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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의한 지상파 DTV전환은 실패한 정책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유럽식으로 변경돼야
 
김철관   기사입력  2003/05/26 [11:32]
"유럽의 디지털방송은 각 나라마다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 따라 그 속도와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디지털화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인식만큼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또 지상파TV의 디지털전환이 미국과 한국처럼 안방극장의 오락기구로서 디스플레이 기능에 치중하기보다는 사회와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방송서비스로 그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MBC기술부 석원혁 차장은 23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 열린 2003년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디지털 방송연구회 섹션' 연구발표에서 '유럽 및 호주의 지상파DTV 현황 및 전환정책'이란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정통부가 말한 고화질 구현은 지상파 디지털TV를 안방극장으로 구현하겠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디지털지상파 방송은 아날로그 제도하에서 지적된 문제점과 이동수신 등 새로운 서비스 영역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현 미국식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의 변경의 정당성을 밝혔다.

이날 '미국 디지털방송의 동향과 전망'을 발제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김수태 회장은 "지상파 디지털 방송전환 비용은 약 50~100조가 투입될 국책사업"이라며 "여러가지 다양한 서비스를 두고 화질만 좋아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정통부의 정책은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DTV전환정책이 미국정책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정책을 모방이유로 첫째, 고화질을 디지털TV 전환의 최대 목표로 삼고있다는 점 둘째, 디지털 위성방송과 디지털 케이블TV,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방송방식이 미국이 채택한 표준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그는 "미국에 의한 최초의 지상파 DTV전환은 한마디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수용자 외면한 공급자 위주의 정책 △단기적인 산업 논리 △정책의 조급성 △방송사와 콘텐츠사업자의 갈등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사간의 갈등 △최초와 최고에 집착한 미국의 자존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정보통신부 이재홍 방송위성과장은 "우리 디지털방송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 2번째의 선발주자로 나섰기 때문에 아픔과 고통이 있었다"며 "디지털 일정과 문제점, 문화적 사회적 문제들을 내년 상반기 중에 중간평가를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리 이동수신이 중요해도 안방에서 볼 TV화면이 커질 수록 고화질(HD)이 중요하다"고 여전히 고화질론을 전개했다. 그는 미리 적어온 자신의 입장을 발표한 후, 객석의 질문을 마다하고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황급히 토론장을 빠져나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국외국어대 장경환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는 '일본 디지털방송의 형황과 문제점'이란 발제를 통해 '일본 지상파 디지털방송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고, 올 12월쯤 시험방송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일본 방송은 디지털화를 위해 △시청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 △시청자 측에 대응 최소화 △디지털전환 일정기간 사이벌 방송 실시 △다채로운 디지털 서비스 제공 △방송인력 전문교육기관 확충 △자금조달 수단의 다양화를 위한 환경정비 △방송 콘덴츠에 대한 저작권처리 규정확립 △방송 콘텐츠 라이브러리 정비 △국제협조 및 공동연구 등의 정책대안을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문화적 인식 접근'이란 발제를 한 단국대 김평호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지상파 디지털전환문제와 관련된 지금까지 나온 각종 보고서나 논문, 기사들이 대체로 정책, 기술, 시장, 경영 등의 차원에 접근, 정체상태에 있는 디지털전환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하지만 정책이나 기술, 경영 등의 차원의 문제가 디지털전환 작업이 겪고있는 어려움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첫째, 수용자들에게 디지털전환을 강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책변경, 기술개선, 적극적 시장확대, 새로운 경영전략 수립과 집행 등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점 둘째, 누구도 새로운 매체에 대한 미래의 성공방정식을 만들어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차원의 대책은 상식적인 전략가이드나 투기처방이라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 셋째, 이런 처방과 대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문제는 TV의 디지털전환이 기술적 전환의 문제를 넘어 문화적 전환의 문제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정책당국(정통부)이 디지털TV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과제의 수립과 협동체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조정자로서 디지털 전환에 따른 담당자(수용자, 방송사, 가전업게, 정보통신업계, 연구소, 콘텐트제작사 등)들의 디지털전환에 따른 인식과 접근이 공유돼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하고 정통부가 혼자 독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담당자들의 인식과 공유가 투자손실을 최적화하고 그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의 성공방정식을 찾아내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TV방송광고 현황과 활성화 연구'를 발표한 호서대 안종배 벤처대학원교수는 디지털 방송에서 광고의 특징을 △일방향성에서 쌍방향성으로 △일방적 수용자가 아니라 선택적으로 수용자로 △기존의 불특정 다수대상에서 세분화된 타킷을 대상으로 △ 커뮤니케이션 기능에서 마켓팅 중심 기능 등으로 설명했다.

한세대 고수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독일 키르히 그룹의 파산과 이원방송 전망'이란 발제에서 독일 미디어 키르히그룹의 파산원인이 △매체통합시대의 수직·수평적 통합구조 실패 △디지털 페이TV의 독점화 야심 △유로 디지털 방송의 수용적 허구 등으로 분석했다.

토론자로 나선 단국대 정재철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우리사회 이익이 누구에게 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근본적 성찰이 필요할 때"라며 "사회 약자인 수용자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 박병완 DTV특위위원장은 "정통부 이재홍 방송위성과장이 얘기한 지상파 독점을 막기 위해 타매체 진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은 방송위원회에서 고민할 문제지 정부관료인 이 과장이 얘기한 것은 아직도 방송을 정부의 손아귀에 넣고자 하는 발상"이라며 "현재 케이블 가입자가 1100만에 육박한 것을 보면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디지털전환과 관련해 "문화적 측면을 간과한 사실은 100%의 동의한다"며 "광의적으로 보면 문화와 종속된 분야야인 기술은 우리사회의 인프라고, 향후 TV는 고정적 장소에 설치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영상미디어는 휴대품이 될 것"이라며 "이것에 대비한 지상파 전송방식 변경을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연구원 이경숙 박사는 "영국은 PC보급율이 낮기 때문에 정보화 극복을 위해 쌍방향이 가능한 DTV 도입을 추진, 정보화 극복방안으로 내세웠다"며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으로 정보화 욕구충족의 대상이 되지 않는데도 소비자 이익을 간과하고 산업논리로 DTV를 추진하고 있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MBC 이완기방송인프라 부국장은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관련해 "기술결정론자는 아니지만 기술이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타 분야에 영향을 준다"며 "기술은 엄청나게 빨리 구체화된 현실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적 요소, 사회적 요소가 힘이 실리지 않는 상태에서도 기술은 결정되고 실질적 구현된다"며 "디지털 기술을 수용하는 방송소비자가 개입해 정부의 정책입안부터 실행까지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산업대 김광호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한국방송학회 2003년 봄철 정기학술대회 '디지털방송 연구회' 섹션 분야는 23일 오후 1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장장 5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한편, 한국방송학회 2003년 봄철 정기학술대회는 대구 경북대에서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에 걸쳐 디지털방송연구회, 영상연구회, 방송법제연구회, 지역방송연구회, 방송저널리즘연구회, 휴면커뮤니케이션연구회, 방송과수용자연구회, 커뮤니케이션과젠더연구회, 문화연구 라운드테이블, 특별섹션 등 10섹션으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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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5/26 [11: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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