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와 문국현이라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마디로 두 사람에 대해서 요약을 시도해봤는데, 떠오르는 문장이 다음과 같다.
"천정배, 생각보다 괜찮고, 문국현, 생각보다 별 거 없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천정배 주위에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측근들 사이에서 무슨 갈등이 있었는지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 윤종훈 회계사는 IMF 경제위기를 돌파할 때 영웅 같은 사람이었다. 한미FTA로 천정배가 단식할 때에만 해도 분명히 그의 측근에 회계사 윤종훈이 있었는데, 이제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윤종훈이 과 선배이다. 천정배 주위의 국회의원들 중에는 십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라 한 세상 같이 살아간다고 할 정도로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얼키고 설킨 사람들이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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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의원 © 천정배 의원실 제공 |
현대자동차 CEO를 지냈던 이계안 의원은 나의 현대 시절, 나의 상사였다. 그가 현대자동차로 옮겨갈 때 나도 입장을 정해야 했었는데, 현대자동차로 같이 가자는 말이 있었고, 현대건설 기획실로 오라는 제안이 있었고, 그 시절 막 시작한 대북사업단으로 가라는 말이 있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그냥 현대를 그만두고, 정부로 옮겨갔다.
문국현은, 주위에 포진한 사람들 중 몇 명은 아주 친한 사람들이다. 조직 담당하는 분이 내가 결혼식할 때 주례를 해주셨던 분이다. 그 정도로만 친한 게 아니라 이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훨씬 더 센치멘탈 블루스로 갔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에 길잡이 역할을 해주셨던 분이 문국현 최측근에 포진하고 있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보자면, 5-6년 중에 나를 문국현과 연결시켜 주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문국현은 내 스타일은 아니다. '얕다'는 표현을 쓰자면, 문국현은 사람이 너무 얕다.
공식적으로 문국현은, 문국현의 "일자리 만들기"가 왜 노무현 시대에 이데올로그에 불과한 것인지 비판하는 글로 내가 녹색평론에 처음으로 글을 쓰고, 그 매체에 데뷔했다. 그 시절에 문국현의 센세이션에 대해서 생태적인 관점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유일한 글이 그 글이었다고 평가를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천정배와 문국현이 손을 잡는다고 한다. 사실 두 사람은 연초에 사실상 손을 잡았던 사람들이라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현재 대선 후보로 나선 사람 중에서는 민주노동당의 후보들과 함께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들이기는 한데, 앞으로의 행보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그야말로 명약관화인 셈이다.
지난 대선 때 이후로 노무현한테 워낙 호되게 당해서 앞으로 수 년간은 사람한테 기대하는 일은 안 하기로 나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본능적으로 몇 가지를 알았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믿지 않기로 했다. 송강호를 좋아하는 사람도 믿지 않기로 했다. 윤도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아주 멀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천정배와 문국현, 앞으로 호된 시련의 세월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안스럽기는 한데,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시대가 만들어내는 대한 고민이 얕고, 상황논리에 오히려 강한 사람들이다. 점잖다는 공통점과 함께 또 이런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