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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고도 함부르크, 문화와 철학에 빠지다
[민족예술공연단 공연 동행 취재기 4] 항구도시 함부르크 방문은 행운
 
김영조   기사입력  2006/06/22 [00:07]
일행이 민족예술공연을 하기 위해 함부르크를 찾은 건 6월 3일 저녁이었다. 함부르크한인교회의 배려로 민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우리가 민박한 곳은 독일인과 결혼한 교포의 집이었는데 그 부부는 내게 감동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더구나 리허설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 내게 함부르크 여행을 먼저 제안하는 고마움을 주었다.

▲ 함부르크 주요부 지도(시청사, 번화가, 300년 넘은 창고 건물들, 성미카엘 교회들이 표시되었다.)     © 김영조
함부르크(Hamburg)는 독일 북부에 있는 넓이 755㎢에 인구 180만 명의 도시이며 항구와 국제공항이 있는 유럽의 교통 요지이다. 정식 이름은 자유한자도시 함부르크로 베를린 다음 가는 제2의 도시이다. 811년 카를 대제가 알스터강(江)이 엘베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에 ‘하마부르크성(城)’을 쌓은 것이 시의 기원이다. 함부르크에 한국영사관이 들어선 것은 1883년이다.

일요일 점심을 먹은 뒤 바로 차를 타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운전은 남편인 데이트메어씨 차지다. 비싼 운전사를 공짜로 고용한 것이다. 그는 운전하면서 새로운 건물이나 상황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설명을 해준다. 그러면 부인 김옥화씨는 통역하기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교대로 보며 즐거운 관광을 시작했다.

함부르크도 서민층이 사는 지역과 중산층 지역 그리고 부호들이 사는 곳으로 나뉘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겉으로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베를린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독일 사람들의 검소한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아파트 형태이던 서민지역에서 부유층 지역으로 가면서 좀 더 큰 단독으로 바뀐 것이 다를 뿐이다.

시내를 돌면서 느낀 또 다른 것은 베를린도 그렇지만 함부르크도 온갖 차들의 전시장이다. 독일에서 생산된 벤츠나 아우디, 폴크스바겐은 물론 이웃 스웨덴의 사브,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함께 한국의 에스페로, 엘란트라와 칼로스까지 보인다. 친한파인 데이트메어씨가 칼로스를 먼저 발견한다. 아내의 나라에서 온 차가 반가운 모양이다.
 
▲ 왼쪽 : 1897년에 지은 화려한 함부르크시 청사, 오른쪽 위 : 함부르크시의 문장(위, 붉은 성이 문장이며, 사자는 장식이다), 오른쪽 아래 : 시청사 외벽의 화려함     © 김영조

차에서 내려 맨 먼저 돌아본 곳은 1897년에 지은 함부르크시 청사(Rathaus) 광장이다. 시청사는 함부르크 남쪽 시가지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르네상스양식의 건축물로 영국의 버킹궁 궁전보다 화려하고 웅장하다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함부르크 주정부와 의회가 들어서 있다. 각 방의 벽이 가죽, 대리석, 오크, 벽화 등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시청사 근처에는 함부르크의 번화가 ‘노이어 발(Neuer Wall)’이 있었지만 일요일이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알스터호와 엘베강을 이어주는 샛강을 따라 나있는 거리로 고급 의상실이 줄지어 있다. 이 거리에선 여느 유럽처럼 거리악사들이 보인다. 트럼펫, 호른, 튜바 따위의 금관악기들로 연주를 하고 있었지만 구경꾼은 별로 없다.
  
▲ 샛강의 백조들, 금관악기들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     © 김영조
곳곳에 작은 샛강이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보다 물길이 많은 도시가 함부르크라고 한다. 샛강 위에는 백조들이 한가하게 떠 있다. 이곳 샛강으로 유람선이 다니는데 다리 밑에는 도로처럼 신호등이 있다. 여기선 허가 받은 약간의 유람선 외에는 절대 엔진 달고 배를 운행할 수 없다.

예전엔 그 물길을 따라 배로 짐을 운반하여 도심까지 들여왔었다고 한다. 그래서 샛강 근처엔 300년이 넘은 5층 남짓의 붉은 벽돌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건물 앞에는 언제 지었고, 언제 보수했다는 이름표가 자랑하듯 새겨 있다. 건물의 용도는 화물 창고 겸 사무실로 쓰였다고 한다.

화물의 운반은 크레인을 활용했었는데 한 건물 앞에는 크레인이 500㎏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는 팻말도 있다. 그들은 낡은 건물들을 허물고 새로 짓지 않는다. 그저 보수할 뿐이다. 건물이 상당히 기울어지기도 했지만 그들은 괘념치 않는다. 
 
독일인들은 이 낡은 건물 가까운 곳에 짓는 새 건물을 절대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새 건물은 옛 건물과의 조화를 생각하면서도 개성은 살아 있었다. 독일인들의 생각 즉, 조화와 개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자리를 옮겨 유명한 성 미카엘교회(장크트 미햐엘리스·독일식 발음)에 가봤다. 이 교회는 부유한 상인들이 지은 교회이기 때문에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도 화려하게 지었다고 한다. 여기엔 세계에서 가장 웅장하고 제일 큰 오르간이 있다.

1751∼1762년에 소닌이란 건축가 의해 세워진 이 교회는 북부 독일의 가장 중요한 바로크 건물이며 함부르크의 상징이다. 높이가 132m인 탑의 전망대에 서면 함부르크 도심의 알스터 호수, 엘베강, 함부르크 항구 따위가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 샛강 주변의 300년 이상된 낡은 건물들     © 김영조
▲ 낡은 건물 앞의 팻말들(왼쪽:1658년 지었다고 자랑한다, 오른쪽:크레인이 500킬로그램까지 들어올린다는 표시)     © 김영조

교회 옆에 있는 문 근처가 검게 그을려 있어 한창 보수 중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의 하나인 이 교회의 일부가 검게 그을린 것은 자동차 매연 탓이란다. 세계가 보호해야 할 문화재들이 인간의 욕심에 의해 수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과부들의 한이 서린 곳이다. 함부르크는 항구이기 때문에 뱃사람이 많았고, 남편이 항해 중에 죽게되면 많은 여인들은 과부가 되어야 했다. 독일 정부는 이들을 위한 집을 지어줬는데 3층 다락까지 합해야 10평도 채 안 될 좁은 집이다. 계단은 아주 좁아서 내려올 때는 긴장을 해야 할 정도였다. 
 
이 집들은 약간의 입장료를 내면 잠깐 구경할 수 있게 했고, 좁다란 골목에선 꾸미개(액세서리)들을 팔고 있다. 나는 과부들의 가슴 아픈 삶을 잠시 들여다보면서 그나마 이 좁은 집이라도 배려한 독일이라는 나라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린 엘베강의 지하로 뚫은 도로를 달려본다. 그리고 다시 고가도로를 통해 돌아온다. 항구는 꽤 크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데이트메어씨는 날마다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배가 보인다고 말한다. 처가 나라의 배도 반가운가 보다.

▲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 미카엘교회(왼쪽:화려한 교회 내부, 오른쪽:교회 옆문 부근이 매연으로 그을려 보수 중이다. )     © 김영조
▲ 과부들의 집(왼쪽:좁은 골목에서 꾸미개를 판다, 오른쪽:창문으로 짐을 넣어주던 크레인이 달려있다.)     © 김영조

함부르크에는 독일 최초로 상설 오페라 하우스가 세워졌으며 헨델(1685∼1759)이 그의 첫 작품인 '알미라'를 이곳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브람스가 함부르크 출신이며, 베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위해서 특별히 세운 극장 '신 플로라'가 세워지기도 했다. 요즘도 함부르크는 뮤지컬 공연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함부르크는 클래식 음악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노래인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가사가 하이네에 의해 함부르크에서 씌어졌을 것이란 말도 있다. 함부르크에는 성 미카엘 교회 등의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문화의 도시이며, 조선, 정유, 차체(車體) 및 타이어 제조 따위의 공업이 성한 도시이기도 하다.
 
▲ 여행 안내 도중 낡은 건물에 차린 가게 잎에서 사진을 찍은 김옥화씨 부부     © 김영조
 
시간이 없어 함부르크 구석구석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김옥화씨 부부와 함께 한 짧은 여행 속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독일인들의 생각을 읽었고, 내 가슴은 더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샛강의 백조처럼 우아한 항구도시 함부르크. 그곳을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먼 나라 독일의 아름다움이 가슴 그득히 살아나고 있다. 어떤 이는 겨레문화 운동을 하는 내게 국수주의자가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렇게 함부르크를 사랑하게 된 내게 누가 감히 국수주의자라고 할까? 나는 우리 문화에 깊은 애정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른 아름다운 문화들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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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6/22 [00: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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