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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
[언론시평] 포털 관련 법제화의 사회적 맥락 및 타당성에 대한 제언
 
이준희   기사입력  2007/07/02 [20:01]
* 본문은 지난 2일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이 주최한 “포털의 사회적 책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검색서비스사업자법] 제정 공청회” 발제문입니다-편집자 주.
1. 포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 기업뿐만 아니라 NGO 영역에까지 ‘사회적 책임’이란 용어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한정 기업의 이윤창출과 이익 추구에만 집착하지 말고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회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비뚤어진 부성애가 기업의 대국민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 사건은 두고두고 국민의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도덕성과 잘못된 행위에 대한 법적인 책임 부과 등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나 기부, NGO단체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등 사회 공헌 활동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은 기업 활동의 이미지 제고나 마케팅의 보조적 수단 등으로만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 역시 사회의 진보와 개혁에 기여해야 하며 국민의 문화와 실생활에 공익적 차원에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포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0년 이래 급속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발전으로 포털은 생활의 한 영역 내지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국민은 전자우편이나 뉴스 검색, 지식인 검색, 게임, 여가 문화 활동에 대한 정보 등 생활 지식 문화의 상당 부분을 포털에서 취하고 있다.
 
포털의 언론권력화 내지는 검색권력화와 막대한 이윤 구가에 비해서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임론 부여는 등한시되어 왔다. 기업, NGO 등 여타 사회 분야의 사회적 책임론 확산과 더불어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임론 부과가 공론화되기 시작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 전반의 추세이기도 하지만 권력화, 독과점화 된 포털이 이제는 이윤 추구와 함께 엄연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의 반영이기도 하다.
 
언론 매체는 공익성과 공공성, 사회적 책임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언론 매체의 형식이나 내용은 다원화, 세분화, 종합화되고 있다. 미디어 환경과 시장의 변화는 전통적인 매체(신문이나 방송 등)의 영향력 약화와 뉴미디어 매체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 전통 매체로부터 상품(뉴스)을 공급받은 포털은 이제는 언론의 본 역할은 여론 형성과 정보소통이라는 중책을 넘겨받고 있다. 뉴스 소비의 90% 이상이 포털에서 이뤄진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포털이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당연한 요구다. 포털 죽이기도 아니요, 기성 언론의 기득권 보호 논리도 아니다. 더욱이 국민의 알권리 차단도 아니다. 흔한 예로 목욕탕을 하려고 해도 수많은 법률 규제를 받아야 하듯이 포털도 사업 형태에 맞는 규제를 받아야 함은 응당하다. 전통적 언론매체가 수많은 법적 규제와 제도적 장치의 적용을 받고 있듯이 이제 포털은 더 이상 법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포털에 대한 적절한 법제화 달성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듯이 브레이크 없는 포털은 고장 나기 마련이다. 뉴스제목의 임의 가공, 댓글 명예훼손 등이 만연하도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이유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마음껏 활개를 쳐 왔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의 댓글 명예훼손 판결과 저작권 침해 방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판결 등은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를 법원이 수용한 것으로 의미 있는 판결이다. 더불어 언론단체와 정치권 등의 포털에 대한 적절한 법제화 추진과 뉴스 저장 기간 제한 등은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드높이고 독과점 약화와 공공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라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2. 검색서비스사업자법 도입의 사회적 맥락과 타당성 
 
지난 2001년 이후부터 정간법 개정 논의가 언론계, 국회 차원에서 진행될 당시 인터넷매체의 경우 정간법을 개정해 포함하자는 쪽과 뉴미디어법을 제정해 별도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크게 구분되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매체에 대한 법적 해석과 규정은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와의 인터뷰를 저지하려던 선관위의 충돌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다. 2004년 3월, 선거법을 개정해 사상 최초로 인터넷언론에 대한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게시판 실명제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도입된 것이다.

선거법에서의 인터넷언론에 대한 개념규정은 포괄적인 정의였다. 포털도 광의의 인터넷언론으로 포함되면서 인터넷선거보도심의를 적용받게 되었다.
 
이후 2005년 1월 1일 자정께 개정 신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신문법 상 인터넷신문에 대한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문제는 신문법에서는 ‘독자적인 기사생산’ 등의 조항을 들어 포털을 인터넷신문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 일부 언론 관계자들은 언론단체가 의도적으로 포털을 배제했다는 비판을 가했다.
 
포털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여러 가지 폐해가 나타났다. 뉴스 제목 임의 가공과 댓글 명예 훼손, 언론피해구제법을 적용하지 않는 점, 콘텐츠 불공정 거래 등. 그러나 포털에 대한 법제화, 규제에 대해서 여전히 학계, 언론계, 정치권, 정부 등에서 이견이 컸다. 포털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율적 규제를 해야 한다는 쪽과 법제화를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진영 등으로 맞섰다. 정치권에서는 노웅래, 박찬숙 의원 등이 언론피해구제법 개정안을 발의해 포털이 언론피해 구제법에 포함되도록 했으나 여전히 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한편 법제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진영에서도 신문법을 개정해 포털을 포함하자는 쪽과 별도의 뉴미디어법을 제정해 포털 등 뉴미디어를 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맞섰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차원에서도 신문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포털 부분에 대한 법제화를 유보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경우도 뉴미디어법 제정 쪽으로 방향을 유지했다.
 
발제자가 대표로 있는 인터넷기자협회는 포털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지만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년간 견지했다. 워낙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고, 미디어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법제화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쉽게 말해 뉴미디어법 제정을 통해 포털을 포함하든지, 포털의 뉴스 부문에 대한 별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쪽이었다.
 
이에 반해 포털 법제화를 주장해 온 언론 진영의 인사들은 “진보진영은 수년간 뉴미디어법을 제정하자고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법안을 내놓으라”고 비판을 가해 왔다.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쪽에서 할 수 있는 비판이었다.
 
발제자는 지난 2006년 초부터 포털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 견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포털만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포털은 신문법에 의한 인터넷신문도 아니면서 선거법 상에는 인터넷 언론으로 선거 시기에 억대의 광고를 수주하고, 인터넷선거보도 심의도 받고 있다. 반면 포털은 현행법상 명예훼손이나 기사 등과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를 받을 수 없다. 콘텐츠 불공정거래에 대한 중소 인터넷콘텐츠 업체의 불만도 가중되었다. 또한 뉴스의 90% 이상이 포털에서 소비되는 인터넷 미디어 환경과 갈수록 열악한 상황에 처해 지고 있는 전통매체와 인터넷신문의 상황은 더 이상 포털을 법의 사각지대에 두게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게 했다.
 
간명하게 정리해 보면 이렇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부과는 포털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특히 미디어로서의 포털의 언론권력화와 검색 권력화는 더 이상 포털을 법의 사각지대에 두게 하면서 무한대의 미디어 권력을 구가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서이든, 전통적 매체의 요구에 의해서이든 법제화 적용의 당위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포털에 대한 적절한 법제화는 더 이상 금기 사항이거나 논외의 사항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뉴미디어법 제정이든 신문법 개정이든 언제까지 질질 끌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포털의 주된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포털이 스스로 ‘언론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또한 신문법에서 포털을 인터넷신문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포털의 사업 중심축에 입각한 법제화를 1차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최근 언론단체와 정치권, 학계 전문가 등에서 대체적으로 규정한 ‘검색서비스사업자’라는 포털에 대한 개념규정은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신문법과 선거법에서 인터넷신문 또는 인터넷언론에 대한 개념규정과 법제화를 과도기적으로 했듯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포털에 대한 법제화를 1차적으로 해야 한다. 포털 측에서는 검색서비스사업자법이 과도한 시장개입과 포털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포털에게 그 어떤 법안을 갖다 주어도 그들은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가장 좋은 점은 규제받지 않고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털 규제를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초창기 주로 정치적 이유를 들면서 법제화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일테면 “2007년 대선은 포털이 결정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반대 진영 또는 견해가 다른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리를 정치적 음모론으로 규정했다. 포털 문제를 정치화시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치적 이유를 떠나서 포털의 뉴스독과점이나 불공정거래, 명예훼손 등의 문제는 누구나 공감하는 상황이 되었다. 음모론이나 정치적 이유를 떠나서 포털의 영속적인 기업 활동을 위해서도, 그리고 적절한 사회적 책임론 부과를 위해서도 이제 포털에 대한 법제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언론피해구제법 개정을 통해서 일간지 언론사닷컴(주로 온라인신문협회 소속사)과 포털의 뉴스 부문이 언론피해구제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미 법안 개정안은 발의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도록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직무유기요, 정치권의 책임방기가 아닐 수 없다.
 
신문법 개정을 둘러싼 방법론상의 차이로 인해서 포털과 일간지 언론사닷컴 등도 인터넷신문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신문법의 인터넷신문에 대한 개정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해야 하겠지만 검색서비스사업자법과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 역시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신문법에서는 ‘독자적인 기사 생산’이라는 조항을 두어서 독립형 인터넷신문을 우선으로 하는 인터넷신문 조항을 신문법에 넣었지만 이미 미디어 시장 환경은 ‘독자적인 기사 생산’ 조항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독립형 인터넷신문이 생산한 기사는 대부분 포털에 공급되고 있고, 포털의 뉴스 게재 여부가 언론사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사용되고 있는 현상만 봐도 그렇다.
 
결론적으로 포털 본연의 기능인 ‘검색’을 중심으로 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뉴스 매개 및 전파 유통 사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이에 대해서 김영선 의원이 마련한 ‘검색서비스사업자법’은 검색서비스사업자가 신문법상 인터넷신문과 선거법상 인터넷언론사를 겸영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한마디로 포털은 검색에 충실해야지, 뉴스 사업을 통한 언론권력의 지위를 누리지 말라는 얘기다. 이 조항을 뺀 나머지 부분은 상식적 차원에서 법 조항을 만들었다고 본다. 과연 포털이 언론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법제화가 가능한 것인지, 과잉금지조항인지 충실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터넷 미디어 또는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포털의 시장 점유율과 위치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해 그에 걸맞은 법제화를 달성해야 한다. 추상적인 자율 규제론이나 실체 없는 뉴미디어법 제정 등으로 언제까지 포털의 법제화에 면죄부를 줄 것인가? 법제화의 주도 세력이 누구이든 간에 인터넷 미디어의 공공성, 공익성 확보와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해서 포털에 대한 법제화 문제를 접근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검색서비스사업자법은 구체적 방법론의 하나인 셈이다.
인터넷기자협회(www.kija.org) 전 회장
대선미디어연대 대외협력단장
6.15남측언론본부 공동대표
전 <시민의신문> 정치팀장.노동조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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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02 [20: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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