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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정대철, 굿바이 정대철 되려나
정대표 사퇴 둘러싸고 신구주류, 청와대 제각각 딴계산
 
김광선   기사입력  2003/07/14 [17:19]

동대문 굿모닝시티 사기분양 및 정관계 로비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정대철 대표의 거취를 두고 신 구주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3일 검찰은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씨가 민주당 정대철 대표를 비롯해 여야 중진 4-5명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지난 11일 정대철 대표가 굿모닝시티로부터 4억2천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 외에 국내 100대 기업으로부터 200억여원의 선거자금을 받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정치권이 대선자금을 둘러싸고 태풍전야를 맞이했다.

또 정대표의 대선자금 파문과 그의 거취문제는 앞으로 신당추진과 맞물려 청와대와 신주류, 구주류측의 이해득실과 결부돼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대표 '200억 대선자금' 물귀신작전인가

▲희망돼지를 앞에 놓고 대선승리를 기약한 정대철대표와 노무현대통령, 그러나 지금은 희망돼지 실종사건으로 대표자리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예전 노하우 게시판에서
민주당 정대철 최고의원이 100대 기업으로부터 200여원의 대선자금을 모금했다는 진술은 더 이상 신주류와 청와대가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적인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친부터 정통 민주당을 고수했던 정대표는 신주류의 '개혁신당'만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최근 신당추진 과정에 있어서 구주류와의 통합을 주장해 왔다. 일각에서는 그의 횡보를 두고 "신주류에 속해 있으면서 구주류와 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개혁의 의지가 없는 '무원칙적'인 신당추진"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따라서 정대표가 신주류에서 자신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 조차도 그의 민주당 '리모델링론'에 힘을 실어 주지 않는 가운데 불거져 나온 굿모닝시티 금품수수설은 그의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힌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방문을 마치고, 지난 10일 정 대표와의 독대에서 그의 거취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정대표의 '200억 대선자금'폭로는 민주당과 청와대에 대한 서운함에서 나왔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정대철 대표의 '200억 대선자금모금' 폭로로 인해 청와대와 신주류의 핵심인사들은 이를 조기 진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만약 정대철 대표가 '갈때까지 가자'라는 입장을 취할 경우 그동안 불문율에 붙였던 대선자금이 폭로될 가능성이 있어 청와대는 물론이거니와 신당추진은 파국으로 직면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대표의 이같은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동정론'도 거론되고 있다. 그가 이제껏 민주당내에서 해온 역할과 지난 대선 노무현 대통령 선거대책위원장까지 지낸 것을 감안해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인 것이다. 그러나 정대철 대표는 지난 98년 경성그룹으로부터 4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현재 재판에 계류중이고, 이번 금품수수 사건 또한 정치적. 도덕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대표직 사퇴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으로 제기되고있다. 

신주류,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나?

정대철 대표의 거취를 두고 신주류에서는 두가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첫째는 신주류 강경파의 입장으로서 정대철 대표가 스스로 판단해 '사퇴'해 주길 바라는 측과 사퇴는 신중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자진 '사퇴론'을 거론하는 측은 "정 대표가 거취문제를 빨리 결정해 주는 것이 신당논의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 정대표는 신주류와 구주류, 중도파 의원들의 사이에서 '저울'의 역할을 한 만큼 정 대표가 사퇴를 할 경우 신당논의는 민주당의 분당, 또는 '리모델링'이라는 두 가지 측면 중 하나로 급진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사퇴론'을 주장하는 일부의원들은 "정 대표가 민주당에 남으면 논란만 가중될 뿐 신당 추진에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대표가 굿모닝시티 금품수수의 혐의를 인정했을 때 '자진 사퇴론'이 우세한 듯 보였으나, 지난 11일 '200억원 대선자금 모금'에 대한 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신중론'이 신주류 내에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더 이상 정 대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울 경우 그가 대선자금을 빌미로 청와대를 끌어들여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는 것을 감안해 '신중론'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아니라 현재 구주류측이 `정 대표 감싸안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신주류측이 매몰차게 사퇴를 거론하고 나설 경우 신당 전략 차원에서 결코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에 신주류측의 일부는 정 대표의 '자진사퇴론'에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신주류가 정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사퇴론'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당내 역학구도에서 정 대표의 입지가 확고한데다 분당을 했을 경우 아직 대다수의 의원들이 동반 탈당을 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인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다.

이는 신주류의 강경파는 정 대표의 사퇴를 내심 바라고 있으면서도 시기상으로 '분당추진'에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에 신주류 내에서도 정 대표의 거취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대표가 당의 대표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신주류의 '자진사퇴론'은 계속해서 부각될 것으로 보여 정 대표의 거취문제는 신당추진과정에서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주류, 정대표 마저 없으면 어떡해

신주류가 정 대표의 거취를 두고 '자진사퇴'와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구주류는 정대철 대표에 대해 공격이 아닌 '감싸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다.

구주류는 "정 대표의 개인비리가 아니지 않느냐"며 "현실정치에서 막대한 경선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미스러운 일로 이해해야  한다"고 오랜 정치적 동지로서 정 대표를 옹호했다.

구주류가 이같이 정대표에 대해 '감싸안기'를 시도 하고 있는 것은 정 대표가 자신들이 주장하는 인적청산 없는 리모델링에 가까운 통합신당으로 당을 추스른 노력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역할을 기대한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또 정대철 대표가 사퇴를 할 경우 당헌.당규상 정통모임 대표인 박상천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자동 승계하게 되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최고 의원가운데 신주류의 성향에 가까운 이용희, 김태랑 최고의원이 동반사퇴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구주류측에서는 정균환, 이협 최고의원원 만으로 당을 이끌기에는 영향력이 미비하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구주류가 정대표를 옹호하는 목적은 정치적 동지라기 보다 정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이해득실에 도움이 되고, 민주당이 분당으로 가는 것을 막아보자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정대표는 '계륵' 같은 존재

청와대는 정대철 대표의 굿모닝 시티 비자금 수수와 '200억원 대선자금 모금' 파문에 바싹 긴장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정대철 대표의 '200억원 대선자금 모금'에 관한 것으로 대가성 여부를 떠나 국민의 푼돈을 모은 `돼지저금통'으로 대선자금을 조달한 노무현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정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 신주류에도 심한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내년 총선과 관련, 지역주의 탈피 및 전국정당화를 위한 신당 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어 이 역시 청와대로선 무척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정 대표의 '200억원 대선자금 모금' 발언을 두고 청와대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그의 발언이 청와대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기 때문에 발언의 강도가 어디까지 흐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청와대는 정 대표의 발언의 파장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문희상 비서실장이 '나같으면 그만둔다'라는 발언 후, 정대표가 발끈했고, 지난 13일 문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이 정 대표와 회동에서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청와대는 정대표의 거취를 두고 '유임'의 기류가 조금씩 흐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신당추진 발목잡히나

동대문 굿모닝시티의 비자금 파문은 정치권의 신당추진과정에서 변수임은 분명하다. 만약 정대철 대표가 계속해서 유임을 고집한다면, 구주류는 내년 총선까지 시간적인 여유를 마련할 수 있게 되고, 신당추진은 계속해서 지지부진하게 됨에 따라 그 명분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정대철 대표가 스스로 자진 사퇴할 경우 신당추진은 반사이익을 받아 가속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대표가 여전히 유임을 고집하고 있고, 청와대와 신주류 내에서도 '신중론'이 부각됨에 따라 그의 사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으로써는 정대철 대표의 거취가 불분명하지만 그의 유임설이 정가에 중론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감안 민주당내에서 신당추진은 당분간 계속해서 지지부진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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