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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정치인 앨 고어, 노벨 평화상으로 대선?
민주당 유력후보 힐러리 '고어 출마는 본인 마음' 경계도
 
김진오   기사입력  2007/10/13 [00:10]
미국 정치사에서 비운의 정치인으로 통하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세계 최고의 권위 있는 상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 나면서 그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르웨이의 노벨 위원회는 12일 저녁(현지시각) 앨 고어 전 미 부통령과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를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 위원회는 "고어 전 부통령은 정치적 활동과 강연, 영화 등을 통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제기해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와 위협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들었다"며 "그에게 노벨 평화상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과학자와 해양학자 등 3천여 명으로 구성된 IPCC도 기후 변화 회의를 열어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위험을 제기했다며 노벨 위원회는 그 공로를 인정했다.
 
앨 고어 미 부통령은 지구 온난화 문제와 그로 인한 인류의 재앙을 제기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로 지난해 다큐멘터리 부문 '오스카 상(아카데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CBS와 ABC, NBC, CNN 등 미국의 모든 방송들은 12일 아침(현지시각)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을 톱 뉴스로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방송은 고어 전 부통령이 내년 대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그의 인기가 올라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선 출마를 전격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미 NBC 방송의 정치전문기자인 팀 러셀은 이날 아침 "앨 고어 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의 상한가를 대선에 이용할지는 불투명하지만 그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은 확실하다"면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주) 진영이 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앨 고어 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면 가장 긴장하는 측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다.
 
힐러리 의원은 11일 MSNBC 방송과의 대담에서 "만약 고어 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나서 대선 출마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그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그가 대선 출마를 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의원은 민주당의 예비 경선뿐만 아니라 공화당 후보들과의 대결에서도 가장 지지도가 높은 우세를 보이고 있으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출마를 선언하면 미 대통령 선거, 특히 민주당의 후보 경선 판도가 일거에 달라질 수 있다. 이달 초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앨 고어 부통령의 민주당 내 지지도는 10%로 힐러리 의원의 40%에 비해 확실한 열세를 보이고 있으나 백인에 중후한 남성 후보를 갈망하는 미국 유권자들의 심리를 앨 고어 전 부통령이 파고들 수 있다.
 
특히 고어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유권자 12만여 명이 11일자 뉴욕타임스지에 고어의 출마를 권유하는 신문 광고를 낼 정도로 고어의 대선 출마는 미국 대선 판도의 활화산이다.
 
고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최고 권위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데 대해 명예롭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도 정치에 관련된 얘기는 하지 않았다.
 
고어는 당분간 정치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빠르면 다음 주초에 나오고 출마를 종용하는 여론이 '진동'하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쉽게 정치 재개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의 뉴욕주 유권자들과 전 국민의 지지 서명, 자신의 출마 사인 등이 필요하며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물론이고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땐 그의 명성이 또다시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어 전 부통령은 힐러리 의원을 확실히 이길 수 있고,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6,70%가 됐을 때라야만 정치 재개 카드를 꺼낼 것으로 관측된다.
 
미 NBC 방송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데이빗 그레고리는 이날 아침 방송에서 "고어 전 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 않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환경과 기후변화 특별 대사'를 맡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지난 2000년 11월 미 대통령 선거에서 총 투표수에서는 이겼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졌다.
 
그것도 부시 대통령의 친 동생(젭 부시)이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주의 선거에서 530여 표 차이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플로리다주 정부가 부시의 당선을 위해 투표용지를 다른 주와 달리 복잡하게 만드는 등 부정선거 시비가 있었지만 고어는 대법원(대법원 판사 구성도 공화당에 유리)의 결정이 나오자 패배를 인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플로리다주의 500여 표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한답시고 이라크.아프간 전쟁을 일으켰고, 교토 의정서를 무시하는 등 지구의 기후 변화에 가장 둔감한 대통령이 됐으며,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을 압박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5백여 표가 세계의 역사를 바꿨다.
 
특히 한반도 역사의 물줄기를 거꾸로 돌려버렸다.
 
어디까지나 역사적 가정(?)이지만 앨 고어 부통령이 당시에 미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북-미 관계는 순항해 북-미 국교수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며, 북한이 핵실험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워싱턴=CBS 김진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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