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초록세상 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삼성과 한화, 진짜 ‘가을의 전설’인 이유
[비나리의 초록공명] 절대열세 한화 선수들의 거대한 역전극을 기대하며
 
우석훈   기사입력  2006/10/18 [11:02]
설마설마 했는데 한화가 현대를 이기고 코리안 시리즈에 나가서 삼성과 붙는다. 참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한화니 LG니 하면서 특정 기업을 응원하는 상황이 우습기는 한데, 별 수가 없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살다보니 이게 몸처럼 익숙해졌다.
 
많은 야구팬들은 10년 전부터 삼성이 우승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삼성 라이온스의 연고지인 대구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이 있는 건 아니고, 돈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어서는 안된다는 정말 단순한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오랫동안 삼성의 우승을 저지한 김응룡 감독이나 선동렬 투수에게 보내던 사람들의 암묵적 지지에는 이런 게 조금은 녹아 있다.
 
대체적으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프로야구를 보는 공통적인 시각은 굉장히 편협할 정도로 '작은 정의'에 목매단다.
 
첫 번째 눈은 선수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들의 영원한 회장님'인 송진우에게 보내는 거의 맹목적이다 싶을 정도의 믿음은 반대로 절대로 그런 건 하지 않았던 성실하게 구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선동열에 대한 불만, 그리고 막판에 선수협에서 빠져나간 당시 LG의 꾀돌이 3인방, 그들을 미꾸라지 3인방이라고 놀리면서 부르는 형태 등으로 나타난다. 야구와는 별로 관계가 없을지 몰라도 송진우가 가끔 완투를 하거나 혹은 포스트 시즌에서 승리를 올리면 괜히 눈물이 나는 것은 선수협에 대한 지지의 연장선 위에 있다.
 
거대한 조직 앞에서 개인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회장님, 우리들의 회장님" 송진우도 이제 마흔이 넘었는데, 그가 승리하는 날은 생활 속에서 거대한 조직들에게 늘상 당할 수밖에 없던 혼자였던 개인의 서러움이 자꾸 생각나 가끔 그렇게 눈물이 난다.
 
웃기는 얘기이지만, 야구는 돈 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의 한 기원은 이 선수협까지 올라간다.
 
두 번째 눈은 그야말로 삼성이 우승하면 안 된다는 단 하나의 반감이다. 이건 기원이 조금 더 되는데, 당시 삼성이 우승을 위해서 롯데에 저주었다는 확인하기 어려운 루머에 기원을 한다. 당연히 만만한 롯데를 제치고 우승을 했었어야 했는데, 이 때 롯데의 투수가 바로 최동원이었다. 혼자서 거푸 완봉을 해버리는데에야...
 
우리나라에서 선동열 보고 우습다고 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나이가 바로 최동원인데, 우연이지만 TV에서 껄렁한 농담이나 하던 그가 정색을 하고 지금 한화에서 투수코치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선동렬은 지금 삼성의 감독이다.
 
현대도 한동안 돈으로 선수들을 싹쓸어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재벌 체계가 해체하면서 이제 그저그런 구단 중의 하나이다. 그래도 아직은 한화 보다는 사정이 많이 낫다.
 
오랫동안 두산의 감독으로 있던 김인식 감독이 한화로 옮기면서 사람들이 대전 출신이 아닌데도 한화를 응원했던 건 성격이 나빠서 방출된 투수들과 나이 먹은 노장들, 송진우나 구대성 같은 한물간 아저씨들을 긁어모아서 거의 급조하다시피 한 이 팀이 삼성을 저지해주기를 바랬던 소망이 조금은 있다.
 
길게 보면 스포츠도 다 돈인 것 같기는 하다. 축구가 어렵다니 힘들다니 해도 결국은 삼성이 후기 우승을 했고, 야구의 경우는 좀 심해서 도대체 왜 다른 팀이 삼성과 같은 리그에서 게임을 하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스타들은 전부 삼성에 모여있다.
 
송진우나 구대성이나 이젠 나이가 들어서 예전처럼 불펜 투수로 매일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 삼성은 임창용까지 돌아와서 그야말로 초호화 투수진을 운용한다.
 
상대적인 전적으로는 4패로 삼성이 우승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상식선이기는 한데, 간만에 등장한 류현진이 이미 구위가 뚝 떨어진 상황이라서 한화로서는 1승도 장담하기는 어렵기는 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마음이 황폐해서 그런지 김인식 감독의 한화가 잘 해주기를 바란다. 제대로라면 지역구단 혹은 시민구단 같은 것이 생겨서 지역의 크고 작은 일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런 지역 스포츠단이라면 응원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허해지지는 않을텐데, 사실 한화 잘하라고 응원하면서 마음 뒤끝이 좋지는 않다.
 
하여간 돈이 모든 것은 아니라는 작은 '가을의 전설'이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얼마나 진지한지 혹은 진짜 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스포츠만큼은 돈만으로, 그리고 스타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은 작은 역전극을 보고 싶다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꿈일지도 모르겠다.
 
핸드폰에서 가전제품, 그리고 아파트와 검사와 변호사 심지어는 시민단체까지도 삼성이 싹 쓸이하고 간 삼성공화국에서 살고 있더라도 오랫동안 야구만큼은 삼성이 싹 가져가지는 못했었다. 노조없는 회사 삼성에서 해태의 오래된 감독이었던 김응룡 감독이 사장으로 있는 선동렬의 팀과, 한물 간 투수들의 대부 김인식 감독과 "우리들의 회장님" 송진우가 맞붙는다.
 
시합은 볼 것도 없을 정도로 전력이 비교가 안되지만 표구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한다. 대구에서 2번, 대전에서 2번, 그리고 웃기지만 서울에서 3번을 하는데, 대구의 표는 이미 매진된 상태라고 한다. 그야말로 사회의 온갖 상징들을 걸고 벌어지는 빅매치인 셈이다. 과연 선수협 회장 출신인 송진우가 무노조 기업 삼성의 무적 타선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까? 성질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한 성깔하던 구대성이 자신의 몇 배의 몸값을 받는 삼성의 강타선을 잠시라도 세울 수 있을까?
 
2006 삼성 PAVV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라고 공식 이름을 달고 있는 삼성 리그에서 삼성과 맞선 몸값으로는 스타가 없는 한화가 얼마나 버텨낼까? 그야말로 두둥둥, 개봉박두인 셈이다. 아싸, 가을의 전설이 시작된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10/18 [11:0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삼성 2006/10/19 [18:21] 수정 | 삭제
  • 작년에 이긴 놈 올 해도 이기면 재미없잖아요? 그리고 삼성이 그렇게 돈 갖다 부어도 우승 못 하는 게 야구의 재미죠
  • 미친이반 2006/10/18 [15:33] 수정 | 삭제
  • 이기면 그거 재미없잖아!!
    글고 삼성이 그 동안 우승못한게 웃긴거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