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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자체가 문제 Vs 조선일보가 죽인다
"진짜 토론 보여주겠다", 인터넷 논객 3시간 혈전 벌여
 
심재석   기사입력  2003/08/08 [15:07]

사이버 상에서 맹위를 떨치던 인터넷 논객들이 키보드가 아닌 마이크를 잡고 한여름 밤을 뜨겁게 달궈놓았다.

▲토론회 모습     ©대자보

인터넷 정치웹진 시대소리(http://www.sidaesori.com)가 주최하고 본지가 후원한 ‘노무현 정권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주제의 오프라인 토론회가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라이브투닷컴에서 개최됐다. 본 토론회는 본지와 시대소리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되어 네티즌의 질문과 의견을 직접 받는 등 패널뿐만 아니라 네티즌도 직접 참여하는 쌍방향 토론으로 진행됐다.

[동영상] 토론회 보기, 시대소리

이번 토론회는 변희재 시대소리 운영위원이 사회를 맡았으며 장주식, 전차, 미래정치, 미둥 등 인터넷에서 맹활약하는 논객들이 참여했다. 장주식과 전차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고, 미래정치와 미둥이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측의 대표로 나섰다. 이들 패널들은 모두 지난 대선시 노대통령을 적극 지지했었지만, 대북특검수용과, 이라크파병, 신당추진 등에 대한 입장의 차이로 친노와 반노로 분화된 바 있다.

정몽헌 회장의 자살과 대북특검

역시 논쟁의 시작은 대북특검이었다.
▲인터넷 논객 미둥     ©대자보
미둥은 “대북정책은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지만, 노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았다면 한나라당이 노대통령을 DJ양자로 몰아부칠 것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차는 “노정권의 대북특검 수용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유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선이 끝난 후에 대북송금 문제가 잠잠했었는데, 문희상 비서실장이 의도적으로 5억불 송금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은 정권의 계획적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미둥은 “특검수용을 통해 투명한 정치를 정착시키지 않았다면, 새로운 정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장주식은 “(특검수용은)수구세력의 힘이 너무 세서 대부분의 개혁세력이 노무현을 아끼고 지키려고 하고 있는데 노무현은 이것을 이용해 같은 개혁세력 내부의 일부를 죽이려는 것”이라며 “강준만 교수는 ‘노무현 죽이기’라고 말하지만 실제적으로 ‘노무현의 (DJ세력)죽이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래정치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오프라인에 있는 반대파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며 특검수용이 어쩔 수 없었다는 뜻을 밝혔다.

노무현 지지도 왜 떨어지나

▲인터넷 논객 미래정치  ©대자보
노무현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진 것에 대해 전차는 “심각한 위기이며, 이 만큼이라도 유지하는 것은 호남 민심이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인데 새만금, 동계올림픽, 방폐장의 호남 3대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자리 숫자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미래정치는 “양김씨는 충성지지자가 3분의 2가 될 정도로 결속력이 높지만, 노대통령은 열성 지지자는 소수이고, 대선시 지지자들 조차도 노무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미둥은 “노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지는 것은 아직 시스템 개혁의 성과가 나타날 시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빨리 지쳐버렸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에서는 특검수용, 신당 등으로 노대통령을 공격하지만 실제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수구언론이 대통령의 언어표현 가지고 말꼬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차는 “방아쇠를 당겨야 총알이 나가듯이 노대통령이 특검수용 등의 방아쇠를 당겨서 조중동이라는 총알이 나간 것”이라고 받아쳤다.

노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에 대해 장주식은 “국민들이 여론조사에서 차마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실제 투표할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전혀 가치가 없는 조사”라고 강변했다. 전차는 “한나라당 지지율하락은 차기대권후보가 없는 불임정당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문제인가, 대통령이 문제인가

미둥은 대통령 “지지하락의 이유는 조선일보 때문”이라며 “조선일보가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국정수행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그저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비아냥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차는 “노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조중동의 영향을 받는 보수세력의 이탈 때문이 아니라 지지자들이 분열됐기 때문”이라며 “지지자들이 분열한 이유는 조중동의 공격이 아니라 특검, 파병, NEIS, 굴욕적 대미외교”라고 반박했다.

어떻게 하면 노무현이 살아날까

노무현 정부의 발전 방향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장주식은 “반노라고 하더라도 노무현 잘 되라고 반노하는 것”이라며 “친노의 맹목적 지지는 노무현을 망치고 있다”라는 등 노무현에 냉철한 비판이 노정권을 발전시킬수 있다고 주장했고, 전차는 “대선시 지지했던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 나가는 것만이 노무현이 살 길”이라고 동조했다.

미래정치는 “지금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요구한는 것은 감동의 정치지만 감동의 정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감동이 아닌 갈등과 대립이 있어도 서로 협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판하되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며 반노세력에게 정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노대통령은 당장 무엇을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다음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마무리 했다.

방청객 이정호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라며 “아이 맡길 데가 없어서 일을 나가지 못하고 몇 천원이 없어 자살하는 현재의 암울한 경제상황을 극복하야 한다”며 “비리가 없다는 전제 하에 경제가 살아나면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둥은 “노대통령이 하는 것은 시스템 개혁”이라며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2~3년 뒤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차는 “노무현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측근에 있는 영남세력”이라며 “이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지지기반을 닦기 위해 대통령을 조장하는 바람에 친영남 친수구로 가고 있으므로 이들을 경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방식의 참여정치, 성공적인 출발

▲변희재 시대소리 운영위원     ©대자보
이번 토론회는 기존의 딱딱한 TV토론과는 사뭇 달랐다. 처음에는 패널들이 넥타이를 메고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넥타이도 풀고 맥주도 마시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토론회의 반응도 예상보다 좋았다는 평가다. 인터넷 생중계로 토론회를 지켜본 네티즌은 약 30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혁당이 지난 6월 13일에 당내문제로 인터넷 생중계 토톤회를 개최했을 때 보다 많은 수치이다. 시대소리측은 성공적이었다는 자체평가 속에 “다음주에도 ‘지역주의와 신당’이라는 주제 인터넷 생중계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일반 네티즌이라고 볼 수 있는 인터넷 논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희재 시대소리 운영위원은 “노대통령이 토론 공화국을 만들겠다지만, 우리가 정말 토론이 뭔지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터넷 생중계 토론은 인터넷 참여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는 평가다. TV에서 명망가들이 무게잡으며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네티즌들이 이제는 직접 토론에 나서기도 하고 즉각적으로 질문을 올리는 등 구경꾼이 아닌 참여자로 등장하게 되었다.
‘네티즌 시대토론’이라는 기획이 얼마나 많은 네티즌의 참여를 이끌어 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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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08 [15: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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