에게 기증하게 돼 뜻있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선생은 그다지 많이 알려진 명망가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역 언론운동, 시민운동, 지역언론인 등의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여건이 힘든 지역에서 굳건히 일했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헌혈증을 주기로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이다.”
 
대화를 하는 도중 그의 직업이 궁금했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2학년에 다니다 총학생회 정책부장을 맡아 학생회 사업에 열중하기 위해 휴학을 했다고 밝혔다.
 
광우병 수입쇠고기 반대 광화문 촛불문화제에도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미국과 쇠고기 협상은 특정계층의 이익을 대변했다. 국민전체의 건강권을 확보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게 되면 반드시 진입장벽이 생기게 되고, 서민들은 광우병 쇠고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서민들을 구제해 주기위해서는 반듯이 재협상을 해 모든 국민의 건강권을 되찾아줘야 한다. 바로 촛불집회에 자주 나온 이유다.“ 김씨는 지금까지 20회 정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우병 쇠고기 정국과 관련해 미국 패권주의 시장논리인 신자유주의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하는 일부 지도층의 잘못도 크지만, 대신 진보진영도 대안과 새로운 담론을 만들지 못한 점도 깊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재협상이 거부되고 정권퇴진으로 나갈 때는 순수한 시민운동차원에서 국민운동으로 승화해야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계산이 깔리면 국민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를 향해 미국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을 축구하는 촛불집회를 보면서 삶의 민주화가 중요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촛불집회는 거대담론의 민주화 또는 정치민주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삶의 민주화, 경제의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삶의 민주화가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한편, 조대기 <군포시민신문> 편집국장의 백혈병 투병 소식이 기사를 통해 알려지자, 그를 아는 많은 지인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헌혈증을 모으고 있는 인터넷기자협회는 헌혈증 기증이 마무리되면 투병중인 조 편집국장에게 건네줄 방침이다. 후원회 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조대기 <군포시민신문> 편집국장은 <세계일보> 기자 및 노조위원장,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총장,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초대 회장, 남북경협운동본부 사무총장,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5일 심한 두통으로 병원 정밀진단을 받아 급성백혈병으로 판명돼 현재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 무균실에서 투병 중에 있다.
 
조 편집국장은 97년 세계일보 재직 당시 불거진 세계일보 사태 때 노조위원장으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조민성 노조 사무국장, 조정진 노조 공보위원장 등과 함께 사측으로부터 명예훼손 및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으나 2002년 2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아 승소했다. 이후 조 편집국장은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총장, <시민의신문>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2002년 <시민의신문> 편집국장 재직 당시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사이버분향소를 설치해 50여만 명에 달하는 추모객들을 모으면서 여중생 촛불시위의 사이버 여론을 크게 확산시킨 바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창립에 참여했고,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관련 단체 및 지인들과 후원의 밤 등 지원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헌혈증서 기증 및 후원을 호소하고 있다. (문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02-732-7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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