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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와 현대차 총파업이 불편한 이유
[주장] ‘밥.꽃.양’의 기억, 노동자를 해고한 사람들이 벌이는 파업시위
 
예외석   기사입력  2007/07/04 [08:08]
요즘 온통 한미FTA 타결무효다 뭐다 하면서 난리들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은가. 이미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연극이 끝난 후 징치고 막 내린 뒤에야 총파업을 외치다니 너무 한 것 아닌가 싶다. 노동계에서 하는 일들이 항상 이런 식이어서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금속노조 산하 지역지부장 전체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노조는 23명, 기아차노조는 8명이 고소고발된 상태이고 전체적으로는 금속지도부 15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것을 두고 금속노조에서는 극심한 공안탄압 발생 원인에 대해 “노무현 정권이 한미FTA를 갖고 남은 임기에 ‘정치적 반전’을 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뭐가 극심한 공안탄압이고 뭐가 정치적 반전을 꾀한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다분히 선동적인 문구처럼 느껴질 뿐 너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가 있다. 현 참여정권에서 한미FTA를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힘겹고 고통스럽게 겨우 넘긴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다만, 일부 친미관료들과 기업가들에게는 달콤한 과실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한미FTA에 대해서는 참으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들이 많은 말들을 토해내서 자중하고 있을 뿐이다. 그로 인해 좋아지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부익부 빈익빈처럼 소수에 불과한 가진 자들뿐이다. 특히 수구보수당이라고 불리는 정치세력들은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짓지 않았는가.
 
금속노조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도 그 분노를 함께 표출하고 싶다. 하지만, 그 분노의 대오에 앞장 선 사람들의 면면에는 좀 심한말로 침이라도 뱉고 싶은 기분이다.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아무리 사람이 없기로서니 11만 금속 조합원들의 선봉장을 예전에 민주노총에서 모두들 침을 뱉고 손가락질하던 그런 사람을 내세워야 했는가 묻고 싶다. 시간이 흘러서 풀릴 것이 있고 안 풀릴 것이 있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해고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그 사람들 아닌가.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나 노동자들이라면 ‘밥.꽃.양’을 아실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서 운영하던 식당 여성조합원들을 현대자동차 본조에서 해고하고 거리로 내몬 것이다. 얼마 전에는 그 대표가 민주노동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까지 했었다.
 
평등을 부르짖으며 약한 자의 편에서는 진정한 정의가 바로 노동운동이라고 알고 있었다. 노동해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노동운동이라고 배웠었다. 그들은 그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했었다.
 
요즘 세간에서 “노동운동 판이 개판이다.” 또는 “썩어 문드러졌다.”는 표현들을 많이 한다. 물론 이론과 현실은 다를 수가 있고 투쟁의 전략과 전술도 상황에 맞게 적용시켜야 한다. 하지만, 합리성 비합리성을 따지기 전에 사람이 사람다운 짓을 해야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짐승만도 못한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영웅 흉내를 내려는 모습에서 그만 요즘말로 “허걱”소리가 절로 나온다. 평소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던 영세기업 노동자들의 삶과 비정규직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던 그들이었다. 한미FTA로 인해 자동차 업계가 위기에 몰리자 여러 현안들을 묶어 총파업이라니 좀 너무 한 것 아닌가.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친구 놈보고 “너거 또 와그라노?”하고 물어 보았다.

“너거 진짜로 파업을 뭣 때문에 하노?”재차 물어 보았다. 현대자동차에 20년째 다니는 그 친구 그냥 히죽히죽 웃기만 한다. “너거 언제 사람 될래?”하니 “내 책임 아니니까 고마 해라.”고 손사래를 친다. 파업을 뭣 때문에 하는지도 모르겠단다.
 
노동계가 조직 세력만 있으면 다 당선되고 호기를 부리는 곳이라면 기성 정치판과 뭐가 다를 것인가. 현대자동차노조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던 여성조합원에게 삿대질하고 고함치던 무지막지한 조합간부가 떠오른다. 그들이 지금 노동운동 선봉에 서서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치켜든다. 오호 통재라 변태들이여.
 
예 외 석(수필가.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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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04 [08: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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