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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조기교육 목매는 대한민국은 처량한 바보”
영어 조기교육 토론회 열려, 토론자들 영어조기교육에 부정적 의견 표출
 
김영조   기사입력  2006/05/24 [15:29]
이 시대에 영어는 무엇인가? 또 모든 국민이 영어를 해야만 하는 것인가? 나아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런 물음은 이제 교육계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한 지 벌써 9년이 되었다. 그런데 교육인적자원부는 이에 머물지 않고 초등 1, 2학년 영어교육에 대한 연구학교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그동안 해온 초등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평가가 진행중이고, 그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된 영어 조기교육에 교육단체와 문화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22일 이른 10시 30분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는 참교육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단체들, 한글학회,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등 한글단체들이 모여 '초등 1∼2학년 영어교육 저지 기자회견'이 있었다.

▲ 교육 시민단체는 22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조기 영어교육도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 1, 2학년의 영어교육을 반대했다.     © 대자보

범국민교육연대 배태섭 사무처장의 사회로 먼저 심태식 전교조 초등위원장의 '초등 영어교육 도입 경과보고'가 있었고, 교수노동조합 강남훈 사무총장, 참교육학부모회 송한용 부회장,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이대로 공동대표,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 상명대 영어교육과 박거용 교수 등의 영어 조기교육 반대 발언이 있었다.

이어서 서울 유현초등학교 허영주 교사가 초등 영어도입 저지를 위한 전국 15개 지역 3133개교 대표자들의 선언문 낭독을 했다. 이들의 요구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기초교육, 인성교육을 파괴하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초등 1, 2학년 조기영어교육을 중단하라, 충분한 사전연구와 평가, 논의 없이 추진하는 각 시도 교육청 시범학교 선정을 중단하라"등이었다.

마지막으로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이 이어졌다. 기자회견문은 초등 1, 2학년 영어교육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과 현행 초등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공교육 정상화, 우리말 교육의 체계적 실시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이대로 공동대표는 준비안된 영어교육도입에 대해 정부와 교육부 행정을 비난했다.     © 대자보
 
다음 날인 5월 23일 늦은 3시 배제대 학술지원센터에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이 주최하고, 국어단체연합이 주관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은 영어 조기교육은 실패한 정책이다"라는 이름의 영어 조기교육 시행 9년 평가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는 먼저,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이상보 회장이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맙시다"란 인사말을 했다.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이대로 사무총장의 사회로 맨 먼저 발표를 한 최기호 국어단체연합 회장은 "정부는 왜 바보처럼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키려 하는가? 영어만 잘하게 하려면 유치원부터 의무교육으로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 그러면 100년 뒤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1개 주로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교육인적자원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꿈꾸고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또 김한민 혜화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에 영어가 들어와서 아이들은 혜택이 아니라 온갖 스트레스를 다 누리면서 학교 교육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으며, 학부모는 더 많은 사교육비에 시달린다. 따라서 영어교육의 직접적 수혜자는 아이들이나 학부모가 아니고, 영어 사교육시장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 23일 배제대 학술지원센터에서 한글문화단체와 국어단체연합은 영어 조기교육 시행 9년 평가 토론회가 있었다.     © 대자보
  
이어서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금 언어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화로 가고 있다. 수학과, 과학 등을 영어로 강의하는 것은 학문의 종속도를 높인다"라고 말했으며, 김현옥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영어 조기교육이 아이들을 사교육시장으로 내몰 것은 분명하고, 이 과정에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결국 교육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팀장은 "꼭 11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때 교육부는 발표자들을 통해 영어 조기교육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했으며, 각본에 따라 공청회의 형식만 갖춘 채 영어 조기교육을 강행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 같아서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 정책실장의 발표는 "영어는 우리 사회에서 또 하나의 '줄세우기'이고, 권력이다. 많은 학부모는 영어 조기교육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우리말글이 홀대받고 오염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말 살리기를 위한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교육부가 엉뚱하게 영어 조기교육에 목을 매는 모습은 처량한 바보에 다름없다"였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수십 년 영어교육을 연구해온 김정도 씨는 "영어교육의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10년이 넘게 공부를 했으면서도 영어를 잘 못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만 지우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텔레비전에서 방송인 리키가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자신도 모르는 영어를 배웠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방청석에 있었던 경희대 영어교육과 한학성 교수는 "영어를 매개로 한 먹이사슬을 놔두고 하는 논의를 해서는 안 된다"라는 의견을 말했고, 서울교육대학 홍선호 교수는 "영어를 포기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부담을 오히려 줄여주는 게 급하다. 영어 전공 교수들도 영어 조기교육에 대해 회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 조기교육 확대는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 대자보
 
이날 있은 영어 조기교육 시행 9년 평가 토론회는 많은 사람이 참여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청중이 끝까지 자리를 지킬 정도로 열기가 후끈했다. 사회자의 말처럼 참석자들은 교육부 영어교육혁신팀장이 참여하지 않은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렇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당당하게 나서서 왜 설득을 하지 못하냐는 지적들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영어 조기교육이 좋은지 안 좋은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분분하다.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명 반대하는 사람도 만만치 않은데 성급하게 밀어붙일 일은 아니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생각인 듯했다. 그들은 그동안의 영어교육에 대한 평가를 분명히 하고, 교육, 문화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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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24 [15: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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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경 2006/05/31 [18:08] 수정 | 삭제
  •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실행만하지말고 그 교육을 통해서 정말로 우리가 얻어는지는 것은 무엇이며 잃어지는 것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실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때는 교육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 나하고는 상관이 없었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게되니 정부의 방침은 가정의 사교육이라는 비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것을 알았습니다. 부디 살기 힘든 시기에 아이들은 동심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공부라는 굵은 동아줄에 끌려다니고 학부모는 동아줄 엮어주느라 뼈골이 휘고 있습니다. 영어하는 것은 좋지만 안일하게 대체하지말고 정부에서는 학교내에서 충분하게 교육할수 있는 그러한 교육의 장이 만들어 놓고 선생님또한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분을 영입해서 하신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고 맛만 보는 수준으로 할것 같으면 곤란하지 않을까요....