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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미국판 '정치권 막말' 베스트 10 선정
“공부 못하면 이라크 간다”, “뉴올리언즈는 ‘쵸콜릿 도시’ 될 것” 등
 
이승은   기사입력  2007/01/02 [10:48]
흔히, 노래를 잘하는 아이에겐 가수,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에겐 육상선수가 되라고 한다. 또한,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 하는 아이를 보면 우리는 망설임 없이 ‘정치가’가 되라고 권한다. 그 만큼 ‘말재주’는 정치가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

중간선거가 있었던 2006년, 미국 내 수많은 정치인들은 그야말로 '말'의 향연을 벌였다.  그러나 말을 많이 하면, 반드시 실수를 하게 되기 마련. 날고 기는 정치인들도 순간의 ‘말 실수’ 때문에 좌중의 비웃음을 사거나 비난을 받는 일이 부지기수다.

정치전문 작가 하워드 모트맨(Howard Mortman)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익스트림 모트맨(Extreme Mortman)에 올 한해 미국을 웃게 만든 정치인들의 발언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린 열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민주당 존 케리(John Kerry) 의원, “공부 열심히 하고 숙제를 잘 하고 똑똑해지려고 노력하면 성공하지만, 열심히 안 하면 이라크에나 가야 한다.” (10월30일)

중간선거가 한창이던 무렵, 캘리포니아의 대학생들 앞에서 농담이랍시고 내 던진 존 케리 의원의 위험한 발언. 케리 의원은 이 발언으로 이라크 내 미군과 그 가족은 물론 많은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2. 공화당 테드 스티븐스(Ted Stevens) 의원, “인터넷은 뭔가를 내버리는 큰 트럭이 아니다. 인터넷은 일련의 튜브다.” (6월28일)

인터넷을 일련의 튜브들의 집합으로 비교한 공화당 테드 스티븐스 상원의원의 말. 이 말로 테드 스티븐슨은 ZDnet이 선정한 “2006년 3/4분기 최악의 인터넷 대변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또한 이 발언은 부시 대통령이 말한 “인터넷들(internets)에 소문이 돈다는 얘기를 들었다”와 함께 인터넷이나 기술에 대한 무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3. 민주당 조 바이든(Joe Biden) 의원, “인도인 말투를 사용할 줄 모르면 세븐 일레븐이나 던킨 도넛에 들어갈 수 없다.” (7월6일)

델라웨어(Delaware)의 한 기금모금 행사에 참가한 인도 계 미국인 앞에서, 바이든 의원이 “인도 계 이민자들이 매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예를 든 말. 이 발언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고스란히 유튜브(Youtube) 에 올라 인터넷을 타고 널리 확산되면서 보는 이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4. 베네주엘라의 휴고 차베즈(Hugo Chavez) 대통령, “악마가 어제 바로 이곳에 왔었다. 오늘까지도 유황 냄새가 난다.” (9월20일)

지난 9월, 베네주엘라를 방문했던 부시 대통령을 겨냥해 한 발언. 차베즈는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정책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5. 부시 대통령, “계속 색안경을 쓴 채로 질문할 건가요?” (7월14일)

부시 대통령이 LA 타임즈 기자 피터 월스텐(Peter Wallsten)과의 인터뷰에서 던진 말. 사실 월스튼 기자는 '스타가르트 병(Stargardt’s Disease)'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햇빛을 받으면 안 되는 시각 장애인이라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

장본인인 월스튼 기자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대통령은 내 병을 모른다"라고 말했지만, 네티즌들이 올린 수 많은 댓글에는 다시금 '멍청한(dumb)'이란 단어가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왔다.

6. 민주당 로버트 웩슬러(Bob Wexler) 하원의원, “나는 코카인을 즐긴다. 재미있으니까.” (7월21일)

민주당 하원의원인 로버트 웩슬러는 플로리다에서 경쟁 없이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선거 후 웩슬러 의원은 코메디언 스티븐 콜버트의 쇼에 출연했고, 방송 중 콜버트가 던진 "경쟁자가 있어서 패배했다면 원인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에, 카메라를 직시하고 ‘농담’이라면서 위와 같이 대답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웩슬러 의원은 “거기에 윤락여성들이 함께 있으면 더 재미있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웩슬러의 정치인생은 이제 끝났지만, 윤락여성들의 표는 확보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7. 공화당 제프 세션스(Jeff Sessions) 상원의원, “나는 이라크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얘기하곤 하는데, 그들도 책임과 임무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12월5일)

제프 세션즈 상원의원이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의 국방장관 인준청문회 중 한 말. 그의 말 중,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단순히 “이라크전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가족”을 잘못 말한 ‘실언’이지만, 네티즌들은 이를 영화 ‘식스 센스(Sixth sense)’의 “죽은 사람들이 보여요! (I see dead people!)”라는 대사와 묶어, 두고두고 놀림 거리로 삼았다.

8. 토니 스노(Tony Snow) 백악관 대변인이 헬렌 토마스(Helen Thomas)에게 “헤즈볼라의 입장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7월18일)

UPI통신 백악관 출입기자 헬렌 토마스가 기자회견에 나온 스노 대변인에게, '미국은 왜 최근 UN이 제출한 레바논에서의 휴전 결의안을 거부했는지'를 질문하자, 스노 대변인이 "그런 일은 없었다"며 딱 잘라 대답했고, 이에 토마스 기자가 레바논을 향한 폭력을 왜 멈추지 않는지 거듭 묻자 쏘아 붙이듯 답변한 말이다.

80세가 넘은 베테랑 기자에 대한 스노의 다소 불손한 태도를 본 네티즌들은 “헬렌이 레바논 인인 것을 겨냥한 고의적인 발언이었다”고 해석했다.

9. 공화당 조지 앨런(George Allen) 상원의원, “그래도 난 점심으로 (돼지고기로 만든)햄 샌드위치를 먹었고 우리 어머니는 포크 찹을 잘 만드셨다." (9월19일)

자신의 선거를 돕고 있는 인도 계 대학생을 ‘마카카(Macaca:원숭이)’라고 부른 동영상이 유투브(Youtube)에 공개돼 한바탕 홍역을 치른 공화당 조지 앨런 의원. 인종차별주의자로 비난을 받고 있던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유태인임을 고백해 또 한번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유태인 혈통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유태인들이 금기시하는 음식인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발언을 한 것. 이와 같은 그의 경솔한 대답에 낙담한 네티즌들은 앨런의 유태인 혈통과 이에 대한 다소 '이상한' 반응이 그의 재선에 도움이 될 지, 해가 될 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10. 잭 존슨(Jack Johnson) 프린스 조지 카운티(Prince George's County) 대표, “나는 늘 비행기의 1등석을 타고 다닌다. 프린스 조지 카운티 주민들도 내가 4인석의 중간에 끼어 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11월20일)

프린스 조지 카운티의 수장인 잭 존슨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용감하게 내뱉은 말이다. 물론 이 말을 들은 네티즌들이 “우리의 세금을 저런 머저리들(idiots)에게 낭비하지 말자”며 분노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11. 레이 내긴(Ray Nagin) 뉴올리언즈 시장, “이 도시는 결국 초콜릿이 될 것이다.” (1월16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은 미국 뉴올리언즈의 흑인 시장 레이 내긴이 했던 흑인 위주의 인종차별적 발언. 여기서 초콜릿이란 흑인들을 말한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백인 유권자들의 큰 불만을 샀는데, 그의 발언을 비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법사 모자를 쓴 내긴 시장의 합성사진과 함께 '초콜렛(흑인) 공장(chocolatefactory)'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가 유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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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스트림 모트맨                                                                                            
2. ZDnet                                                                                                                3. 바이든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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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02 [10: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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