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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과 홍준표가 만나는 묘한 지점?
[비나리의 초록공명] 30대 전문직과 20대 비정규직, 정치적 선택과 변화
 
우석훈   기사입력  2007/05/31 [12:16]
우리나라의 민주노동당을 대체적으로 유럽 사민주의 정당보다 약간 오른쪽에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다고 본다면 비슷할 것 같다.
 
여기의 주력 지지세력에 대한 통계들을 꽤 자세하게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간단히 표현하면 수도권 거주 30대 비정규직이 민주노동당의 주력 지지세력들이다.
 
주거형태를 보니까 자택소유의 경우는 20평대, 전세의 경우는 30평대, 대체적으로 아주 고소득은 아니지만 전문직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편이다. 다른 정당의 당원 학력평균을 보지 못했는데, 아마 돈을 받지 않고 정책자문을 해주는 사람들의 학력은 한나라당이 가장 높을 것 같고, 일반 당원의 학력은 민주노동당이 가장 높을 것 같다.
 
20대 비정규직에 대한 걸 전수에 대한 조사는 아니지만 약간 짐작할 수 있는 것들로 생각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한나라당에 투표할 확률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이게 유럽에서의 전형적인 우파 세력도 아닌 것 같다. 성향은 20대 비정규직과 몇 개의 통계들을 비교해보면 3,000평에서 1만평 사이에 농사짓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나온다. 아마 문화예술에 대한 취향 같은 것까지 자세하게 해보면 다르겠지만, 정치학이나 사회학에서 조사해놓은 것들만 가지고 하나의 그룹으로 본다면 소농은 약간 벗어났지만 규모농은 아닌 사람들과 정치적 성향은 비슷한 것으로 나온다. 결과가 그렇다.
 
한미FTA에 대해서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흐름이 민주노동당의 당원들과 딱 반대로 나온다. 주로 저학력, 지방거주민, 가난한 사람일수록 한미FTA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을 한다. 여기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핵심 한나라당 지지세력이다.
 
물론 이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이 주 타켓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기는 한데, 하마 하늘이 바뀔 정도로 뭐가 있기 전에는 절대로 민주노동당에 투표하지는 않을 사람들이다.
 
좀 어렵게 표현하면 상부구조와 하부구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알뛰세풍의 설명틀을 갖다 붙일 수도 있기는 한데, 이런 흐름이 나타나는 것은 꼭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하여간 30대 전문직과 20대 비정규직 사이에 발생하는 묘한 정치적 성향의 차이도 선을 그으면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내가 아는 몇명의 정치 전문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이런 통계들에 기반한 생각인데,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민주노동당이 서 있을 공간을 만들기는 아주 쉽지 않아보인다.
 
자신의 삶과 의식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일이 이렇게까지 없다는 것이 놀랍기는 하다. 늘 엘리트주의라고 비난을 받기는 하는데, 역사적으로 대충 보면 엘리트들이 좌파를 지지했고, 민중들이 우파를 지지하는게 보통의 경우다. 지금은 중남미의 일부에서 이 흐름이 역전되기도 하지만, 하여간 묘하게 반대로 가는 성향이 좀 강하다.
 
물질이 의식을 지배한다?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중도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중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좌파라고 우기기도 하지만, 사실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자신의 소득수준과 지지하는 정책이 묘하게 불일치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기는 한다.
 
절대로 집 살 수 있을 것 같아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아파트라도 많이 지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그 함수를 풀어보면 조금 더 이 복잡한 메카니즘을 이해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현재로서는 반대라고 생각하는 편이 분석하기에는 더 쉽다.
 
20대 비정규직들이 2~3년 후에 어떤 선택들을 하게 될지 조금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아직 이 사람들은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서 낙관하는 편인 것 같고, 자신이 잘 하면 개인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좀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주는 얘기들을 '희망'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내 관찰이다.
 
세상을 너무 선거공학과 같은 것으로만 해석하고, 또 그렇게 자기 입장을 결정하면 나중에 자기 일관성에 골치아픈 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도 이런 수치들을 꼼꼼이 따져보기는 하지만... 난 잘 모르겠다라고 대충 뻗어버리고, 새만금 열어주는 사람 지지한다고 간단하게 마음을 먹어버린다.
 
묘한 일이기는 한데, 민주노동당의 정책흐름과 홍준표가 서 있는 공간이 또 일치한다. 억지로 개념들을 따져보면 엄청 다른 거 같지만, 약간 상식의 눈으로 흐름만을 보면 크게 다르지는 않다.
 
20대 비정규직들이 이명박에 대한 전폭적 지지가 홍준표의 등장 이후에 어떻게 바뀔지를 지켜보는 것도 작은 재미다. 어떻게 될까?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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