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에 관한 글은 딱 한 개를 썼는데, 몇 주 후에 나올 칼럼집에 실려 있다. 그리고 이게 두 번째 쓰는 글이다.
처음 쓴 건 그가 SBS의 MC를 그만두고 사회적 글쓰기를 그만하겠다는 절필선언 때 썼다.
오랫동안 나는 진중권을 등대지기로 이해했다. 가끔 등대가 잘못된 곳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가 사비를 털어서 등대를 밝히고 있다, 이 한 문장이 내가 진중권에 대한 이해이다. 떠드는 사람도 많았고, 시끄러운 사람도 많았고, 때때로 골 때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정말로 등대가 되고 싶어서 글 쓴 건, 내가 이해하는 바에는 한국에는 진중권과 이재영, 딱 두 명이 있다.
진중권은 핑크색, 이재영은 빨간색...
변희재와 부대찌개를 놓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일 기회가 있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다. 옆에서 한 번 본걸로 이렇게 이상한 사람인줄 몰랐는데, 그는 생각보다 이해안되는 사람이기는 하다.
진중권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나에게 진중권의 좋은 구석을 얘기해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도 그가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싶고, 그가 없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따분한 사회였을까, 막상 이렇게 생각하면 끔찍하다.
좌파가 배출한 인재 중에, 아마 백남운 이후로 그가 제일 쎄다판이었을 것 같다. 진중권, 하여간 쎄긴 쎘다. 백남운도 쎘지만, 얼굴마담 당수하고, 해방 정국에서 견디다 견디다 못해서 북으로 넘어갔다. 그가 딱 한 번 우리들에게 얼굴을 다시 보였는데, 박정희의 7.4 남북 공동성명 때 북한 대표로 한국에 왔다고 한다. 야, 역시 천하의 백남운이다...
북한의 사회과학원장까지 지냈던 그 백남운도 김일성 시절의 주체사상을 온 몸으로 막아서려고 하다가 결국 숙청당했다고 한다. 정확히 마지막 순간까지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오지 탄광이나 이런데 간 건 아니고 정치적 실권만 내려놓고 집에서 늙어가게 되었다는...
진중권은 백남운에 비유될만한 사람
물론 학문적 성취나 이론적 위치는 좀 다르다. 백남운은 학자고, 진중권은 평론가로 불리고 싶어한다. 딱 그만큼의 차이가 모든 부문에서의 차이로 나타나지 않았나... 어쨌든 백남운도 월북하기 전 당수였는데, 아마 최초의 중도좌파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 딱 중도인지, 중도좌파인지 아직도 논란이 많다 - 신민당의 실질적 얼굴마담을 할 정도로 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다.
(난 백남운이라는 이름 하나 가슴에 새기고 고난의 20대를 넘어왔다.)
진중권의 전투는, 그의 이름마냥 진중하지는 않지만, 화려하기는 하다. 그의 블로그에 몰려간 양아치들 - 별로 잘 찾아지지도 않는 그의 블로그에까지 가서 글을 남긴 사람들은 법학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확신범'이라고 하고, '고의'가 있는 행위라고 해석한다고 한다 - 의 오버액션 마징가는, 심형래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진중권을 더 싫어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사회라는 맥락에서 진중권은 진중권이다. 예쁘고, 단아하게 싸움을 이끌어내지는 않는 것 같지만, 무지막지한 상황에서 큰 싸움을 만들어내는 건, 단연 진중권이다.
그는 칼이 좀 큰 편이다. 나도 크게 휘두르는 편이지만, 그가 장군도라면, 나는 도루코 면도칼 정도로, 스케일의 차이가 아주 크다.
신기해서 그의 블로그에 가봤는데, 다 날리고 사진 몇 개 올려놓았다. 집 버리고 떠난 심경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는 화공을 편 셈이다. 수 만명인지, 수십만명인지, 자기 집을 태워버리는 그 화공은, 남의 사적인 블로그에까지 일부러 찾아간 쇼비니스트들의 실체를 사회에 드러내게 하였다. 일찍이 쇼비니스트들을 그렇게 당황스럽게 한 사건은, 전세계 반 쇼비니즘 역사에 없지 않았나 싶다.
이 <디워> 논의의 사회적 결과는, 한국 영화가 어쩌구, 국가주의가 어쩌구, 그런 게 아니다. 절필선언한 진중권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더 쎄지고, 더 화려해져서 돌아왔다.
악다구니 하는 건 진중권이 진짜로 프로다. 그의 악다구니는 화려하다. 그리고 그 화려한 악다구니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다.
진중권의 복귀를 환영한다. 앞으로는 진중권을, 진프로라고 불러야겠다.
한국 사회 전체가, 신문까지 포함해서 거대한 진보누리 게시판이 되어버렸다.
진프로, 멋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